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시끄러운 세상
언제나 시끄러운 세상
  • 문틈 시인
  • 승인 2019.01.23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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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시끄럽다. 신문은, 말 그대로 ‘새로운 뉴스’를 매일 펼쳐주는데 늘 그렇듯이 세상을 악령이 지배하는 것처럼 보여준다. 사건, 사고, 부정, 정쟁, 어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게 되는 소식이다. 우리가 소상히 기억하는 근현대사만 보아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세상은 왜 항상 시끄러울까. 한 마디로 말하면 사람들은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고 은연중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불변의 진실이다. 만일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세상은 악몽이 될 터이다.

세상은 구성원 모두의 이해관계로 갈등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것은 백년 전에도 백년 후에도 그러하다. 조용한 세상은 영원히 없다. 나는 공자가 요순 시대를 찬양한 것을 보고 의구심을 품었다. 그것은 그저 전해오던 한낱 전설에 지나지 않았을 본보기일 터다.

정권이 바뀐다고 조용한 세상이 올까. 광주가 시장이 바뀌었다고 기대하던 새로운 광주,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가 올까. 천만의 말씀이다. 정권이 열 번 스무 번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해도 결국은 시끄러운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존, 이해, 권력의 눈으로 세상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포용 국가가 되면 세상이 조용할까. 그것은 선의에 기초한 개념일지 몰라도 세상이란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질 수가 어렵게 돼 있는 마당이다. 국가는 국민들이 각기 다른 이해관계로 살아가는 갈등의 장에서 심판, 조정, 분배 역할을 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자연을 교사로 삼는 것이 세상을 조용하게 살 수 있는 법칙이라고 믿는다. 자연은 순리의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 이 세상에 있는 생명체든 무생명체든 지구라는 이 자연을 유지, 관리, 생성하는 데 자기 몫을 한다.

어느 것 하나도, 돌멩이 하나조차도 없어서는 안된다. 모기가 인간에게 해롭다고 해서 없애버릴 수 없다. 나무, 바위, 구름, 천둥도 꼭 필요한 것이고, 화산폭발도 없어서는 안되는 현상이다. 도무지 필요없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그것들은 지구를 존재케 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전설의 요순시대 비슷하게라도 만들려면 그가 누구이건, 잘나건 못나건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즉 자연의 순리를 본받아서 살아야 한다. 장미는 제가 가장 아름답다고 뽐내지 않고 질경이는 수레바퀴에 밟혀 지낸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노자가 근사하게 말한 무위자연(無爲自然).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다. 세상이 시끄럽다고 못난 놈 무릎 꿇리고 보기 싫은 놈 벌주면 조용해질까. 안 그렇다. 인간이란 존재는 본질적으로 이해관계라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 살아가면서 날마다 이 유전자의 깜박임을 체험한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렇다면 만인이 함께 사는 조용한 대동세상은 아득한 저 너머에 있는 환상일까. 시쳇말로 모두가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을’이 되면 된다. 남에 대한 배려 말이다.

이미 성현이 말했듯이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고,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다. 말하기는 쉽지만 이건 정말 어렵다. 오른쪽 뺨을 때리는데 왼쪽 뺨을 돌려대고 겉옷을 빼앗는데 속옷을 내주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일 것인가. 거의 불가능한 주문이다.

누구는 노자가 말한 무위자연의 한 소식을 ‘인간이 따라야 할 도덕적 표준’이라고 풀이한다. 자연은 만물이 살아있는 것끼리, 심지어 죽어 있는 것과도 더불어 서로 배려하고, 대동하는 천국을 이루어놓고 있는데, 그 자연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어찌하여 서로를 살적 대하고 만물을 해치며 지옥 속에서 살아가는 것일까.

내가 누구에게나 말과 행동이 피해가 되지 않도록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훨씬 조용한 세상이 될 터이다. 올 한해 한 걸음이라도 자연의 도덕적 표준을 생각해보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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