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할머니들의 배움,‘시인 할매’ 2월 다큐멘터리로 개봉
곡성 할머니들의 배움,‘시인 할매’ 2월 다큐멘터리로 개봉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9.01.16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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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풍파 詩가 된 할매 7인’ 3년 전 ‘詩집살이’발간…한글 공부·시 창작과정 조명
DMZ국제다큐영화제 ‘호평’…곡성 사계 영상도 선보여

곡성군 입면 서봉리 탑동마을 할머니들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영화 ‘시인 할매’가 다음 달 개봉된다.

윤금순 할머니의 시 '눈'의 한 구절이 담겨있는 영화 '시인 할매' 포스터.
윤금순 할머니의 시 '눈'의 한 구절이 담겨있는 영화 '시인 할매' 포스터.

이종은(47) 감독이 연출한 장편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다. 오는 2월 중순 전국에서 동시에 상영된다.
이 감독은 지난 2016년 곡성 할머니들의 신문 기사를 본 뒤 이를 영화로 제작하기로 마음 먹었단다.

평균 나이 84세인 김막동·김점순·박점례·안기임·윤금순·양양금·최영자 등 곡성 할머니 7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김선자(48) 작은도서관 관장의 지도를 받았다. 한글을 깨친 후 삶의 연륜이 담긴 시를 써서 지난 2016년 첫 시집인 ‘시(詩)집살이’라는 공동시집을 펴냈다.

‘시(時)집살이’에 이어 2017년 ‘눈이 사뿐사뿐 오네’를 펴내기도 했다. 세상 풍파를 이겨낸 할머니들의 오롯한 감성이 스멀스멀 시집에 배어있다.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윤금순(82) 할머니의 시 ‘눈’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도 못한 채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야 했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할머니들의 애환도 실려 있다.

할머니들의 영화스토리는 어쩌면 ‘배움’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려운 가정형편 땜에 배움의 기회를 잃었고, 그래서 글을 몰라 서러웠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 석 자 적을 줄 몰랐다는 데서다. 손주들이 글을 물어보면 어쩔 줄 몰랐던 할머니로서의 위상 때문에서라도 그들은 글을 배우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곡성의 작은 마을도서관에 모였다. 김 관장의 지도하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고달픔 속에서도 시를 쓰고, 삶을 노래하고, 세월을 읊는 소녀의 기분으로 세월을 참아내면서 말이다.

곡성 탑동마을 할머니들이 이종은(뒷줄 가운데) 감독과 함께 지난해 열린 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시인 할매’ 상영회에 참석한 모습.

이런 시를 감성으로 표현한 할머니들은 만나고 싶어 이 감독은 제작진과 함께 곡성으로 향했다. 탑동마을회관에서 숙식하며 할머니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해 열린 ‘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영화를 공개했다. 다음 달 2월에는 할머니들과 함께 영화 시사회를 갖는다. 
영화 속에는 벽화로 그린 탑동마을의 풍경과 곡성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이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곡성의 산골 마을에 사는 만학도 할머니들이 동네를 아름답게 치장하기 위해 벽화를 그리고 있다. (사진= '시인 할매' 티저 영상)

영화는 시 속의 주름진 인생과 순수한 마음을 써내려가면서 아등바등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느림의 미학’이라는 교훈을 준다.

시골풍경으로 아름답게 채색되는 할머니들의 일상은 그래서 그런지 더욱 관객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어루만져준다.

그러니까 ‘시인 할매’는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시 한 구절을 따스한 감성으로 담아낸 ‘ 티저 포스터’도 공개했다.

푸릇푸릇한 나무 뒤에 자리 잡은 담벼락, 그리고 그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할머니들의 사랑스러운 그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설프지만 미소를 짓게 만든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시인 할매’는 젊은 세대부터 노년층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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