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은 인간 윤리를 바르게 가르친다. 사서삼경을 비롯해서 대체적인 외과서(外科書)들도 한결 같은 가르침은 인간 윤리에 기본 바탕을 둔다. 인간의 기본윤리를 모르고는 인간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학이나 명심보감, 심지어는 천자문까지도 인간의 기본 교훈을 기초로 가르치고 있다. 이런 윤리의식을 시문으로 일굴 때 그 내용이 교훈적인 사상을 담고 있었으니 서정성보다는 교훈성 시문이 무르녹는다. 교훈적인 내용을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偶吟(우음) / 일암 신몽삼
옳고 그름 돌아 볼 줄 알아야 하는데
남의 장단 시비랑 말하지들 말아야지
잎 지듯 생각 떨치고 착한 마음 길러야지.
心有是非知己反 口無長短及人家
심유시비지기반 구무장단급인가
消除惡念霜前葉 培養善端雨後茅
소제악념상전엽 배양선단우후모
서리 앞에 잎 지듯이 나쁜 생각 떨어내고(偶吟)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일암(一庵) 신몽삼(辛夢參:1648~1711)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내 자신의 옳고 그름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하고 / 남의 장단 이러니 저러니 말하지도 말아야지 // 서리 앞에 잎 지듯이 나쁜 생각을 털어내고 / 비온 뒤에 띠(풀) 자라듯이 착한 마음 길러야지]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그냥 한번 우연히 읊음]으로 번역된다. 시인은 주희와 이황의 학문에 취하여 몰두했다. 학덕과 인품이 훌륭하여 조정에서 여러 번 천거를 받아 ‘황산도찰방, 익위사세마’ 등에 임명되었지만 나아가지 않았다.
우리 인간은 자기 옳고 그름을 알지 못하고 남의 장단을 이러니저러니 먼저 말하는 경향이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의 적절한 비유법 두 가지를 만나게 되는데 [서리 앞에 잎 지듯이, 비온 뒤에 풀 자라듯이]라는 직유법이 그것이다. 내 자신의 옳고 그름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하고, 남의 장단 이러니 저러니 말하지도 말아야지 한다. 자기의 나쁜 생각을 떨쳐버리고, 착한 마음을 길러야 된다고 가르친다.
남송대의 주희 학문의 원류가 그렇고, 이 학문의 맥을 정통으로 이어받는 퇴계의 학문 또한 인간 윤리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가르친다. 서리 앞에 잎 지듯이 나쁜 생각을 떨어내고, 비온 뒤에 띠(풀) 자라듯이 착한 마음 길러야겠다고 가르친다. 예나 이제나 선한 생각으로 행동하라는 가르침은 모두 같았던 것 같다. 이 시는 평상시 생각하고 있던 바를 서술한 순수 교훈시(敎訓詩)의 성격이 짙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옳고 그름 볼 줄 알고 남의 장단 시비 멈춰, 나쁜 생각 털어내고 착한 마음 길러야지’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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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일암(一庵) 신몽삼(辛夢參:1648~1711)으로 조선 후기의 성리학자이다. 외숙인 송정현, 신민행에게 수학하였고 1675년(숙종 1) 생원에 합격하였다. 이후 과거에 뜻을 두지 않고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하였는데, 특히 주희와 이황의 학문에 몰두하였다. 저서로 <일암집>이 전한다.
【한자와 어구】
心有: 마음에 두다. 是非: 옳고 그른 것. 知己反: 자기를 돌아볼 줄 알다. 口無: 입으로 ~하지 말라. 長短: 장단점. 及人家: 다른 사람에 미쳐서는. // 消除: 떨쳐버리다. 惡念: 나쁜 생각. 霜前葉: 서리 앞에 낙엽 지듯. 培養: 배양하다. 善端: 선한 일. 雨後茅: 비온 뒤에 띠가 자라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