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99) 전가(田家)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99) 전가(田家)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8.11.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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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밥 이고 들에 나간 시골 부인 돌아오기 늦네

어렸을 때 살았던 우리네 시골 풍경을 상상하면 아련한 추억으로 떠 올리게 되는 수가 많다. 탱자나무 울타리 속으로 병아리들이 다니며 놀았고, 그 뒤를 강아지가 달랑달랑 따라 다녔다. 모심기하는 날이면 온 동네가 잔치를 벌이는 듯 아침부터 야단법석이었다.

들밥을 이고 나간 아낙은 논에서 일하는 식솔들을 위해 애쓰는 모습도 상상하게 된다. 멍석에 곡식이 가득 열려져 있는 진한 농촌의 내음이 물씬거리는 풍경을 보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田家(전가) / 제호 양경우

탱자꽃이 피는 가에 사립문을 닫아 놓고

들밥내간 시골 부인 돌아온 길 더디구나

멍석에 곡식 열리고 울 틈 나간 병아리

枳殼花邊掩短扉      餉田村婦到來遲

지각화변엄단비      향전촌부도래지

蒲茵曬穀茅簷靜      兩兩鷄孫出壞籬

포인쇄곡모첨정      양양계손출괴리

 

들밥 이고 들에 내간 시골 부인 돌아오기 늦네(田家)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제호(霽湖) 양경우(梁慶遇:1568~?)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탱자꽃 가에 있는 작은 사립문을 닫아 놓고 / 들밥 이고 내간 시골부인 돌아오는 시간이 늦구나 // 멍석엔 곡식 널려 초가집이 고요하기만 한데 / 쌍쌍 어울린 병아리들이 울타리 틈으로 나가고 있네]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농촌 집의 한 모습]로 번역된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시상은 늘 한가하고 다정다감한 느낌을 받는다. 이 시는 한적하고 한가한 농촌집의 풍경을 묘사했다. 겨우내 움츠렸던 농촌은 봄이 되면 일손이 바빠진다. 쟁기질도 하고, 두엄도 마련하여 밑거름으로 쓴다. 농기구도 손질하고, 호비작 호비작 호미와 삽으로 얼부픈 땅도 판다. 이와 같은 밑그림이 그려지는 농촌풍경이다.

시인은 들밥을 머리에 이고 나가는 사이에 탱자나무 사립문을 닫아놓는 모습을 떠올린다. 들밥 이고 내간 시골부인 돌아오는 시간이 늦다고 했다. 그리고 논밭에서 손을 맞잡아 일을 하다보면 뉘엿뉘엿 해가 기우는 또 다른 모습도 연상시키고 있다. 모두가 시상을 떠올리기에 좋은 진풍경이란 밑그림들이다.

이런 상황의 밑그림을 그리는 순간 화자는 멍석의 말려둔 곡식의 모습을 고요하다고 시상을 떠올린다. 멍석에 있는 곡식을 말리는 순간 사립문을 가만히 닫아둔다. 병아리들이 쌍쌍이 울타리 틈을 끼어 다니며 나가는 모습의 상황까지 그려낸다. 화자의 속 깊은 생각보다는 진귀한 농촌 풍경의 한 모습을 시상으로 그려놓고 있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작은 사립문 닫아 놓고 들밥 인 시골부인 늦네, 초가집은 고요하기만 한데 병아리들만 울타리에’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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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제호(霽湖) 양경우(梁慶遇:1568~?)로 조선 중기의 문신, 의병이다. 1597년(선조 30) 정유재란 때 종사관으로 있으면서 공을 세웠다. 별시 문과에 급제하여 죽산현감, 연산현감을 거쳐 판관이 되었다. 1616(광해군 8) 중시에 급제하여 홍문관교리로 승진하였다.

【한자와 어구】

枳殼花邊: 탱자꽃 가. 掩: 가리다. 닫다. 短扉: 작은 사립문. 餉田: 들밥이고 가다. 村婦: 시골 아낙. 到來遲: 더디게 돌아오다. // 蒲茵: 멍석. 曬穀: 곡식이 널려있다. 茅簷靜: 초가집이 고요하다. 兩兩: 쌍쌍이. 鷄孫: 병아리. 出壞籬: 울타리 틈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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