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08) 망실천장후유음(亡室遷葬後有吟)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08) 망실천장후유음(亡室遷葬後有吟)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9.01.08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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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생 짝이었거늘 한 사람이 황천으로 가니

사람은 남녀가 한 짝을 이루어 살아가게 되어 있다. 이것은 하늘과 땅의 이치인 음양(陰陽)의 원리다. 날아다니는 새나 들짐승조차도 혼자 다니지는 않는다. 반드시 짝을 맞추어 살아가고 짝과 함께 먹이를 찾는다. 번식이란 욕구에 따라 새끼를 낳아 기른다 해도 일정하게 자라면 그 자식들도 짝을 만나 제 둥지를 틀게 되는 것은 정한 이치다. 나는 새도 겁을 먹고 무서워했다는 삼정승을 지낸 과객이었지만 아내를 잃고 슬퍼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亡室遷葬後有吟(망실천장후유음) / 약천 남구만

한 평생 짝이었거늘 한 사람 황천 가고

인간만사 지금 와서 꿈속에만 못하구나,

띠풀 집 몸을 누이니 창문 때린 풍우 소리.

百年佳瑀一黃壚      萬事于今夢不如

백년가우일황로      만사우금몽부여

慟哭歸來臥茅屋      滿川風雨打牕虛

통곡귀래와모옥      만천풍우타창허

 

한 평생 짝이었거늘 한 사람이 황천으로 가니(亡室遷葬後有吟)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1629~1711)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한 평생 짝이었거늘 한 사람이 황천 가니 // 인간 만사 지금 와서 꿈속만도 못하구나 // 통곡하며 집에 돌아와서 띠풀 집에 몸 누었더니 // 시내 가득 불던 풍우 빈 창문을 때리는구나]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아내가 죽어 장사지낸 후에 읊음]로 번역된다. 신라 흥덕왕 때의 일로 기억된다.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사람이 앵무새 한 쌍을 가지고 돌아와 왕에게 바쳤다. 오래지 않아 암컷이 죽자 홀로 남은 수컷이 슬피 울기를 그치지 않았다. 왕이 사람을 시켜 앞에 거울을 달게 했더니 거울 속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고 짝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거울을 쪼다가 그것이 그림자라는 것을 알고 슬피 울다가 얼마 후에 죽었다는 일화가 있다.

부부가 백년해로 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흔하다. 한 평생 짝이었거늘 한 사람이 황천을 가니 인간 만사 지금 와서 꿈속만도 못한다고 했다. 대부분 남자가 먼저 가면 여자는 홀로 살아가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여자가 먼저 떠나는 경우가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각자 주어진 자기의 운명이기 때문이리라.

화자는 함께 했던 부인()이 황천으로 가고 없으니 모든 인간사가 꿈속만도 못하다는 회상에 젖는다. 부인을 장사지내고 띠풀 집에 몸 누었더니 시내 가득 불던 풍우 빈 창문을 때린다는 회상이다. 아내가 먼저 떠난 인생무상의 한 단면의 그림이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평생 짝이 황천가니 인간 만사 꿈 속 같아, 띠풀집에 몸 누이니 불던 풍우 빈 창문만이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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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1629~1711)으로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호는 약천(藥泉), 미재(美齋)이다. 1656(효종 7) 문과에 급제하고 우의정, 좌의정, 영의정을 지냈으며 소론의 거두로 활약하였다. 문사와 서화에도 뛰어났으며 저서에 <약천집>이 있다.

한자와 어구

百年: 백년, 한 평생. 佳瑀: , 배우자. 一黃壚: 한 사람이 황천 가다. 萬事: 모든 일. 于今: 지금에. 夢不如: 꿈만 같구나. // 慟哭: 통곡하다. 歸來: 돌아오다. : 눕다. 茅屋: 띠풀집, 초가집을 뜻함. 滿川: 시냇가에 물이 가득하다. 風雨: 바람과 비. : 때리다. 牕虛: 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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