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김정은의 삼각김밥 먹기
문재인과 김정은의 삼각김밥 먹기
  • 문틈 시인
  • 승인 2018.12.0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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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이라는 식품이 있다. 급한 일로 허둥대다가 미처 끼니를 때우지 못했을 때 편의점에 달려가서 얼른 집어드는 것이 삼각김밥이다. 식사시간을 놓친 긴급 상황 시에 어쩔 수 없이 쉽게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처리할 때가 있다. 잠깐 허기를 때우는, 내 식으로 말하면 위 속임용 식품인 셈이다.

하여튼 누가 발명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삼각김밥은 기차역 같은 데서 아주 요긴한 식품이다. 삼각김밥은 요즘에는 그 종류가 다양하게 나와 있다. 문제는 내가 삼각김밥을 제대로 먹을 줄 모른다는 것이다. 김치나 참치를 속에 넣은 밥덩이를 김과 함께 투명포장지로 겹쳐 둘러싼 삼각김밥은 삼각형 꼭지점에 살짝 나와 있는 띠를 잡아 다니면 풀리게 되어 있다.

그런데 포장지에 세로로 붙어 있는 띠를 잡아 내리는 데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그 다음 순서에서 늘 헷갈린다. 한번도 무사히 순서에 맞추어 삼각김밥을 제대로 먹어본 기억이 없다. 늘 우격다짐으로 포장지를 뒤집고 헤쳐서 억지로 먹고 나면 마지막 김이 포장지에 붙어서 너덜거린다. 손에도 밥알이 묻어 있다. 그런데 그 포장지에 붙어 있는 김은 어떻게 처리할 도리가 없다. 마치 엉킨 실가닥을 풀어가다가 꽉 막힌 느낌이다.

10대, 20대 아이들은 삼각김밥을 무슨 게임을 하듯이 술술 잘 풀어낸다. 거의 신기할 정도다. 나이가 좀 들었는가, 아닌가, 그 사람 생각이 구식인가를 알려면 삼각김밥을 먹여보면 드러날 것 같다. 삼각김밥은 얼른 먹고 싶고 그러나 술술 풀려지지는 않고, 마치 미로를 더듬어가는 느낌이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나는 손대지 않는다.

난 아무래도 구식인가보다. 별 난이도랄 것도 없는 삼각김밥을 먹는 순서를 잘 모른다고 타박할지 모르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나한테는 거저먹기여도 어려운 사람한테는 어려운 법이다.

요즘 언론에서 매일 접하는 뉴스가 남북관계에 대한 것이다. 김정은이 서울 온다, 안 온다, 흡사 김정은이 방남하면 무슨 대단한 위업이라도 달성될 듯한 분위기다. 내 생각으로는 북한의 권력자 김정은이 서울에 와서 남한의 실상을 한번 눈으로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북한에선 남한을 미국의 식민지이고, 거지들이 우글거린다고 가르친다는데 서울을 한번 둘러보면 북한을 남한과 손잡고 경제강국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을까. 하기는 옛날 남북교류가 되던 때 북한의 고위층들이 포항제철을 시찰했을 때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온다.

북한일행 중 누군가가 ‘야들 대단하구만’하고 감탄을 하니까 ‘쉿, 조용히 하라우. 나중에 우리가 통일하면 다 우리꺼 될끼니’라고 했다는 말이 전해오는데 서울을 보고 그런 고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평창올림픽에 왔다가 돌아가서 ‘남조선 기차가 빠르고 좋더라’는 말이 김정은의 귀에 들어갔다고 한다.

남북문제는 삼각김밥을 푸는 것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생각을 달리하면 쉽게 풀 수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알렉산더 대왕이 전쟁 중에 신탁을 받으러 신전을 찾아갔을 때 신전 문고리가 복잡한 매듭으로 묶여 있었다. 이를 푸는 자만이 들어갈 수 있고 그 사람이 아시아의 왕이 된다는 말이 전해온 문고리다.

얽힌 실타래 같은 매듭을 알렉산더 대왕은 그냥 칼로 단번에 내리쳐서 끊어버리고 신전에 들어갔다. 복잡한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전제에 구속되지 않고 통 크게 파격의 해법을 생각한 것이다. 사실 분단 70년사에서 남북 지도자가 상호 방문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고, 철도나 도로를 잇는다는 담대한 결심을 한 일도 이번이 처음이다.

비핵화를 위해서 북한을 제재해야 한다, 아니다, 제제를 완화해야 한다, 말이 많다. 이럴 때 묘수를 생각해볼 일이다. 남북간에 거주 이전을 허용한다든지, 방송을 개방한다든지. 파격적인 조치로 우리 스스로가 두 팔을 벌려서 안아주고 핵을 내려놓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승만이 역발상으로 반공포로를 석방해서 어려운 국면을 돌파했듯이 말이다.

내가 삼각김밥을 먹는 방법도 써볼만하지 않을까. 남북 정상이 삼각김밥을 놓고 마구 풀고 헤쳐서 밥만 꺼내 먹는 거다. 여론이다 제재다 하는 복잡한 요인에 구속받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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