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단상-노영필]해괴한 망령의 절규
[학교단상-노영필]해괴한 망령의 절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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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필[광주 운남중 교사]
전교조, 민주화운동 인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그동안 위기의 교육현장을 지켜오신 교육부 장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1989년 5월 불한당 같고 빨갱이 같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학교를 무정부상태로 내몰고 국가를 혼란에 빠뜨릴 때 어느 장관님은 달걀 세례를 뒤집어쓰고, 용공으로 단죄해 위기의 교육을 구사일생으로 구하셨지요. 이렇게 나라교육을 지탱할 수 있게 만든 것도 다 장관님들 같은 소신있는 투철한 교육자가 교단을 지켜주셨기 때문이죠.

그런데 큰 일이 생겼습니다. 그 놈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민주화운동을 했다고 공식인정을 받았으니 말입니다. 지금 교총이 반대하고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들끓고 있지 않습니까? 장관님들 빨리 나서서 반대성명서를 내시고 거리시위라도 벌이셔야 하지 않을까요.

전국의 교장단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전교조 활동을 민주화로 인정하면 승진을 꿈꾸는 동료들은 매국노가 되고 마는데 어떻게 살라는 말입니까!

교무실은 여전히 당신들 편입니다. 민주적으로 학교문화를 변화시켰다는 전교조 가입교사는 아직 1/3도 안 됩니다. 대세도 아닌 그들이 어떻게 민주화에 공헌했단 말입니까?

하기는 사사건건 간섭하는 그들의 대안 때문에 교육부 지침이 휴지조각이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 교육부에서 말단 학교까지 일사불란하던 옛날의 교무실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아 억울해 죽겠습니다. 이 땅의 교육을 재단했던 장관님들 어서 명쾌한 해법을 내주세요. 민주화운동을 판정하던 9인 위원도 일부는 그만 두었다지 않습니까!

당신들이 없는 학교는 위기입니다. 도덕 교과서에 나온 정의와 양심이 뒤바뀌었으니 위기이지요. 더욱이 사회 교과서에 나온 대로라면 13년 전 전교조활동 교사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했던 사람들 아닙니까! 전국교장협의회에서 "비이성적인 결과이며, 교단을 대립과 반목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 전교조 집회 모습
저는 장관님들의 양심과 교사들의 양심이 뒤바뀐 현실 앞에 극도의 분열증을 느낍니다. 그렇게 말 잘 듣던 학생들이 통제불능에 빠져 엉망진창이 된 것도 모두 그 민주교육인가 참교육인가를 내세우던 전교조 교사들 때문이 아닌가요. 이제 어떻게 가르쳐야 옳습니까?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여기가 당신 학교인줄 알아. 똑똑한 척 그만해!"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나. 절차 좀 그만 따져." 소리나 듣고 있는 전교조 교사들이 얄밉지 않습니까! 94년 장관님이 그들을 학교로 돌려보내지 말았어야 했죠. 그들이 아니라면 승진가도를 달릴 수 있는데 이렇게들 교무실을 시끄럽게 만들어 불편해 죽겠습니다. 어서 빨리 깨어나셔서 전교조 교사들을 내쫓아 주세요. 장관님!

그런데 전교조활동 교사들을 민주화로 인정하던 그 날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99년 전교조를 합법화시킬 때도 한 밤 중에 뒤통수를 맞고 아리랑치기 당한 기분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청천벽력같은 민주화 공훈자로 묵인하시다니요.

저희들은 한치도 그릇됨 없이 당신들의 분부대로 묵묵히 살아왔는데 왜 우리는 민주화에 공헌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그래서 당신들은 저희 교단의 무능함이 두려워 자제분들을 미리 해외로 유학을 보내셨나요. 아니면 당신들의 치부를 들킬까봐 미리 손을 쓴 것인가요.

위기상황에선 늘 우리만 서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감히 당신들의 지시에 토를 달아 교무실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 얼마나 잘 못된 일인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우리들이 인간적인 온정을 깔고 상명하복의 획일적 명령체계로 움직일 때 아이들이 두 번씩이나 죽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당신들의 침묵 속에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문화를 변화시킨 주역들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까? 저희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을 살려주었으니 말입니다. 저희들도 이젠 더 이상 꼭두각시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아는데, 교무실만 아직도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팽개친 자리에 놓인 위선에 찬 손짓을 이제 거두어들이지요. 성숙한 학교민주주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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