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03) 목근(木槿)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03) 목근(木槿)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8.12.0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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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옳고 그름을 누구 있어 분별할까요

사람은 똑 같은 일의 반복을 싫어한다. 어쩌면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미래지향적인 삶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반복적인 생활에 익숙하면서 양자 병행의 길에 선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서…

인생살이를 꽃에 비유한 선현을 만난다. 오늘 핀 꽃이 내일도 피지 않는 것은 두 아침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상의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착상을 한다. 우리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뜻으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木槿(목근) / 고산 윤선도

꽃 피고 지는 것은 두 아침 싫어서

날마다 새 해님을 향한 꽃만 있다면

세상의 옳고 그름을 누가 있어 분별하리.

甲日花無乙日輝      一花羞向兩朝輝

갑일화무을일휘      일화수향양조휘

葵傾日日如馮道      誰辨千秋似是非

규경일일여풍도      수변천추사시비

 

사전적인 의미인 무궁화(木槿)로 번역되는 어휘이나 시의 흐름은 다른 칠언절구다. 작자는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오늘 핀 꽃이 내일까지 빛나지 않는 것은 // 한 꽃으로 두 아침 햇살 보기가 부끄러워서겠지 // 날마다 새 해님 향해 고개 숙이는 해바라기만 있다면 // 세상의 옳고 그름을 누구 있어 분별할까요]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무궁화 꽃]으로 번역된다. 윤선도는 치열한 당쟁의 시기에 인생 대부분을 유배로 보냈다. [어부사시사]는 67세 이후 보길도에서 노년을 보내면서 쓴 작품이다. 춘하추동 각 10수씩, 총 40수로 된 연시조인데, 후렴구를 제외하면 3장 6구의 시조형식이다. 기교면에서도 대구법 처리나 자연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상의 전개 등에 보이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주목된다.

시인은 세속의 욕구에 초연하여 강호에서 누리는 넉넉함과 아름다움에 집중하여 기쁨과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음을 표현한다. 오늘 핀 꽃이 내일까지 빛나지 않는 것은, 한 꽃으로 두 아침 햇살 보기가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어부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랐고 익숙하기 때문에 어부의 생활을 구체적이며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가사문학을 완성했다. 그러면서도 한시에도 능통하여 많은 시문을 남겼다.

화자는 해바라기에 빗대어 자기 넋두리를 생각한다. 날마다 새 해님 향해 고개 숙이는 해바라기만 있다면, 세상의 옳고 그름을 누구 있어 분별할까라는 자기 반문에 빠진다. 이처럼 화자는 미래지형적인 한편 시 속에 탄식도 담는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오늘 핀 꽃 내일 못가 햇살 보기 두려워라, 고개 숙인 해바라기 옳음 그름 판단할까’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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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로 조선 중기의 문신, 시인이다. 낙향한 후 여러 관직에 임명된 것을 모두 사퇴했다. 1628년 42세 때 별시문과 초시에 장원, 왕자사부가 되어 봉림대군을 보도했다. 1629년 형조정랑 등을 거쳐 1632년 한성부서윤을 지냈다.

【한자와 어구】

甲日: 오늘. 지금인 현재. 花: 꽃 無: 않다. 乙日: 내일. 미래인 다음 날. 輝: 빛나다. 一花: 한 꽃. 羞: 부끄러워하다. 向兩朝: 두 아침을 향하다. 輝: 빛나다. // 葵: 해바라기. 傾: 향하다. 日日: 날마다. 如馮道: 도로변에 의지하다. 誰: 누가. 辨: 판단하다. 千秋: 오랜 시간, 여기선 세상. 是非: 옳고 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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