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텍 단식농성장에서 박승렬 NCCK 인권센터 소장을 만나다
파인텍 단식농성장에서 박승렬 NCCK 인권센터 소장을 만나다
  • 조선호 객원기자
  • 승인 2019.01.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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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일 넘는 고공농성 방치는 죽으라는 것 아닌가”

“새들도 집을 짓지 않은 곳에서 400일 넘는데도 방치하는 것은 죽으라는 것 아닌가? 우리 사회가 이러면 안 된다.”

“400일 넘은 장기 농성으로 겨우 합의한 노사 간의 합의를 사측이 지키지 않아 해고상태인 노동자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이제 남은 5명의 노동자들이 죽을 수 없어 굴뚝에 올라 또 다시 400일이 넘는 굴뚝농성을 진행 중이다. 바람이 거세 새들조차 집을 짓지 않는 높이에서.......”

이런 참담한 사태를 맞아 종교시민사회의 뜻있는 분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차광호 지회장이 단식을 시작한지 7일째 되는 날 시작된 단식은 21일째를 맞고 있다. 19일째 되는 날, 사태해결을 위한 종교시민단체 연대 단식에 참가하고 있는 박승렬 목사를 만났다. 박승렬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소장이며 한우리 교회 목사로 재직 중이다.<필자 주>

좌로부터 박래군 인권재단 소장, 박승렬 목사, 나승구 신부, 송경동 시인, 차광호 지회장
좌로부터 박래군 인권재단 소장, 박승렬 목사, 나승구 신부, 송경동 시인, 차광호 지회장

▲현재 동조 단식 상황과 노사 간 협상은 어떻게 되어 가는지 말씀해 달라.

- 문제해결이 안 되는 노동자들이 답답함으로 인해 2017년 11월 굴뚝에 다시 올라갔으나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 죄스러움과 답답함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참여했다. 노사 양측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4차례의 협상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였으나, 별반 소득이 없는 상태다.

현재 고용을 해 달라는 사람은 5명이다. 이전 180여명의 노동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이제 5명만 남았다. 그러다 보니 관심도 적고, 회사는 폐업으로 없어져 파업의 효과도 미약하다. 사태해결을 위한 책임은 김세권이란 사람에게 있는데, 그 사람은 이런 일이 발생하면 사측의 전형적인 대응방식대로 뒤로 빠진 다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장기화 되고 있는 것이다.

차광호 지회장이 청와대에서부터 오체투지로 이곳까지 와서 단식 중인데 여론의 반응도 시원치 않다, 사람이 없다보니 당시 지회장이던 차 지회장이 단식을 하고 현 지회장은 굴뚝에 올랐다.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면 사태가 해결되리라 본다.

이번에 우리가 단식하고 농성하니 사측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지난달 26일 1차, 27일 2차, 3차 비공개, 4차 엊그제 협상을 진행하였으나 여전히 평행선이다.

김세권은 파인텍을 만들었고, 2015년 당시 서면협상안을 만든 당사자인데 마지못해 협상장에 나오긴 하지만 최소한의 면피만 하겠다는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노조 측 이야기의 핵심은 당신의 말을 믿지 못하겠으니 김세권(2015년 당시 당시 파인텍 사장)의 책임 있는 서명을 해 달라는 것이고, 사측은 책임질 일이 없다고 한다.

새들도 집을 지을 수 없는 곳, 목동 열병합 발전소 굴뚝에선 410일째 농성이 진행 중이다.
새들도 집을 지을 수 없는 곳, 목동 열병합 발전소 굴뚝에선 410일째 농성이 진행 중이다.

▲협상에 응하도록 촉구하면 될 거 같은데, 동조 단식까지 함께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 지금까지 자본의 무책임함은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고, 그 폐해는 우리의 어두운 그늘이었다. 이번 연대 농성은 이제 얼굴을 가진 자본이 되라는 요구이다.

굴뚝 위의 사람들을 어쩌자는 것인가? 400일을 넘긴 이 상황, 이를 방치하는 건 우리 사회가 부끄러운 짓을 하는 것이다.

국민이 억울한 일로 400일 넘게 고공 농성이 진행되고 있는 이 비상한 사태에 국가가 나서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노사 간의 문제’라고 보면서 관료들이 방치하거나 소극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더욱 장기화 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제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하여야 한다. 장기 분규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책과제를 선정하여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정부라고 한다면 장기 분규 사업장에 대해 해결을 주문하고 공무원에게 정책과제로 주어야 그나마 해결될 기미라도 있을 건데, 이렇게 방치 하는 듯한 태도로는 사태를 해결 할 수도 없고 정부는 자본 편만 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번 문제가 노사 간의 문제이지만 우리 사회가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 본다.

자본주의는 더욱 발전되어 갈 것이고 노사 분쟁은 계속될 것인데, 몸뚱이만 가진 노동자들이 대다수이고, 대부분 사람들이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이곳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70년대 암울했던 시기 기독교가 노동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산업선교’를 표명하고 앞서 싸워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된다. NCC 소속 목사로서 기독교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

- 기독교의 경우 노동을 중시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반적으로 형식적 민주주의에 관심은 높으나 경제민주화 등의 구체적 생활의 문제에는 접근하고 있지 못하다. 기독교 전체적 입장에서 아직 노동운동에 대한 조직이나 대책이 미비하지 않는가? 이미 새로운 상황에 맞는 새로운 대책이 마련되었어야 하는데 갈수록 보수화되고 노동 문제는 외면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단식 19일째 몸 상태는 어떤지? 많이 힘들진 않은지?

- 기운이 많이 빠지고 힘이 든다. 나나 같이하는 신부님도 주일이면 목회 등의 고유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래군 씨도 인권운동으로 매우 바쁜 사람인데 안할 순 없어서 일을 처리하며 단식 중이어서 걱정이고, 송경동 시인은 단식을 안했어야 하는데....... 실무역할을 하다보니, 단식하면서 2~3시에 자고하니 상황이 많이 힘들다.

사회 제 단체에서 결합하기 쉽도록 자신부터 시작하면서 규합해 나가겠다고 한 것인데 독박을 쓰는 현실인 것 같다.

우리보다도 27일째 단식 중인 차광호 지회장이 가장 힘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이나 교인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 한국 교회가 이런 문제에 둔감해 외면하지는 않지만 소극적이다.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닌 지지와 기도회 정도이다. 해결을 위한 확실한 돌파구가 필요하다.

또한 공식적인 종교계의 대표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탄의 의미가 가장 낮은 자에게 임하시는 하나님이라는 고백으로 기쁜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 갑갑하기만 하다.

한편,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이 굴뚝 농성 421일 차인 6일 무기한 고공 단식에 돌입했다”고 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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