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장 보러 가기
아내와 장 보러 가기
  • 문틈 시인
  • 승인 2018.10.3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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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장을 보러 갔다. 남편이 돼가지고 웬 주책이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마트에 가보면 사람 사는 세상의 한 복판에 있는 듯한 현실감이 든다. 게다가 물가 동향을 알게 되어 돌아가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도 된다. 부러 아내를 따라 장을 보러 가는 이유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세상 이야기가 다가 아니다. 신문엔 소비자 물가지수가 작년 요맘때보다 1.9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고 나왔지만 그 수치는 체감 물가하고는 너무 동떨어진 수치다. 그게 가짜 뉴스는 분명 아니지만 실제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감이 있다.

아내의 말을 빌리면 ‘이것저것 몇 가지를 샀는데 9만원 넘게 나왔다.’며 얼굴을 찡그린다. 육고기는 사지 않았다. 내가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견과류 한 봉지를 집어넣는 바람에 돈이 더 많이 나온 탓도 있을 것이다. 아내는 생활물가가 몇 달 전보다 크게 올랐다며 볼멘소리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는 38개 도시의 상품 및 서비스 460개 품목을 조사해서 비교한 것이라고 하니 1.9퍼센트포인트가 말이 되느니 마느니 뭐라 할 말은 없다. 물가지수에는 곡물, 고기, 생선은 물론이고 공업제품, 집세, 공공서비스, 개인 서비스, 그리고 지금 아내가 볼멘소리를 하는 생활물가까지 다 포함해서 분석을 한 결과일 게다.

국가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그 통계가 유의미하겠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반 서민들에게는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 쌀값도 껑충 올랐다. 쌀값이 상승한 것을 놓고 사람들 사이에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을 정도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 같은 ‘국가가 국민의 생활을 책임지는 포용정부’(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따뜻한 배려 대책 같은 것이 물가가 오르면 뽀대 내기 어렵다. 더구나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봉선동 아파트값이 10억원이 넘어간다니 물가지수 타령을 할만도 하다.

2,000원 주고 시금치 한 단을 사서 그걸 나물로 만들면 한 보새기가 될까말까다. 두 번 식탁에 오르면 딱이다. 적폐청산, 남북평화 정착 같은 거대 담론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틀림없다. 그 쪽으로 열심을 내야 하는 건 맞지만 장바구니 생활이 불안해지면 사람들의 관심이 그것도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야채, 과일류를 좋아한다. 무순, 콩나물, 상추, 양배추, 양파 같은 것 하며, 고구마, 감자, 바나나, 호박, 오이, 가지 그리고 사과 같은 것들이다. 육고기는 사절. 비싸서가 아니라 반은 채식주의자라서 그렇다.

나 같은 경우는 야채, 과일류의 식품 값이 오르면 살기가 팍팍해지고 있구나 하고 감을 잡는다. 다른 사람은 또 다른 것들의 가격표를 보고 얼굴을 찌푸릴 것이다. 어쨌거나 요즘은 모든 물가가 내리는 것은 없고 오르는 것 일색이다. 임금이 올라도 물가가 오르면 거기서 거기다.

무엇보다 민생이 안정되어야 세상이 편하다. 그 중심에 먹을거리, 옷값, 집값이 있다. 물론 이밖에도 학원비, 교통비, 외식비, 의료비, 휘발유값 같은 것도 직접 가계부에 주름을 늘리는 민생의 중요 지점들이다. 경제는 한 마디로 수요-공급에 달려 있으므로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 지금 시장은 잘 돌아가고 있는가.

내가 보기에 정부가 시장을 틀어쥐고 지배하려는 듯한 흐름이 있는 것 같다. 정부는 공공연히 ‘시장은 정부를 이길 수 없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고속도로처럼 터널을 만들어서 직행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강물이 낮은 곳으로 구불구불 흘러가는 까닭은 직선을 기피해서가 아니다. 자연의 법칙을 따라서다. 시장이란 게 생활을 싣고 가는 강물 같은 것 아닌가.

내가 이렇게 물가 불만을 품고 있는데 어느 탈북자가 유투브에 나와서 하는 말이 자기는 월 1백80만원 수입으로 세 식구에 월 80만원 가지고 먹고 산단다. 이야기인즉슨 ‘입쌀 20킬로그램을 3만2천원 주고 사서 거의 두 달을 먹고’(점심, 저녁은 대개 밖에서 사람들과 함께 한다) 반찬 몇 가지만 있으면 되니 돈을 별로 쓰지 않고도 지낸다며, 오히려 남한 사람들을 타박한다. 휴대폰 사용료도 알뜰폰으로 월 1만8천원이면 딱이란다.

그런 자리고비로 살아도 북한에서 쌀 구경 못하고 살던 때에 비해 여기 생활이 임금처럼 사는 셈이라는 것이다. 남한 사람의 살림 형태로서는 그건 극기훈련식 생활로 보이지만 어쨌거나 물가가 오르면 별 수 없이 이 탈북자 생활방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듯하다. 검소하고 절제하면서 사는 것이 권장할만한 일이지 뭐 손가락질 받을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자린고비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어느 정당 대표는 '경제는 언제나 좋지 않았다.’고 하지만 나 같은 사람들이 물가 걱정 하지 않으며 발 뻗고 살 수 있도록 경제가 좋아지기를 바란다. 일자리가 없어서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 지금 이 나라의 문제는 경제활성화에 답이 있는 성싶다. 아내를 따라 시장에 가는 일도 이젠 그만 두어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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