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나희, 그림을 쉽게 만들다
양나희, 그림을 쉽게 만들다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8.12.06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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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 발산마을 뽕뽕브릿지, 6~16일까지

요즘은 그림을 그리지 않고 만든다고 하는 작가들이 있다. 물론 색칠도 하고 붙이기도 하고 때로는 사진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작품을 제작한다.

대표적으로 골판지를 이용해 작업을 하는 작가를 말한다면 양나희가 떠오른다. 그는 스스로 말하길 ‘만드는’ 작업을 통해 종이부조 회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5년 전 그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맨 골판지를 찢거나 가위로 잘라 산등성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을 선보였다. 물감을 이용하지 않고 골판지와 풀을 이용했다.

입체적이긴 하지만 너무 밋밋한 감이 있어 색칠을 했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만화 속의 골목이나 산동네 마을 모습이었다.

좀 더 아이디어를 모아 밤하늘에 별빛이 보이고 산동네 불을 밝혔다. ‘밤의 연가’ 시리즈다. 약간은 한희원의 색감이 드러났다. 멀리서 보면 착각이 들 정도였다.

중국여행을 하더니 중국의 전통적인 풍경에 매료되었고 남도 섬여행을 다녀오더니 섬에서 본 누정이 마음에 들었던지 하늘에 떠있는 섬을 만들고 영화에서 봄직한 무릉도원의 느낌을 주었다.

그는 회화작품의 평면성을 극복하기 위해 물성의 새로운 개척을 시도했지만 그것은 유화에서 물감을 ‘덕지덕지’ 겹쳐 바르는 행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여전히 평면일 뿐이다.

이번에 광주 양동 발산마을 뽕뽕브릿지에서 갖는 전시회에서는 장소성이 그의 작품을 변화시킨 듯 하다. 허름한 창고건물을 개조한 전시장은 벌써 몇 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시장이라고 하기에는 미완성의 형태이다.

이 공간이 그에게 색다른 작품을 제작하는 원동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간과 작품은 상호 시너지 효과를 냈다.

벽에 달린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짓는 듯 골판지를 찢어 붙였다. 액자 밖으로 흘러내리는 골판지는 틀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액자의 테두리에 갇혔던 작가의 느낌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20여점의 사진을 이용한 소품은 작가가 사진 속에서 무거운 액자를 들고 있고 액자 안이나 밖을 지우거나 덧칠하는 방식으로 자연을 재구성했다. 관객은 그 속에서 자신의 장소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그는 “이 전시를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차이,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의 구분,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들의 간극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예술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작가는 어떻게 생존해야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도 지구별이 아닌 다른 행성에 살고 있다고 해야 할 만큼 선문답 화두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전시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A4 한 장의 내용에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 <쉽게 그려진 그림展>. 하지만 누가 그림을 쉽게 그린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시는 6일부터 16일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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