10만 양병설과 국회의원
10만 양병설과 국회의원
  • 문틈 시인
  • 승인 2019.02.2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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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이 1년도 더 남았는데 벌써부터 국회의원 선거에 나올 차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벌써 알만한 사람들은 소문을 통해 누가 나온다더라, 하는 정도는 듣고 있다. 한데 떠도는 이름들이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이미 벼슬을 한두 번은 머리꼭지에 달았던 사람이거나 정치판에 기웃거리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니면 법조인 출신 일색이다. 한마디로 신선감이 젬병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치판은 영 아니올시다이다.

대체 정치할 사람은 날 때부터 점지라도 받았더란 말인가. 다음 번 국회의원에 나서려고 누가 움직이고 있다더라. 그 ‘누구’라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벌써 몇 번이나 한 자리 꿰차고 지냈던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다.

난 이것이 심히 못마땅하다. 새 얼굴을 보고 싶다. 세상을 바꾸려면 낡은 사고의 틀에서 허우적대는 인물들을 물리고 새로운 인물들을 세워야 한다.

한번 정치인은 영원히 정치인인가. 어째서 정치판엔 맨날 했던 사람들, 구면들이 판을 치는가. 오늘처럼 4차 혁명이 문지방을 넘나드는 문명의 대전환기, 남북평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착, 분권시대의 도래를 앞둔 격동기에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펼칠 당찬 능력을 갖춘 인물들이 필요하다.

당에서 공천하고 언론이 장구를 치면서 ‘이 사람들이 나오니 이 중 한 사람 고르시오’에 붓대롱을 찍을 것이 아니라 세상을 멀리 볼 줄 아는 사람, 글로벌 감각을 갖춘 사람, 양식과 교양이 있는 진짜배기를 시민사회가 내세워 새 판을 짜야 한다.

마치 국회의원 자리를 전세라도 낸 것처럼 자리를 몇 번이고 독차지한 사람은 후진에게 양보하고 물러나야 한다. 전체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 판에 국회의원수를 늘리자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되레 국회의원수를 줄여야 할 판에 늘린다니, 이 무슨 망발인지 모르겠다. 말이 나온 김에 국회를 예로 들면 국회는 법을 만드는 법공장이다. 땅, 땅, 의사봉을 두드려 법을 만들어 행정을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곳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지금 4차 혁명으로 내달리고 있는데 우리는 무슨 놈의 법이 얽히고설켜 법망에 걸려서 한 발짝도 앞으로 못나간다고 창업자들은 아우성을 친다. 이제야 규제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니 뭐니 하고 뒷북을 치고 있는데 안타깝지만 한참 멀었다.

지금 나라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뒤에 숨 헐떡이며 따라오던 중국은 이미 우리를 추월해 저만치 앞서 달리고 있다. 중국의 IT기업 화웨이가 글로벌 미래를 이끌고 있을 정도다.

세계 1등으로 달리고 있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미국이 팔 걷어붙이고 화웨이를 막고 있는 것을 보라. 중국은 우리가 따라잡기엔 너무 멀리 나간 선진국이 되어버렸다. 인공지능, 휴대폰, 5G, 드론, 바이오, 자동차, 조선, 급기야는 반도체까지.

대체 그새 무슨 일이 이 나라에 있었던 것일까. 중국이 갑자기 우리 앞에 잰 걸음으로 치고 나가다니.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던 것일까.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 중국을 좇아가야 한다.

지금 전 세계의 나라들은 미래를 향해 숨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정치인들은 첨단 전자제품 전시회 CES 같은 데는 가볼 생각도 않고 국내에서 날새도록 당쟁 비슷하게 서로 삿대질이나 하고 있다. 완전 대실망이다.

이 나라에서는 누구도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가 없다. 과거를 뒤집느라 미래에 눈길을 줄 여유가 없는 듯하다. 과거의 구린내도 청소해야 마땅하지만 미래를 향해 대진군해야 할 때다.

어쩌면 미래로 가는 선두대열에서 우리는 이미 탈락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공지능(AI)만 해도 우리는 중국에 멀찌감치 뒤처져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최근 인공지능 투자 행정명령에 사인했다. 미국은 인공지능 기술자 100만명을 양성하기 위해 초등학교까지 발 벗고 나섰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예견하고 10만 양병설을 주장한 율곡 이이(李珥)선생처럼 미래를 열기 위해 10만 인공지능 엔지니어 양성을 부르짖어야 할 때다. 그래야 일자리도 늘고 나라 경제도 숨통을 틀 참이다.

그런데 … 눈씻고 봐도 이이(李珥) 같은 이가 없으니 나라 걱정에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마음은 심히 어지럽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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