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무지한 부모, 무식한 교사 아닌가
우린 무지한 부모, 무식한 교사 아닌가
  • 노영필 철학박사
  • 승인 2018.10.2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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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필 철학박사

높이 올라가면 모든 것을 다 이룬 것이다. 꿈은 높이 갖고 이상은 높아야 한다고 닥달했다. 그것이 심리적 훼손의 출발선인 줄 모른 채 역할했다.

어른들의 경험치와 부모의 자존심 만큼 높이 설정된 목표가 문제인지 모른다. 너나 없이 이상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쓰고 너는 이만큼은 해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을 했을 터다.

그렇게 자식을 키웠다. 그렇게 학생들을 바라봤다. 그게 정상적인 교육론이다.

아이와 부모가 나름 소통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풀리지 않은 얽히고 있는 ‘혼돈’, 성장과정에서 안고 있거나 압박받고 있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인데도 전문가조차도 의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자연성 속에서 성장했던 여유의 시기와 다르게 요즘 세대는 ‘풍요로운 물질과 빈곤한 마음’의 이중고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위로받지 못하는 세대라는 점, 가치가 부재해 사는 게 자기 정리를 못하게 만든다는 점까지 확산되면서 말이다.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 과거에 근거해 생각하는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모른 채 우리는 신념처럼 소신처럼 자기 역할만 생각하면서 말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안에 철저히 갇힌다. 어떤 이는 갇힌지도 모른 채, 어떤 이는 갇힌지 알면서도 세상의 관성 때문에 또 갇힌다.

갇힌 내가 자식들을 키우고, 움직이지 않고 멈춘 채 후학들을 바라보고 상대한다. 그들과 통하지 않으면서 무지한 채, 무식한 채 ‘경험이다’, ‘어른의 지혜다’며 억지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대한다. 그 사실을 본인만 모르면서 말이다.

때론 경험은 소중하다. 고려장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IT시대를 사는 아이들에게는 아날로그의 경험은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아이가 가져야 할 이상과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현실을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다그치기를 자주 한다. 디지털에게 아날로그가 충고하는 셈이다. “왜 하지 않느냐”고, “우리는 더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도 해냈다”고 큰 소리치면서 주문한다.

과연 이런 식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은 적절할까?

“무엇이 가치있는 일인지 모르겠어요.”
“또 실패하면 거기서 찾아올 좌절을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나약한 심리상태는 아날로그의 뚜렷한 시대와 달리 멀티적으로 복잡한 디지털 시대의 괴리에서 만들어진 공허한 자의식에서 생긴다. 우리 어른들은 수공업적 문화에서 멀티적 문화의 차이를 놓친다. 아이들에게 소신을 만들어주고 아이들에게 내 삶의 가치를 찾아주는 과정이 아닌 채 ‘내 던져진 실존성’만 감당하도록 강요하는 교육 현실이 문제다.

우리교육 앞에서 만나는 진로문제, 진학문제는 모두 이 구도다.

부모는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주문으로 던질 것이다. 그것이 문제다. 부모는 의식하지 못한 채 은연 중에 아이에게 던져질 것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의식해야 할 일이다. 직접 던지지 않았다고 참았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대화 속에 추임새로, 의견으로 끼워넣었다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식으로 키워진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병으로 이어지는지도 모른 채 당위만 이야기한다. 부모의 강박적 의식이 자식의 강박증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부모와 교사들은 무식하고 무지한 것이다. 부모는 책임감과 의무감의 강박에 휩싸여 갇힌다. 그 순간 소통은 감금되고 내용은 무지해진다. 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채 역할한다.

결국 어른들은 변화에 무지한 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 그 동안 길들여진 관성의 지침을 바탕으로 노예처럼 아이들을 묶고 아이들의 미래를 안내한다.

우리는 달라진 현실을 놓친 채 말이다.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깨달았다. 나는 잘못한 게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저 강요만 했지 경청하는 일과 아이들 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을 공감하는 일을 소홀히 했다. 그 일방적 태도가 거대하게 잘못을 만드는 사슬고리인 줄 모른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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