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07) 간화음(看花吟)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07) 간화음(看花吟)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9.01.02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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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꽃에서 생명의 이치를 보아야 할지니

아무리 보아도 꽃은 향기를 뿜어내서 좋고, 그 빛깔이 고와서 좋다. 그래서 꽃은 예나 이제나 시인가객들의 사랑을 흠뻑 받아왔다. 어디 시인가객뿐이랴. 필부와 아낙들은 깊은 시름과 위안을 아름다운 꽃에 의지했고, 꽃을 가꾸는 신선한 마음으로 시름을 달랬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꽃의 겉모양만 좋아하고 꽃이 피는 원리를 보지 못했다. 꽃의 생명 이치를 바르게 보아야만 꽃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목청껏 하소연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看花吟(간화음) / 우헌 박상현

사람들은 눈에 보인 꽃모양만 좋아하고

어떻게 꽃이 되나 진정으로 볼 줄 몰라

꽃에서 이치를 보아야 올바르게 보는 건데.

世人徒識愛看花      不識看花所以花

세인도식애간화      부식간화소이화

須於花上看生理      然後方爲看得花

수어화상간생리      연후방위간득화

 

모름지기 꽃에서 생명의 이치를 보아야 할지니(看花吟)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우헌(寓軒) 박상현(朴尙玄:1629~1693)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사람들은 꽃의 겉모양만 보고 모두들 좋아하지만 / 어떻게 꽃이 되었는지는 진정 볼 줄을 모르네 / 모름지기 꽃에서 한 생명의 이치를 보아야 할지니 / 그래야만 바야흐로 꽃을 제대로 보는 거라네]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꽃을 보면서 읊음]으로 번역된다. 부실거사(浮雪居士)는 눈으로 보는 바가 없으니 분별이 없고 귀로 듣는 소리도 없으니 시비가 끊어졌다고 했다. 분별과 시비를 모두 놓아 버리는 심불이 스스로 귀의함을 보았다고 한다. 다양한 지식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겸손은 적은 지식으로도 풍요롭게 한다고 했단다. 아호처럼 낭만적으로 살았던 모양이다.

시인은 자연을 겉이 번지르르 한 모습만 보지 말라고 당부의 한 마디를 던진다. 사람들은 꽃의 겉모양만 보고 모두 좋아하지만, 어떻게 꽃이 되었는지는 진정 볼 줄을 모른다고 했다. 꽃의 마음이나 사람의 마음의 진정성을 오로지 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겠다. 자연에 합일하려는 인간다움의 한 모습을 본다.

화자는 꽃은 그 진심을 볼 줄 알아야 된다고 말한다. 모름지기 꽃에서 한 생명의 이치를 보아야 할지니, 그래야 꽃을 제대로 보는 거라고 했다. 근시안적인 안목보다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꽃을 보면서 인간 생명의 존귀한 것까지도 생각하는 달관의 경지를 생각한다. 꽃도 생명의 한 주체임을 생각해야 된다는 교훈적 감흥이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꽃 겉모양 좋아하나 진정 볼 줄 모르는 일, 꽃의 생명 이치 알아야 이게 제대로 보는 건데’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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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우헌(寓軒) 박상현(朴尙玄:1629~1693)으로 조선 중기의 학자이다. 경전에 널리 통하였으며, 특히 <대학>에 정통하였다고 전한다. 친명사상이 강하여 병자, 정묘호란 뒤 책력 속의 청나라 연호를 모두 지웠다고 전한다. 뒤에 장령에 추증되었다. 문집에 <우헌집>이 있다.

【한자와 어구】

徒: 한갓 識愛: 좋아함을 알다. 不識看: 볼 줄을 모른다. 花所以花: 꽃이 어떻게 되었는지. // 須: 모름지기. 於: ~에서. 花上: 꽃에서. 看生理: 생명의 이치를 보다. 然後: 그러한 연후에. 方: 바야흐로. 爲: ~이 되다. 看得花: 꽃을 제대로 본다. 꽃의 진정한 생명 원리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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