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도
어머니의 기도
  • 문틈 시인
  • 승인 2018.11.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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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늘 기도를 하신다. 자식들 건강하라고 잘되라고 날마다 두 손 모아 기도를 하신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종교를 믿든 안 믿든 자식들을 위해 이렇게 기도한다. 내가 건강히 살아 있는 것은 어머니의 기도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잦은 병치레를 하는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살아 와 있을까.

그 답은 다시 말하지만 어머니의 기도다. 요즘도 어머니는 기도를 하신다. 어머니의 기도를 생각하면 인생을 되나캐나 살 수 없다. 건강, 언행, 식생활들에 대해서 어머니의 기도에 답하기 위해서 더 신경쓰게 된다. ‘내 것이 아니면 절대 손대면 안돼야.’ 최근 늦은 나이에 재취업한 동생한테 어머니가 해준 한 마디다.

얼마 전 구순이 넘은 어머니를 뵈러 갔을 때 어머니는 내게 뜻밖의 당부를 했다. “건강이 제일이어야.”라고 하시면서 가만히 내게 말씀하셨다. “너 칼럼에 정치 이야기는 쓰지 말아라. 괜히 책잡힐 일 하면 안돼야.” 나는 가끔 짧은 글을 쓸 때가 있는데 거의 정치 시사적인 글은 안 쓰는 편이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내 칼럼을 읽으시고 혹시나 찍힐 글을 쓰지 않을까 염려하신다.

하지만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소금이 아니라지 않던가. 그러나 그 성경 말씀은 인용하지 안했다. 사실 나는 자연의 신비에서 얻은 영감과 고단한 현실의 삶을 공유하는 글을 즐겨 쓰는 편이다. 계절의 정취, 사람들 사이의 관계, 세상 돌아가는 작은 이야기 등 읽어서 공감하고 위로가 될 만한 내용들이다.

어머니는 지금은 사람들이 조심하면서 살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날마다 공중파 텔레비전을 보시더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사람들이 죄다 잡혀가더라.” “누가요?” “지난 정권에서 한 자리 했던 사람들 말이다.” 죄를 지었으면 오랏줄에 묶여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니는 평생 한 자리 해본 적이 없는 아들에게, 정권과 척질 일이 당최 없는데도 장삼이사인 나한테 그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평소 어머니를 지혜를 가르쳐주시는 구루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한 번도 어머니의 말씀을 세상 물정 모르는 뒷방 늙은이의 말이라고 치부해본 적이 없다. 아, 어머니는 지금은 세상 사람들이 입조심, 글조심, 몸조심하면서 살아야 하는 세상으로 생각하시는 것일까.

무엇인지 모르지만 거기에는 까닭이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일까. 나는 알 것 같으면서도 확실히는 몰라 더는 물어볼 수 없었다. “걱정 마셔요. 잘 지낼게요.” 그러면서 나는 딴청을 부렸다.

“어머니, 앞으로 백 살까지 사시겠다고 아들에게 약속해주셔요. 그래야 제가 무탈하게 잘 지내지요.”

“나도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어야.”

나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억지로 어머니의 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했다. 별로 싫지 않으신 표정이다. 어머니가 백년을 사신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내가 어떻게 약속하겠냐.” 주름진 웃음을 지으시는 표정이 얼핏 속으로는 그랬으면 하시는 마음도 있지 싶었다. 백 살까지 살아계셔 가지고 계속 기도를 하시는데 내가 살면서 어머니의 기도에 어긋나는 무슨 잘못된 일을 행하겠는가. 언행을 조심하고, 건강을 조심하고, 행동을 조심하고. 조심, 조심, 나는 아직도 어머니 앞에서 조심히 살아가야 할 품안엣 자식이다.

어머니가 오래 사시면 나는 일거수일투족을 할 때마다 어머니의 기도를 떠올릴 것이다. 나의 하루하루는 어머니의 기도에 답하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아들, 딸, 손주 걱정만 하시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신다. 그가 권력자, 기업가, 노동자, 시인, 그 누구이건간에 마음속에 어머니의 기도를 안고 사는 사람이라면 어머니를 걱정시킬 일을 하지 않으리라.

세상에 어머니의 기도를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어머니의 기도를 듣는 국가의 지도자도 많아졌으면 한다. 나도 어머니처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어머니와 타국에 가 있는 아들 부부, 형제들을 위해서 그리고 진심으로 나라 잘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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