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 장수, “징할 정도로 경기 안좋당께”
군고구마 장수, “징할 정도로 경기 안좋당께”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9.01.14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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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주인도 ‘경기침체’하소연…광주민심 바로미터 될 둣
문재인 정부 ‘경제 활성화’ 호남민 간절함 절절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매출이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제.”

학동 전남대병원 맞은 편에서 14년째 고구마 장수를 하는 영세상인이 화톳불을 지피며 고구마를 굽고있다
1봉지에 5천원 짜리 두 개를 팔고 돈을 받는 군고구마 장수

13일 저녁 선배와 함께 광주의 오랜 전통시장으로 유명한 남광주 시장을 찾았다. 지난해 시장 일부분을 허물고 신축한 건물에 입주한 식당이 겨울철 음식인 ‘대구탕을 잘한다’는 입소문이 퍼졌기에 약속이나 한 듯 찾았다.

일요일 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맞이 하느라고 바빴다는 식당 주인의 말이 살갑게 들려왔다. 요즘 최저임금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남은 게 별로 없어 자신의 두 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단다.

직장인이나 손님들에게 값이 싸면서도 맛있게 요리를 한다고 자신감 있게 말한다.

소위, 괘미(감칠맛)가 나게 육수를 제대로 끓이기 때문에 대구탕뿐만 아니라 다른 생선탕도 맛있다고 자랑한다.

"자매에게 일한 만큼 봉급을 주느냐"고 여쭸더니 “당연히 노임을 줘야 되는 게 아니냐”고 대꾸한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 어려운데 최저임금 때문에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힘들어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이왕 장소를 옮겼으니 장사가 잘돼야 할 텐데'라는 중얼거림 속에는 못내 아쉬움이 남겨져 있다. 거기엔 ‘경기가 되살아났으면 하는 희망’이 숨어있는 듯하다.

광주시 학동 전남대병원 맞은 편에서 14년째 장사를 한 영세상인이 화톳불을 지피며 고구마를 굽고있다

전통시장에 들른 김에 남광주 시장 바로 옆 전대병원 응급실 반대편에 자리한 군고구마 장사에게로 발길을 돌렸다. 
두 사람이 다가서자 군고구마 장수는 장작을 집어넣으며 난로 속 화톳불을 살리려 한다. 고구마 굽는 통을 열어 제친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10분 내지는 15분 정도 기다려야 군고구마를 사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왜냐구”물었더니 “손님이 점차 끊기는 저녁 9시가 되다보니 집으로 돌아갈려는 참이었다”고 미안한 듯 말한다. 지금 고구마를 구울 테니 익을려면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광주시내 어디를 둘러봐도 군고구마 장수는 그다지 흔치않다. 과거 이곳에서 군고구마를 살 때도 그랬는데 기다려달라는 주문이다.

어쩔 수 없이 옛 추억을 더듬는 군고구마를 산 뒤 집으로 가 가족과 함께 먹고 싶다는 욕심에 “그러자고”고 했다. 그래서 남광주 시장 일대를 한 바퀴 돌고는 군고구마 장수에게로 다시 갔더니 60줄에 가까운 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와~우 저희들이 들렸다 가면 장사가 잘된 곳이 많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는 “요즘 장사는 어떠냐”고 대뜸 물었다.

“경기 침체가 오래되다 보니 군고구마 매출도 지난해 절반 밖에 되지 않아요...” “어느 정도 파느냐”고 꼬치꼬치 물었다.
“손님들이 별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징하게도 경기가 안좋당께”라고 대답했다. 지난 14년 동안 이 자리에서 고구마를 구워 팔았음에도 예전만 같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옛추억을 더듬는 고무마를 사기위해 기다리는 손님
옛 추억을 더듬는 군고구마를 사기위해 기다리는 손님

해남에서 고구마를 가져다 계속해서 팔아왔고,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다 보니 단골손님이 늘면서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웬만한 가계보다 낫겠다 싶었다. 하지만 군고구마 장수의 활기 없는 대답을 듣다보니 필자도 맥 빠진 느낌이다.

비단 군고구마 장수 뿐 만 아니라 자영업자 모두가 살기 팍팍하다고 난리 법석이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올들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서는 적폐청산도 좋고, 개혁·혁신도 좋다.

그 보다 중요한 건 국민 모두의 바람인 경제를 살려내는 것이다. 
광주의 민심도 문재인 정부로부터 멀어져 간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
군고구마 장수의 알 듯 말 듯 한 “경기가 장난이 아니다”읊조림은 결코 가벼이 넘겨서는 안될 ‘호남민심의 바로미터’가 아닐 런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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