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계엄군의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해야”
“5.18 계엄군의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해야”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9.01.23 0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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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갑석 의원, ‘5.18 계엄군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위한 입법공청회’ 개최
전두환․노태우 국립묘지 안장될 수 없도록 법 개정 필요성도 제기 돼

[시민의소리=박용구 기자] 5.18 계엄군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취소해야 하고, 아울러 전두환․노태우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국가장법’의 일부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입법 공청회에서 제기됐다.

‘5.18 계엄군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위한 입법공청회’가 송갑석 국회의원 주최로 22일 오후 광주광역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렸다.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은 만큼, 또 공청회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천천히 따라가 볼 참이다.

이날 공청회는 송갑석 의원의 인사말, 국민의례, 축사, 발제, 토론 등의 순으로 2시간여 진행됐다.

송갑석 의원은 인사말에서 먼저 “2020년인 내년이 되면 5.18 4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은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이런 공청회를 해야 한다는 데 대해 자괴감이 든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이어 “1997년 대법원은 80년 5.18 당시 신군부의 광주진압을 내란행위자들의 국헌문란으로 판결했음에도 현재 5.18 계엄군 중 73명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되어 있고, 더구나 계엄군 사망자 대부분이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공청회는 5.18 계엄군의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위해 마련된 자리다”면서 “5.18 계엄군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근거인 법을 따져 보고, 필요하다면 법의 재개정을 논의하고자 한다. 이는 5.18의 실마리를 푸는 작은 시작이다“고 밝혔다.

‘5.18 계엄군의 국가유공자 지위를 박탈시키겠다’는 송 의원의 의지가 완곡한 표현 속에서 읽혀지는 대목이다.

5.18의 실마리를 푸는 작은 시작

이어진 축사에서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오늘 공청회는 역사 왜곡을 바로잡고, 5.18의 진상을 규명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등의 여러 의미를 가진 시발점이다”면서 “송갑석 의원이 이를 잘 감당해 나갈 수 있도록 광주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대표는 “이 자리가 광주를 바로 세울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5.18 가해자의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위해 시민사회도 투쟁과 운동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5.18 계엄군경 국가유공자 배제를 위한 법률 개정안’이란 주제로 발제를 시작했다.

민병로 교수는 국가보훈의 역사와 관련 “우리나라 보훈의 역사는 1950년 4월 14일 군사원호법(법률 제127호)을 시작으로 출발해, 1961년 7월 5일 이후 본격적인 각종 지원사업이 추진됐고, 1984년 8월 2일 기존의 원호관련 7개 법령이 통폐합된 국가보훈제도의 근간이 되는 ‘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종래 물질 지원 중심의 원호제도에서 희생과 공헌의 정도에 따른 합당한 예우이념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이어 “공청회에서 ▲현행법 하에서도 5.18 계엄군경의 국가유공자 배제와 국립묘지 이장이 가능한지 여부 ▲5.18 계엄군경의 국가유공자 배제와 국립묘지 이장을 위한 송갑석 의원이 발의한 관련 개정법률안 내용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 여부 등 세 가지 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 교수는 이들 세 가지에 대한 검토에 앞서 5.18 계엄군경의 국가유공자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군인 65명, 경찰 8명 등 총 73명이 5.18 계엄군경 국가유공자

현재 국가보훈처에서 파악한 현황에 따르면 군인 65명, 경찰 8명 등 총 73명이 5.18 계엄군경 국가유공자로 되어 있다. 이 중 심의를 거치지 않은 계엄군 국가유공자는 56명으로 전체 계엄군 국가유공자의 76%에 달한다.

송갑석 의원의 5.18 계엄군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 요청과 관련 보훈처는 “계엄군의 국가유공자 지정은 등록신청한 시점의 보훈관계 법령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이다”면서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어 있는 ‘5·18 계엄군’에 대하여 국방부 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해당자의 사망, 또는 부상에 관한 재심사 결과를 통보하면 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에서 재심사를 거쳐 대상 구분 변경을 포함한 국가유공자 해당 여부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방부는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5.18 계엄군 국가유공자에 대해 재심사를 하도록 권고, 또는 결정한 경우 절차에 따라 재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국방부의 입장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국가인권위는 권리 구제 기관으로서 재심 요청은 해당 결정이 당사자의 처우 구분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5.18 계엄군 국가유공자 지정 재심사 권고는 반대로 처우를 낮추어 줄 것 을 요청하는 것인 바, 국방부가 위법한 사실 여부를 규명하고 위법한 사실이 있다면 국방부에서 직권으로 재지정 요청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면서 “향후 설치될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진상규명 조사 후 5.18 계엄군 국가유공자 변경 결정을 하여 위원회에 재심 요청을 할 경우 이를 검토해보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답변을 보면 보훈처는 국방부에, 국방부는 국가인권위나 국민권익위에, 국가인권위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미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 총대는 매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중대한 흠결(欠缺)...현행법으로도 지정 취소 가능

이 같은 상황에서 ‘현행법 하에서 5.18 계엄군경의 국가유공자 배제가 가능한지’에 대해 민 교수는 먼저 “2012년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하여, 순직군경과 공상군경의 경우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 질병, 상이를 입은 경우’로 대상자를 축소했다”면서 “이 시기 보훈심사위원회가 종래의 5.18 계엄군경의 경우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에 해당하므로 국가유공자 지정을 취소하고 보훈보상대상자법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심사했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법원이 1997년 판결을 통해 ‘국헌문란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으므로, 계엄군의 행위는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3호(전몰군경), 4호(전상군경), 5호(순직군경), 6호(공상군경)에서 정한 적용대상 요건에 해당 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국가유공자법 제9조 제3항 2호에 의해 국가유공자 등의 요건 관련 사실에 중대한 흠결(欠缺)이 발생하여 국가유공자 등의 등록요건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 해당된다”면서 현행법으로도 지정 취소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다음으로 ‘송갑석 의원 법률개정안’과 관련 민 교수는 제8조(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의 등록 취소)의 신설을 주장했다.

민 교수가 제안한 제8조에 따르면 국가보훈처장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6조, 또는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등록된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보상대상자가 오로지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한 것이 원인이 되어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경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4조의 5에 따른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그 등록을 취소하고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 그 유족, 또는 가족을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또는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5.18 계엄군경의 국립묘지 안장 배제와 관련 민 교수는 “현행 법률에는 국립묘지에 매장되거나 안치된 사람의 시신이나 유골은 그 유족이 원하는 경우에만 국립묘지 외의 장소에 이장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면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7조(이장)의 신설을 주장했다.

민 교수가 주장한 제7조(이장) ③에 따르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4조의 5에 따른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보상대상자 등록이 취소되어 동법 제5조 ①항의 안장 대상자 자격을 상실한 경우 국가보훈처장이나 국방부장관은 그 유족에게 국립묘지 외의 장소로 이장하도록 해야 한다.

전두환․노태우의 국립묘지 안장 배제 위해 법 일부 개정해야

끝으로 민 교수는 전두환․노태우의 국립묘지 안장 여부와 관련 “김영삼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과 복권으로 다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을 수 있는 지위를 회복했다”면서 “이는 전두환‧노태우의 경우 국가장과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고 설명하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국가장법’의 일부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79조 제1항 2호(배제사유)에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사람’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사람이나 사면․복권된 사람’으로 바꾸자는 말이다.

또 국가장법 일부개정안 제2조(국가장의 대상자)에는 ▲전직ㆍ현직 대통령 ▲대통령당선인 ▲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 등으로 되어 있는데, 제2조의 2(이 법 적용대상으로부터의 배제)를 신설해 제2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9조 제1항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배제를 하자는 말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정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은 “송갑석 의원에 따르면 5.18 계엄군 국가유공자 73명 중 56명이 심의절차도 없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되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면서 “만약 그와 같은 심사 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면, 당연히 기존의 권리를 소급적으로 박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심의절차를 거쳐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경우라 하더라도 5.18 계엄군의 업무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은 명백하기에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항 2호에 의하여 소급적으로 그 혜택이 박탈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5.18 계엄군의 국가유공자 이익 소급 환수 위해 현행 법령 개정 불가피

아울러 그는 “2012년 이전에 심의절차를 거쳐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경우는 재심의 결과 등록이 취소되더라도 등록시로부터 소급하여 권리가 소멸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5.18 계엄군의 국가유공자 지정으로 인하여 이미 향유한 이익들을 소급적으로 환수하기에는 현행 법령의 개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음 토론자로 나선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국방부를 향해 “5.18진상규명의 의지는 물론 국군의 위상을 올바로 정립하는 태도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국방부의 태도여야 한다”면서 “국방부가 스스로 나서서 5.18학살의 책임자와 가해군인들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취소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차제에 5.18관련법을 정비하여 적폐청산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5.18의 왜곡과 폄훼를 방지하고 차단하는 ‘5.18왜곡방지법’을 제정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공청회는 국방부와 보훈처에서 참석한 토론자들이 말을 너무 아껴 아쉬움을 남겼다.

조소영 국방부 인권담당관은 “오늘 공청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관련 부서와 논의해보겠다”고 말한 뒤, “차후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지가 있다”고 간단히 말했다.

이동희 보훈처 과장은 “특정대상의 구체적인 권리를 박탈하는 내용의 조문을 일반법인 국가유공자법이나 보훈보상대상자법에 규정하는 것이 법체계상 적합한 것인지, 또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법률안의 경우 작전 중 부상․사망한 사람의 권리를 소급하여 박탈하는 내용이므로 신중한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국회에서 입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짧게 말했다.

‘5.18 계엄군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여론이 높은 가운데 이번 공청회를 계기로 5.18계엄군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위한 법개정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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