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생활정치여야 하는 이유
정치가 생활정치여야 하는 이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5.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하면 떠오르는 풍경들….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서로 소리지르며 몸싸움하는 모습, 국민들의 의견이나 고민과 고통을 들어 알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목소리를 높여 자기 주장만을 해대는 모습, 이리저리 정당을 바꿔가며 국민을 배신하는 모습, 선거연설회장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기보다는 동원된 듯한 아줌마촵아저씨들, 정정당당하게 자기 의견이나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상대방을 비방하는 정치가들...”

모두 국민의 정치 무관심, 정치 기피증, 나아가 정치 혐오증을 유발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신경을 끄려 해도 우리 같은 일반 국민들의 삶은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 하루하루 무심하게 지나치는 모든 것이 정치의 산물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교통정책, 통신정책, 환경정책(쓰레기정책, 상하수도정책 등)을 비롯하여 모든 국민이 대상인 복지정책(건강보험, 장애인·노인복지, 국민연금제도 등), 교육정책, 산업정책, 가족제도 등등 무엇 하나 정치와 관계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다.

또 그 모든 정책은 우리가 피땀 흘려 일해서 낸 세금이 아니면 실행될 수 없는 것들이다. 결국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그래서 정치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하게 되는 순간부터 우리 돈(세금)이 우리 뜻과는 상관없이 쓰이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내 삶이 망가져도 상관없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안 된다.

며칠 전 TV에서 한 아름다운 사람의 이야기를 보았다. 그 분은 자신도 7년 전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장애인이 되었지만, 오히려 그 때부터 장애인들의 발에 맞는 맞춤 구두를 만들어 주는 일을 하고 계신다. 그의 삶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었던 것은 그가 일종의 의료용구라 할 수 있는 장애인용 구두에는 건강보험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람들의 서명을 받는 장면이었다.

그 분은 자신이 오랫동안 쌓은 기술로 장애인들에게 편안한 구두를 만들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더 많은 장애인이 더 많은 혜택을 받게 하려면 사회 정책적으로 뭔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한 변화를 추구하자니 바로 정치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정치란 결국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다른 이와 나누기 위한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또한 그것을 사회 전체로 번져 나가게 하기 위한 행동의 출발인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생활이며 삶인 것이다.

특히 지역살림을 하는 지방의회라면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살림’을 하는 여성에게 더욱 알맞은 자리일 것이다. 살림을 하는 사람은 알뜰할 수밖에 없다. 한푼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따져보고 돈을 쓴다. 지역살림도 이런 사람이 해야 한다. 여성은 또 주부로서 집안식구들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 실행한다. 세심하게 식구들의 요구를 들어 챙기듯이 지역주민, 특히 낮 시간에 지역에서 주로 생활하는 여성과 노인,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위험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파악해 개선할 수 있다.

집안식구를 잘 돌보는 여성이 지역살림도 잘할 수 있다. 또 사람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서로의 얘기를 들어보고 잘 조정할 수 있는 사람도 여성이다. 정치판에 힘의 논리만이 횡행해서는 정치가 선진화할 수 없다. 우리나라 정치가 후진적인 이유이자 우리나라에서 생활정치가 발붙이지 못하는 이유다.

정치가 생활정치여야 하는 이유는 곧 여성이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다.
“내가 무슨 정치를…” 하며 쭈뼛거리는 여성들이여, “여성만이 낡은 정치판을 바꾼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다 함께 나가자. 이제 시작한다고 생각하자. 지금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희망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미래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무기력증에 빠져든다. 그저 이 나라를 떠나는 사람들을 부러워할 뿐이다.
당신들의 잔치를 구경만 할 게 아니라 우리들의 잔치를 벌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