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국가들의 상반된 역사인식
전범국가들의 상반된 역사인식
  • 이승훈 논설위원/정치학박사
  • 승인 2019.02.11 15: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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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논설위원/정치학박사
이승훈 논설위원/정치학박사

열네 살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위안부로 치욕의 삶을 사셨던 김복동 할머니가 최근 93세의 일기로 파란 많은 삶을 마감하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하늘에서는 나비처럼 자유롭게, 슬픔과 고통의 기억들을 모두 잊고 영면하시길 바란다.

한편으로 지금 순간도 위안부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자발적 참여라고 망언을 서슴지 않은 일부 위정자(爲政者)들의 역사인식에 슬픔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리고 지난 해 12월 20일부터 총 4회에 걸쳐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의 대한민국 해군 함정들에 대한 저공 위협 비행도 침략의도가 아니고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주권침해 행위이다.

이러한 역사부정 등 이웃나라들과의 마찰을 잘 알고 있는 메르켈 총리는 2015년 일본을 방문하여 “독일은 과거와 제대로 마주했다”고 뼈있는 말을 남긴 바 있다.

필자는 최근 약 30년 전에 통일을 이룬 독일을 비롯하여 유럽 몇 개국을 방문하여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역사의 현장을 살펴보았다. 여기에는 전후 전범국 독일이 피해국들에 보여준 반성과 참회의 장면, 그리고 조형물을 건립하여 그들의 죄과를 통렬히 반성하고 다시는 침략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진정어린 다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체코의 ‘테레진 유대인 수용소’를 찾아 나치 독일의 만행으로 약 3만 5천명이 희생당한 현장을 둘러봤다. 이곳에 있던 유대인 8만 8천여 명은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송되어 학살되었다고 한다. 전쟁 직후 이곳에 체코 정부가 기념관을 세웠고, 이후 이스라엘 정부가 희생자들을 기리는 위령탑과 묘지를 조성하여 당시의 참혹했던 순간들을 역사의 교훈으로 후대에 전하고 있다. 또한 2014년 5월 7일 당시 요아힘 가우크(Joachim Gauck) 독일 대통령은 이곳을 방문하여 전쟁가해국 독일의 만행을 참회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어 베를린 중심부의 브란덴부르크문 근처에 있는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Memorial to the Murdered Jews of Europe)’을 방문하였다. 여기는 축구장 두 배 크기의 면적에 관(棺)을 상징하는 직육면체의 잿빛 콘크리트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지하에는 박물관을 조성하여 약 300만 명의 학살된 유대인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데, 20세기 인류의 극악무도함을 보고 말았다. 이 같은 조형물이 설치되기까지 독일 내부에서 반대도 있었지만 독일정부는 “다시는 전쟁범죄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다짐하기 위해” 건립했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독일은 나치를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Hakenkreuz 갈고리 십자가 문양)’를 공공장소에서 전시․게시하면 ‘반헌법조직 상징물 금지법’에 의해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또한 독일 검찰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유대인을 보내는데 앞장섰던 자국의 전범들을 끝까지 찾아내 반인륜적, 반역사적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실제로 90세가 넘은 노인을 기소하여 징역형을 받도록 하였다.

이처럼 독일 정부가 지난날 전쟁범죄에 대한 속죄와 반성, 그리고 국제사회에 대한 다짐과 약속을 강력한 의지로 실천하고 있기에 전 세계는 독일에 대해 정상국가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늘날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일본은 어떤가? 전쟁에 패했지만 지금껏 패전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종전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전쟁범죄를 부정하고 반성하지 않은 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경제대국의 위상은 갖추었지만, 그들의 역사의식은 천박할 뿐만 아니라 졸렬하기까지 하다.

또한 일급전범이 묻혀있는 있는 ‘야스구니 신사’에 총리를 비롯하여 정치인들의 참배행위는 단골 뉴스가 된 지 오래다. 더욱 ‘욱일승천기’라는 전쟁 깃발을 자위대뿐 아니라 우익단체들의 집회에 활용하고 있는 사실을 상기할 때, 일본은 군국주의 망령을 되살리려는 의도가 분명 있는 것 같다.

이쯤에서 “과거 정리는 전쟁 가해국과 피해국 간 화해가 됐을 때 가능하다”라고 말하면서 우회적으로 아베정권에 과거사를 직시할 것을 주문한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 크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부단한 대화’라고 했듯이 화려하고 찬란한 기록뿐 아니라 감추고 싶은 기억, 추하고 불편하고 죄악시된 사실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스스로의 범죄행위를 사죄할 때 죄과를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같은 전범국이었던 독일과는 너무도 다르지 않는가? 세계가 인정하고 세계를 이끌어가는 리더 국가들은 역사인식부터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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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2019-02-12 10:23:33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