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예산제, ‘시민 이름’만 빌려쓰는가
시민참여예산제, ‘시민 이름’만 빌려쓰는가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9.01.02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규예산 편성 가능한 것도 시민예산으로 ‘포장’
2016년 1월29일 광주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시민참여예산제 발전방안 세미나’
2016년 1월29일 광주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시민참여예산제 발전방안 세미나’

[시민의소리=정인서 기자] 광주시의 시민참여예산제가 시민들이 직접 시로 신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에서 주변 관계자들에게 시민참여예산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행정기관이 해야 할 사업내용들을 이름만 빌려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다.

시민참여예산제는 올해 본격 시행 5년째가 되고 있다. 지난 4년간 시민참여예산제 예산편성 내용을 분석한 결과 사실상 행정기관이 해야 할 몫을 ‘시민참여’라는 이름으로 시행하는 사업들이 많아 사업 자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민의 소리>가 광주시에 요청해 받은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시민참여예산제 예산편성현황을 보면 2015년 468건 접수에 78건 125억원이 시민참여 심의에 통과해 의회에서 125억원의 요청 예산이 100% 통과되었다. 시민참여 심의만 통과하면 무조건 사업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처럼 통과만 되면 시 예산을 딸 수 있다는 생각에 이듬해인 2016년은 일선 구청들이 앞다투어 접수한 결과 2배 반이나 되는 1,152건 접수에 55건 110억4천5백만원의 예산을 세웠으나 의회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26건 54억 6천6백만원만 승인했다.

2017년부터는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역시 구청들이 주도하여 866건을 접수해 40건 12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으나 의회에서 24건 66억2백만원을 승인했고, 2018년에도 632건을 접수해 40건 98억8천5백만원의 예산을 신청해 34건 75억4천5백만원을 승인하는 등 다소 까다로워졌다.

문제는 시민참여라는 이름으로 신청된 사업들이 일선 행정부서에서 성과올리기를 하는 것인지, 일선 민원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인지 아리송하다는 것이다.

시민참여예산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독점적으로 행사해 왔던 예산편성권을 시민들과 함께 행사하는 것이 본래 취지이다. 이는 관료 및 집행부 주도의 예산편성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예산편성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할 수 있어 참여민주주의의 이념을 구현하는 가장 필요한 제도적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시민 중심의 편의와 혜택을 줄 수 있거나 시민이 향유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 사업들로 행정에서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시민참여예산의 대상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행정에서 시행되었거나 행정부분에서 사전에 수립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적인 사업을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참여예산으로 의회에서 확정된 사업의 경우도 행정에서 사전에 계획을 세워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2018년 사업의 경우 양산제 호수공원 야외공연장 조성(3억원), 오감만족 건강숲길 조성(5억원), 도심속 수완둘레길 조성(3억원), 오를수록 건강해지는 건강계단(3억원), 공공도서관 상호대차 시스템 확대 구축(5억원), 광주다움의 길 문화공간 조성사업(5억원), 신창마을 진입로 교량 확장(2억5천만원), 농로포장공사(3억원), 홀짝주정차제 확대시행(5억원) 등 시민참여 아이디어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이 다분하다.

2017년의 경우도 빛고을공예창작촌 앞 구름다리 설치(5억원), 농촌마을 LED보안등 설치(5억원), 자치구 대표거리 조성사업(5억원), 돌봄이웃주택용 소방시설 보급(5억원), 광주 청년주거 시범모델 구축 사업(4억원)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의회에서 전액 삭감되었다. 어린이공원조성사업 2건(6억원), 어린이공원 개선사업 2건(6억원), 도서관 무인자동화시스템 설치(4억원), 일자리종합포털 구축(5억원), 배수로 정비공사(1억원) 등 매우 많다.

시민참여예산이라고 하면서 매년 연속 지원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좋은 사업이면 다음해는 정규예산에 편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통학로 조성을 위한 안심칼라벨트 설치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이미 2017년 시민참여예산으로 2억원이 시행되었는데 2018년에도 2차 사업이라며 3억원이 또 배정되었다.

공예문화 체험학교운영(1억5천만원)과 한지공예프로그램 운영(1억원)은 다소 예산이 줄기는 했지만 특정 분야에 집중됐다는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더욱이 이 사업은 2017년 공예문화예술 체험학교운영(1억5천만원)과 공예인력양성 및 보존사업(3억원), 2016년 공예분야 인력양성 및 취업(1억5천만원)과 유사한 사업이 시민참여예산으로 연속 지원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물론 좋은 사업도 있다. 시민참여예산으로 확정된 2017년 돌봄이웃 중.고 신입생 교복비 지원,  詩와 함께 하는 산책로 조성 사업, 근대건축문화유산 기록화, 물품공유센터 운영, 2018년의 광주광역시 도시경관기록사업,  청년취업 정장 대여서비스 지원, 여성 안심 택배보관함 설치사업 등 많은 사업이 있다.

시는 지난 2016년말 광주시의회로부터 특정 단체 등의 민원 해결 통로로 악용된다는 지적부터 사업의 타당성 부족과 사업 취소 등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7년 3월 시민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사업선정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고 시민 전체에게 수혜가 돌아갈 수 있도록 공모사업 선정 방식을 분야별 협치방식으로 개선키로 발표했지만 그다지 발전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민참여예산은 행정에서 미처 놓치고 있는 분야이거나 시민을 위한 사업들 가운데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하고, 1회성 사업보다는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범위를 정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