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관광입국 일본’을 실감하다
도쿄에서 ‘관광입국 일본’을 실감하다
  •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07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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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도쿄를 다녀왔다. 야스쿠니 신사, 메이지 신궁, 동경국립박물관 등을 구경했다. 무엇보다 충격은 ‘관광입국 일본’을 실감한 점이다.

1일 오후 1시에 나리타공항에 내렸다. 통로를 걸어가면서 영어·한글·중국어·일본어로 적힌 “잘 오셨습니다.”라는 글귀를 보았다.

나리타 공항의 환영 안내문

조금 더 가니 ‘Welcome to Japan’이 각 나라 말로 적혀 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歡迎 Velcommen 어서 오세요 ... ”

그리스 아테네 공항에도 이런 안내판이 있었는데.

각국 언어로 적힌 ‘환영’ 안내문

입국 심사를 마치고 별도의 짐 검사 없이 ‘휴대물품 신고서’를 세관원에게 건넸다. 여권을 확인한 세관원은 저희 가족에게 한국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조금 당황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일본어로 무엇인지를 몰라서 “Happy New Year”로 응답했다. 아무튼 기분이 좋다. 대접을 받은 느낌이다.

이것이 바로 외국인 관광객 3천만 시대를 달성한 일본의 관광 전략 NO.1 ‘오모테나시(ぉもてなし: 환대)’이다. “성심(誠心)으로 환영하라. 관광객의 마음을 움직여라.”

나리타 공항에서 아사쿠사 역까지 1,290엔을 내고 특급열차를 탔다. 아사쿠사 관광안내소에서 ‘도쿄 지하철 3일 승차권’을 1,500엔에 구입했다. 이 승차권은 도쿄 메트로의 9개 노선과 도영 지하철 4개 노선을 구입 시간부터 72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지하철 한 구간이 최소 180엔인데 하루 내내 지하철을 타도 500엔(5천4백 원)이니 너무 싸다. 더구나 지하철을 탈 때 마다 표를 구입하는 불편함도 덜 수 있다.

관광안내소에서는 한글로 된 ‘도쿄 메트로 가이드’ 브로슈어를 주었다. ‘지하철노선도’가 한글로 적혀 있어 여행 내내 가지고 다녔다. 나중에 보니 지하철역에 86페이지짜리 ‘한국어 도쿄 여행 가이드’도 비치되어 있었다.

‘도쿄 메트로 가이드’ 브로슈어
한국어 도쿄 여행 가이드

호텔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였다. 그런데 종업원은 체크인을 전산으로 한다. 전산기에 사인하고 돈을 입금하니 영수증과 식권이 나온다. IT 기반의 디지털 경제가 호텔에 도입된 것이다.

또 놀란 것은 그 날 저녁 히가시 긴자 역 근처의 이자카야에서 저녁식사를 주문할 때였다. 종업원을 불렀더니 종업원은 식탁에 있는 태블릿 PC로 음식 주문을 하라고 한다. PC에는 한글 메뉴판이 있었다.

2일 저녁 시부야의 초밥 집에서는 더 놀랐다. 완전히 전산화 되어 있다. 테이블에 앉아서 PC 화면을 통해 초밥을 주문하면 자동으로 배달이 된다. 초밥집인지 PC방인지 구분이 안 된다. PC만 보고 밥을 먹으니 조금 삭막했다.

시부야 초밥집의 1인용 테이블

하라주쿠를 갔다. 러일전쟁의 해군 영웅 도고 헤이하치로를 모신 도고 신사를 보고나서 화장품 파는 가게에 들어갔다. 외국인은 5천 엔 이상 사면 ‘소비세 8% 면세’라고 적혀 있다. 선크림과 마스크를 사니 1만 엔이 넘었다. 종업원은 여권을 확인하고 소비세 800엔을 면세해준다. 그러고 보니 투숙한 호텔 옆 약국, 편의점(패밀리 마트)도 면세 표시가 붙어 있다.

일본은 물품에 따라서는 한국보다 더 싸다. 아내는 시부야 유니클로에서 와이셔츠를 1개당 1,290엔에 8개 샀다. 한국에서는 와이셔츠가 3만원이 넘는다면서 싸게 샀다고 좋아했다.

한편, 공공장소에서는 무료 Wi-Fi가 된다. 아들은 지하철에서, 동경국립박물관에서 카톡과 뉴스를 자주 보았다. 필자도 출국하면서 나리타공항에서 ‘넥슨 매각설’ 뉴스를 검색했다.

관광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편하고 실속 있고 즐거우면 된다.

일본은 2014년 외국인 관광객이 1,342만 명으로 한국의 1,420만 명 보다 적었다. 2015년부터 일본은 ‘관광입국 일본’을 내걸고 행동했다. 그리하여 2018년에 3천만 명이 되었고, 한국은 1,500만 명이었다. 이는 1,600만 명을 기록한 베트남보다 뒤졌다. 한국관광은 지난 4년간 감동과 편리함, 그리고 콘텐츠에서 일본에 밀린 것이다.

4일 오후에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공항 안내판들을 유심히 살폈다. ‘Welcome to Korea’ 안내판은 역시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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