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4대문과 관문형 폴리
광주 4대문과 관문형 폴리
  •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 승인 2018.12.18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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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서 광주서구문화원장
정인서 광주서구문화원장

광주의 새로운 ‘4대문’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기와를 얹은 문루 형태가 될지 새로운 형태로 될지는 모르겠다. 광주비엔날레가 ‘광주폴리’의 이름을 빌어 광주의 주요 교통로에 관문형 폴리를 설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동안 광주가 문화도시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시각적 장치가 부족하다고 늘 지적했다.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있으며 수많은 문화적 자산이 널려 있는 광주이다. 그런 콘텐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에 광주시민은 물론 광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게 없다는 볼멘소리를 했다. 솔직히 광주 사람이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23년간 광주비엔날레가 12차례나 열리면서 ‘세계 5대 비엔날레’의 수준에 올랐다고 홍보했다. 정작 이를 체감하는 시민들은 얼마나 될까. 그쪽 관계자들이야 당연히 광주비엔날레가 정말 뛰어나다고 말할 것이다. 미술 관계자인 필자로서는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그들은 닫힌 공간 안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인 전시행사가 뒤늦은 감은 있지만 미술인들의 잔치이면서도 지역 관광의 요소를 함께 갖는 기능을 해야 한다. 일반 시민들이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광주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묘수를 찾았으면 한다.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광주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광주비엔날레는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선보였지만 광주에 남겨놓은 시각적 장치가 없었다. 광주비엔날레가 열릴 때 겨우 기억을 되새기는 정도였다. 언제든 광주비엔날레를 사랑하고 아끼는 광주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 방안의 하나가 광주비엔날레가 열릴 때마다 참여 작가와 시민 참여형의 공동 작품이 광주의 곳곳에 설치되기를 희망했다.

특히 고속도로를 거쳐 들어오는 주요 통로에 광주를 상징하는 설치작품이나 커다란 예술벽화가 있어야 한다고 역대 시장들에게 주장했다. 아파트 비율 80%의 도시에 아파트를 이용한 새로운 문화도시 접근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계속된 주문에도 답은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 광주폴리의 형태로 그 첫 단추를 꿰는 것 같다. 내년에 시행할 광주폴리IV는 한 두 개의 작품으로 선택과 집중도를 높이면서 '광주다움'을 반영하는 시민이 참여하는 관문형 폴리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광주만의 차별화된 특성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광주다움’에 대한 개념 정리가 안되고 있는데도 이런 용어를 쓰는 것이 걸리긴 하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도 ‘이용섭 광주시장의 입’이 주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시장은 취임 이후 얼마 되지 않은 7월 20일 광주경영자총협회에서 가진 조찬 특강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에게 많은 문화역사자원이 있었지만 이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소홀했다고 생각한다. 송정역에서 광주로 들어오는 길에 ‘와, 여기가 광주구나’라고 느낌을 줄 정도로 광주만의 얼굴, 광주만의 모습, 광주만의 느낌이나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 데 그런 광주다운 모습이 없다. 이곳이 창원인지 울산인지 분간할 수 없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관문형 광주폴리가 구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말 뒤늦게 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입보다는 시장의 입이 더 세긴 센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은 현장 공무원들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면서도 윗선의 눈치를 보거나 윗선이 지시해야 허둥지둥 허겁지겁 일을 한다는 사실이다.

광주폴리가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광주의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처음 발표했던 장기플랜과는 동떨어진 형태로 나아가고 있지만 크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2011년 광주폴리의 첫 삽을 뜬 이래 ‘역사의 복원’을 주제로 옛 광주읍성 터를 따라 광주폴리Ⅰ이 11개, 다소 활용가치가 떨어진 흠은 있지만 ‘인권과 공공공간’을 주제로 한 광주폴리Ⅱ가 8개 ,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도시의 일상성–맛과 멋’을 주제로 한 광주폴리Ⅲ 11개 등 총 30개의 광주폴리가 광주 전역에 설치되었다.

아직은 광주 도심의 경관을 바꾸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특별계획들이 잘 어우러지고 한 100개쯤 설치된다면 조금 볼거리가 있고 문화도시 투어 정도 할 꺼리는 생길 것 같다. 여기에 덧붙여 광주비엔날레가 열릴 때마다 광주의 아름다운 산과 호수, 다리를 이용한 어울리는 설치작품이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광주의 도심에 있는 빌딩에도 작품이 가능한 일이다.

늦을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생각을 한다. 너무 서두르기보다는 차분히 장기계획을 만들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은 광주라는 도시비전을 중심으로 전개되길 희망한다. 광주는 그동안 예향 의향 미향이라고 말을 하는가하면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라고도 했다. 동아시아문화도시이고 문화중심도시라고 했다. 디자인도시이고 생태도시이고 여성친화도시라고도 했다.

이런 수많은 수식어가 있지만 어디에서도 그런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구석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것은 광주의 도시비전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는 가장 대표성을 갖는 게 빛의 도시이다. 그리고 생명의 도시이다. 광주시 누리집에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다. 그런데도 광주시 공무원은 물로 시장께서 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역대 시장들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면 빛과 생명이라는 도시비전에 위에서 언급한 수많은 수식어들을 연계시키고 도시의 장기계획을 마련했을 것이다. 이번에 접근하는 광주폴리도 바로 이런 관점에서 작품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참, 사족으로 관문형 폴리를 설치할 경우 주변에 주차장을 만들어 누구든 사진을 찍고 SNS로 퍼 나를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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