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만 남은 광주 문화도시
껍질만 남은 광주 문화도시
  •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 승인 2019.01.10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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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공약을 통해 문화수도론이 화두에 올랐고 이것이 문화중심도시로 정착되었다. 이에 따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만들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는 장기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이제 그 프로젝트도 2023년까지 완성키로 했는데 불과 5년여 남았다. 그 기대만큼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런가하면 한중일 문화관광부 장관의 회의를 통해 아시아지역 문화도시 육성 차원에서 동아시아문화도시 선정이 있었다. 치열한 국내 도시간 경쟁을 통해 한국에서 첫 도시로 광주가 2015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취안저우, 일본은 요코하마였다.

또한 광주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창의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빛의 도시 빛고을 광주라는 이름값 덕분에 광산업도시로 떠오르고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미디어아트 창의가 만발하는 도시가 되기를 바랐다. 기대만큼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디어아트작가들이 활동하고 일부 미디어아트 작품이 발표되고 있다. 그럼에도 광주를 미디어아트 도시라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그동안 광주는 예향의 도시라 했고 이게 문화도시로 이름 붙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광주시나 지역 문화단체들의 활동을 보면 문화도시에 걸맞은 프로그램이나 도시 전체적인 문화브랜드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현실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부터라도 새출발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한다면 그것 또한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노력을 기울일만한 시스템이 있냐는 것이다. 광주문화재단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기관협의회가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지 걱정스럽다. 지난 2013년 결성 이후 지난해 11월 10번째 광주문화기관협의회 대표자회의가 열렸다. 1년에 두 차례씩 열린 셈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14개 기관 대표들은 ▲호남권 문화인물들의 창조과정 전시 ▲창조조합결성 및 ACM파트너스데이 ▲광주문화기관 디렉토리 북 발간 ▲광주문화기관 정례포럼 ▲재중광주문화관 건립 및 운영방안 연구 ▲기관 직원 대상 미디어 직무교육 ▲지역문화재생 전략모색을 위한 정책세미나 ▲5월 평화축제 등 다양한 협력사업을 제안했다.

앞으로 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운영위원회에서 예산 등 실무적 검토를 거쳐 추진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들 사업들의 개요를 들여다보면 낱개로는 참으로 훌륭한 사업들이다. 그러나 광주의 비전과 연계하는 총체적인 구심점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2018년 11월 21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문화기관협의회 참석한 대표자들이 회의를 마치고 기념촬영 모습
2018년 11월 21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문화기관협의회 참석한 대표자들이 회의를 마치고 기념촬영 모습

지난 2017년 광주시의회의 한 의원이 광주문화기관협의회가 기관별 행사나 일정을 공유하고 돌아가면서 참여해 주는 일종의 품앗이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그리고 1년쯤 지났으니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10차 대표자회의의 내용을 볼 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광주문화기관협의회 정책포럼도 결국 낱개 포럼이었다. 2017년 포럼에서는 2개의 기조발제에 이어 ‘광주문화기관 간 상생을 위한 협력’을 주제로 한 8개 기관의 발표를 보면 각자 자기 기관의 중요 정책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다. 상생은 느껴지지 않았다. 2018년에는 그마저 없었다. 유네스코 미디어아트창의도시 정책포럼으로 대체한 듯 하다. 지난 5년 동안 이러한 정책포럼을 했다면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를 위한 큰그림 하나 정도는 나와야 할 텐데 그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완성’ 이전인 2022년까지 30개의 법정문화도시를 지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문광부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을 활성화하고 주민의 문화적 삶을 확산하기 위한 법정문화도시 조성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해 말께 10개의 도시가 법정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승인받았고 1년간의 예비사업을 거쳐 올해 연말 최종 5~10개의 도시가 선정될 예정이다. 문화도시 조성계획이 승인된 지자체 10곳은 대구시, 경기 부천, 강원 원주, 충북 청주, 충남 천안, 전북 남원, 경북 포항, 경남 김해, 제주 서귀포, 부산 영도구 등이다. 지역별로 문화자원과 고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특성화된 문화도시 비전과 사업계획을 제시했다고 한다.

새로운 리듬을 만드는 문화도시(대구), 생활문화도시(부천), 창의문화도시(원주), 철학문화도시(포항), 노지문화도시(서귀포), 문화독립도시(천안), 소리문화도시(남원), 예술과 도시의 섬(영도구) 등이다.

이 같은 법정문화도시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전국의 지방정부 누리집에 들어가 보면 문화도시를 강조하고 문화정책을 지역의 화두로 삼는 곳이 부지기수이다. 그래서 안타깝다. 문화중심도시 광주는 이제 껍질만 남을 것 같다는 우려가 나 혼자만의 기우일까. 문화부시장을 필두로 하는 문화도시 그랜드비전을 수립하기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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