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 박은용, 남도수묵의 '검은 고독, 푸른 영혼'
석현 박은용, 남도수묵의 '검은 고독, 푸른 영혼'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8.12.05 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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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미술관, 12월6일~내년 2월 10일까지
모녀, 109X91cm, 수묵담채, 1999

요즘 같으면 남도수묵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느낌이 든다. 30~40여년 전만 하더라도 집집마다 남도수묵이 하나쯤 벽에 걸려 있었지만 갈수록 그런 모습이 줄어들고 있다.

아파트문화가 확산되면서 구조적으로 그림 하나 걸기 어려운 실정이고 젊은 층이 갖는 남도수묵에 대한 관심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립미술관이 ‘침체된 남도 수묵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다며 한 화가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전시회를 마련했다. ‘石峴 박은용 – 검은 고독, 푸른 영혼展’이다. 전시는 12월 6일부터 2월 10일까지 두ㅡ달이다.

석현 박은용 화백의 창의적 화풍으로 일궈낸 작가의 화업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광주시립미술관의 이번 전시가 ‘비운의 천재화가’ ‘고독한 농부화가’ ‘현대 풍속화가’를 어떻게 조명할 지는 현장에서 들여다볼 일이다.

박은용 화백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가족사의 비극을 평생 짊어지고 살았다. 그러나 작업에 대한 열망은 어떤 장벽도 뛰어넘게 함으로써, 적묵법(積墨法)이라는 독창적 화법으로 남도 문인화맥의 전통적인 화풍으로부터 벗어나 창의적 세계를 펼친 뛰어난 예술가였다고 평가했다.

탑묵법(塔墨法)으로도 부르는 적묵법은 먹을 중첩시킴으로써 갈필의 흔적이 겹쳐지도록 고도의 세필을 운용하는 화법이다.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의 미세 균열 또는 화강암의 석질과 같은 미감을 전해준다.

1983년 40세에 가진 서울 동덕미술관 개인전을 계기로 그동안 실험해 왔던 적묵법(積墨法)을 화단에 알리게 된다. 탄탄한 데생력을 바탕으로 한 화면의 신선함은 오지호, 김기창 등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화가들로부터 아낌없는 박수와 기대를 한 몸에 받게 했다.

세심한 운필로 장시간 작업해야 하는 적묵법의 작풍은 작가에게 큰 고통을 준다. 결국 박은용 화백의 건강을 악화시켰고 더 이상 밀도 높은 화면 운용을 지속하기 힘들었다.

작가는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적묵법의 운필로부터 벗어나 대담한 필선으로 대상을 단순화시켜가는 화풍으로 변화하게 되고 형식보다는 내면의 표현에 치중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박은용 화백의 작품 활동기를 3기로 구분하여 전시를 구성했다. 별도로 구성된 그만의 공간은 학창시절의 편지, 병원생활 동안 남긴 글과 스케치, 인터뷰 영상 등으로 기억을 남겼다. 작가의 정신적, 심리적 변화나 작업에 대한 열망, 주변의 관계들을 느껴볼 수 있다.

작가는 ‘전통의 계승’을 추구하는 가운데 소박한 우리의 일상과 자연을 쉼 없이 그려왔다. 유품 중 마지막 남은 먹 한 조각이 박은용 화백의 예술에 대한 집념과 철저한 작업의식을 절절히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진도가 고향인 작가는 2008년 65세를 일기로 타계함으로써 예술계에 큰 아쉬움을 남겼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박은용 화백이 타계하신 지 10년이 흐른 지금, 석현 선생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기회를 마련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하며, 호남 남종화와 함께 한국화의 전통 탐구 및 혁신적 계승을 위한 전시와 연구를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새벽의 씨뿌리는 여인, 70X125cm, 1982
새벽의 씨뿌리는 여인, 70X125cm,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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