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2심 ‘비서 성폭력’ 3년6월 선고, 법정구속
안희정 2심 ‘비서 성폭력’ 3년6월 선고, 법정구속
  • 박어진 기자
  • 승인 2019.02.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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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적극적·명시적 유형력 행사”판결…무죄로 본 1심과 정반대
안, 최후 답변 없이 고개 떨궈
​​​​​​​김지은 “화형대의 마녀로 살아야 했던 시간과 작별”

수행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54)에게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됐다.항소심 재판부는 앞서 무죄로 결론낸 1심 판결 내용을 모두 뒤집었다.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서울 남부구치소로 가기 위해 <br>​​​​​​​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방송화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서울 남부구치소로
가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방송화면)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현직 도지사와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위력’을 행사해 성관계를 맺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안 전 지사의 지위·권세는 고발인 김지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위력이 존재는 했지만 행사되지는 않았다’는 1심 판결과 정반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는 지방 별정직 공무원인 김씨에 대한 임면·징계 권한을 갖고 있었고 김씨에게는 직무상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었다”며 “김씨가 최근접 거리에서 수행하며 안 전 지사를 절대권력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무형’뿐만 아니라 ‘유형’의 위력도 행사됐고,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부인한 김지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셈이다.

2017년 7월30일 러시아의 한 호텔에서 김씨에게 맥주를 가져오라고 한 뒤 간음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지위·권세가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무형적 위력에 해당한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안 전 지사가 김씨를 안고 침대로 데려가 옷을 벗긴 것은 적극적 유형력”이라고 밝혔다. 2017년 9월3일 스위스의 한 호텔에서 행해진 간음 혐의를 두고도 재판부는 “자신을 안아달라거나 침대에 데려간 점은 적극적·명시적 유형력의 행사”라고 했다.

이 사건 핵심 증거인 김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1심 판단도 항소심에서 뒤바뀌었다.

재판부는 김씨가 지난해 3월5일 언론을 통해 피해 사실 폭로를 감행한 배경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지내오다가 (김씨가) 폭로를 했는데, 당시 메시지 등을 보면 폭로의 경위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며 “안 전 지사에 대해 무고할 만한 동기나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이 역시도 1심 판결에는 담기지 않았던 내용이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진정한 피해자답지 않은 행동을 했다면서 김씨 진술을 배척했다. 피해를 입은 뒤에도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찾는 등 수행을 계속한 김씨 모습이 이상하다는 안 전 지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성정이나 상황에 따라 피해자의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며 “증거들을 보면 김씨의 진술은 충분히 신빙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피해자는 피해를 입은 즉각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위축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부정한 것이다.

반면 안 전 지사가 김씨 폭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죄송합니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입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해놓고 법정에 와서는 글의 의미를 부인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스스로 한 진술을 계속 번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전 지사가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피해 사실 폭로 이후인 지난해 2월25일 김씨에게 “요즘 미투에 대해 이야기가 많은데, 내가 너한테 상처가 된 걸 알았다. 미안하다. 괜찮니” 등 말을 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김씨 의사에 반해 성관계를 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사정”이라고 했다.

안 전 지사는 러시아 호텔 간음 혐의에 대해 ‘김씨와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성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고 자연스럽게 성관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김씨는 당시 업무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았고 구토도 했다”며 “김씨가 안 전 지사와의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피해 당사자인 김지은씨는 항소심 유죄 선고 직후 “안희정과 분리된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면서 “화형대에 올려져 불길 속 마녀로 살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지난 시간과의 작별”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받은 도움을, 힘겹게 홀로 증명해내야 하는 수많은 피해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면서 “말하였으나 외면당했던,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저의 재판을 지켜보았던 성폭력 피해자들께 미약하지만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도 했다.

이날 안 전 지사의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312호 형사 중법정은 선고를 보러온 시민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안 전 지사는 오후 2시20분쯤 자줏빛 목도리를 걸치고 법정에 들어온 뒤 피고인석에 앉았다. ‘항소심도 1심과 같은 결과를 예상하느냐’는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안 전 지사는 2시30분부터 3시50분까지 진행된 재판 내내 눈을 감은 채 선고를 들었다.

하지만 “징역 3년6월을 선고한다. 피고인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기에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구금하겠다”는 선고를 듣고서는 살짝 고개를 떨궜다. 재판이 끝난 뒤 안 전 지사는 서울 남부구치소로 향했다.

한편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2018년 2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4건, 강제추행 5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성폭력 특례법 위반) 1건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4월11일 기소됐다.

안 전 지사는 선고 직후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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