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산업스파이’ 올가미에 맞선 김성진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우병우 ‘산업스파이’ 올가미에 맞선 김성진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8.12.10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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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 손해배상 보다는 ‘명예회복’을…증거 입증되면 ‘형사고발’ 조치
우병우 지시받은 당시 산자부 장관 증언이 최대 관건
산자부 국장 시절, ‘호남예산 배정’ 박근혜 정부에 믿보여
국정원, 재조사 요구에 ‘국가기밀’ 묵묵부답…서울 한 호텔서 ‘방첩활동 차원’ 조사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이래서 당하는구나. 멀쩡한 공무원을 ‘산업스파이’로 씌워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다니. 한 없이 목이 메었습니다...”

김성진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 김성진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2016년 산업자원부 대변인으로 재직하다 물러난 뒤 지난달 광주테크노파크 원장으로 취임한 김성진씨(55)는 이게 남의 일이 아닌 자신에게도 불행이 엄습해온다고 느낀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운명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어이가 없어 저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밑에서 국정농단을 하다 구속 수감된 우병우 전 청와대민정수석으로부터 사직서를 내라는 지시를 받고 ‘조직보호를 위해’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사실을 묻던 기자 질문에 김 원장은 몸을 바싹 앞으로 당겼다.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하면서도 “밝힐 때가 됐구나”작심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실제 김 원장은 지난 10월 우 전 수석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에게 '산업 스파이' 혐의를 씌운 뒤, 정상적 절차를 밟지 않고 산업부에서 강제로 사직하게 만들었다며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말이다.

김 원장은 “손해배상 청구는 돈을 받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명예 회복 차원”이라고 전제한 뒤 “재판을 하려면 시간 뺏기고, 스트레스 받고, 업무에 충실하지 못할 것 같고, 그래서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외려 국가를 위해 봉사한 공무원에게 상은 주지 못할망정 ‘산업스파이’란 올가미를 씌운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잘못됐다는 생각에 용기를 갖고 나섰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듯 잠시 말을 멈추다 자신의 한쪽 귀를 가르켰다.
사직통보를 받은 다음날 집에서 일어나 보니 “한쪽 귀가 ‘빵’하고 터지더라”고 얘기를 꺼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가끔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가 발생한다”고 한탄했다.

김 원장은 사직 이후 현재 수감된 우병우를 처벌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증거가 확보되지 않아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러니까 김 원장이 형사고발을 못한 이면에는 국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을 산업스파이로 뒤집어 씌웠으니 ‘왜 그랬는지’ 제대로 된 사실을 말해주고, 잘못됐으면 시인을 하는 이른바, ‘사건 재조사’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몇 달간을 기다려 봐도 답이 없었다.

그래서 국회정보위 소속 A 국회의원을 만나 자신의 사직 배경과 현재의 처지를 설명한 뒤 도움을 청했다. 국정원에 이것저것 알아본 A 의원의 얘기로는 “내부적으로 알아봤으나 결론은 ‘엮였네요’하면서 더 이상 알아볼 수 없어 미안하다”는 말만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김 원장은 대변인 시절인 2016년 국정원 직원 3명이 자신을 서울의 한 호텔로 불러낸 뒤 조사를 했다 한다.
한중 FTA 과정에서 국정원에서 요주의 인물로 지목한 중국인사와 접촉이 있었고 이들에게 산업스파이 노릇을 했다며 죄를 씌웠다. 그러면서 2004년부터 거슬러 올라가 조사를 하더라는 것이었다.

이쯤에서 김 원장은 자신의 경력과 산자부에서의 업무내용을 털어놓으면서 자신의 돈을 써가면서 중국과 외교관 역할을 공무원에게 상을 주지 못할망정 스파이 누명을 쓰게 된 이유를 꼭 밝히고 싶다는 얘기를 거듭 강조한다.

김 원장은 산업자원부 내에서는 중국전문가로 통한다. 행정고시 33기로 합격해 사무관으로 근무를 시작했고 곧바로 중국과의 산업업무를 4년간 담당했다. 단기연수 코스로 영국에 유학을 했고 중국관련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쪼들리는 살림에 부족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집에서 짜장면 배달을 한 것도 죄가 되나요” 괴로운 듯 반문한다.

국내로 들어와서는 산업부 중국담당 과장을 했고, 북경에 2년간 파견 근무를 했다. 중국과의 경제업무담당 외교관인 상무관 준비를 위해 그동안 구축해온 네트워크 관리에 힘써왔다.
국정원은 일 년에 북경을 몇 차례 오고간 것을 이유로 산업스파이로 몰아갔고,여기에 우병우가 죄를 씌워 옷을 벗게 만든 것이다.

김 원장이 억울한 건 자신이 국가공무원으로서 중국관계를 위해 노력해왔고 산자부내에서 그만한 중국통이 없기에 전문가로 키워도 시원찮을 판인데, 자신을 그것도 스파이로 몰았다는 게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 대목이다.

우병우가 막무가내식 사표를 쓰도록 한 이면에는 “혹시 호남출신이기에 불이익을 당한 게 아니냐”고 대뜸 질문을 던졌다.

김성진 원장이 지난달 취임한 광주테크노파크 전경
▲ 김성진 원장이 지난달 취임한 광주테크노파크 전경

곰곰이 생각해보던 김 원장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믿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는 얘기다. 중국 사람에게 정보를 유출할 것도 말 것도 없는 사안을 가지고 산업스파이로 몰았다면 호남출신이라는 것도 그러한 개연성에 한 몫 했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그러면서 우병우가 민정수석 때 자신이 산자부 지역경제국장을 한 게 사실이라고 조심스레 얘기한다. 직책상 한계는 있지만 영·호남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호남에 예산을 많이 배정한 게 사실이다.

김 원장은 현재 진행되는 민사소송과정에서 사직 당시 우병우 수석으로부터 사표를 받으라는 지시를 받았던 주형환 산자부장관이 사실 확인을 해주면 곧바로 형사고발로 돌아설 예정이다.

자신이 정말로 산업스파이 노릇을 했다면 자신을 검찰에 수사요청을 하거나 산자부로 넘겨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거쳐 사직서를 내도록 하는 게 마땅하다.
그게 정상인데 절차를 무시하고 우병우 지시에 일방적으로 따른 장관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데서다.

특히 김 원장은 국정원이 자신을 산업스파이로 몰아 올가미를 씌웠다면 인권차원에서 재조사 요청을 받아들여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는 태도는 아직도 5공 때의 국가기밀기관인 것 같아 씁쓰레 하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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