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11) 이별(離別)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11) 이별(離別)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9.01.30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 보내려는 이 시간 항아리에 술도 떨어지고

예나 이제나 이별은 슬픔이고 괴로움이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의 이별인들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말을 타고 직접 달려가거나 인편을 통해 안부를 묻거나 서찰(書札:편지)을 전달함으로써 비로소 자기 의사를 전달했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원시적인 통신 방법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당시의 상황이었고, 사회제도였다. 삼백리길을 마다하지 않고 말을 몰아 찾아온 두 연인이 밤새워 술을 마시고 나서도 헤어지기 싫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離別(이별) / 일지홍

떠날 차비 말머리를 다락 아래 매어 놓고

이제가면 언제 오나 오시는 날 물어 본다,

떨어진 술 단지 보며 꽃도 지고 새도 우네.

駐馬仙樓下       慇懃問後期

주마선루하      은근문후기

離筵樽酒盡      花落鳥啼時

이연준주진      화락조제시

 

임 보내려는 이 시간 항아리에 술도 떨어지고(離別)로 번역해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일지홍(一枝紅:?~?)으로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떠나려는 임의 말을 다락 아래에 매어 놓고 나서 / 이제 떠나시면 언제 오시려나 은근히 물어보네 // 임을 보내려는데 항아리에 술도 떨어져서 없고 / 꽃은 떨어지고 새마저 저렇게 슬프게 우는구나]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사랑하는 임을 보내며]로 번역된다. 이야기 한 마디를 구성해 본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삼백리길을 말을 몰아 달려온 사내가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서다. 두 연인은 술독의 술이 다 떨어지도록 밤새워 술을 마셨다. 이제 말머리를 돌려야 할 시간이다. ‘언제 또 오실거냐?’는 물음에 대답을 못한다. 임을 보내기 싫었지만 술항리에 술도 떨어지고 꽃 지고 새도 울었던 모양이다.

시인은 삼백리 머나먼 길을 찾아온 임을 보내지 못해 마음을 조이고 있다. 말을 다락 아래에 매어 놓고 옷자락을 부여잡고 통사정을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먼 길 떠나시는 임이 출출하지 않도록 술이라도 한 잔 더 권하고 싶은데 밤새워 마셨던 항아리는 비어있다. 뿐만이 아니다. 꽃도 지고 새까지 슬피 울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화자의 입을 빌어 시인은 평양에서 한 걸음에 달려온 임과 저녁 내내 술을 마시고 나니, 이젠 항아리엔 술마저 떨어지고 없음을 은근히 아쉬워한다. 아아! 떠나는 임을 어찌할까?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벌려 언제 오겠느냐고 물어보지만 기약도 못하는 임을 보내는 아쉬움에 사로잡힌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다락 아래 말을 매고 언제 올 지 물어보네, 항아리 술 떨어지고 새마져도 저리 우네’라는 상상력이다.

================

작가는 일지홍(一枝紅:?~?)으로 여류시인이다. 생몰연대와 그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한자와 어구】

駐馬: 떠나려는 말을 우선 메어놓다. 仙樓下: 신선한 다락 아래에. 慇懃 은근하게. 상대방 의중을 묻는 태도. 問: 묻다. 後期: 다음에 온다는 기약. // 離筵: 이별하는 자리. 樽酒盡:: 동이에 술이 그만 다 바닥나다. 花落: 꽃이 떨어지다. 鳥啼時: 새가 구슬피 울다. 또는 새가 우는 그 때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