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특허유출 의혹 중심에 선 한전 양심 없다' 질타
여·야, '특허유출 의혹 중심에 선 한전 양심 없다' 질타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8.10.18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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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산자위 국정감사…배재광 ‘인스타페이’ 대표 증인 출석
김종갑 한전 사장 “대법원 판결, 특허청 부정경쟁방지법 조사” 기다려야

[시민의소리 =박병모 기자] “현재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되레 특허 침해를 한 공기업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가가 내주는 특허권을 보호받지 못한다면 누가 창업에 나서겠느냐. 차라리 월급쟁이로 사는 게 낫지.”

원내 김종갑 한전사장과 사옥
원내 김종갑 한전사장과 사옥

16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배재광 인스타페이 대표는 분을 삭이지 못한 듯 말을 이어나갔다.

배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전기 등 요금 모바일 납부제도 기술’을 공기업인 한전에 탈취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3년 연속 국감장에 증인으로 불려 나왔지만 공기업에, 대기업에, 이젠 법정에서 마저 ‘뺨’깨나 맞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이제는 특허권마저 보장해주지 못하는 국가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싶다.

배 대표의 억울한 발단은 201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전 부사장에게 찾아가 ‘전기요금 모바일 납부제도’를 제안한다. 부 사장의 소개로 담당자를 만났고, 기술 제안서를 제출했다.

가타부타 말이 없던 한전은 2017년 2월 애플리케이션 ‘스마트 한전’에 유사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동시에 카카오 측과 제휴를 맺는다. 현재 한전과 행정안전부, 국민카드 등 금융기관 2곳을 포함 모두 4곳에서 배 대표와 유사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배 대표는 이 과정에서 카카오 측 부장으로부터 “자신이 개발한 벤처 기술이 공공기관에 의해 침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배 대표는 카카오 측을 상대로 재판에 나섰다. 1심(특허심판원)에서는 승소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역부족이었다.

배 대표는 “카카오 측이 김앤장 법무법인에서 최고 에이스 변호사를 8명이나 동원해 항소했고, 결국 2심에서 패했다”면서 “힘센 자와 가진 자에 맞서 싸우기란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날 한전에 대한 산자위 국감은 유달리 돋보였다.

한전에 대한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 현장
한전에 대한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 현장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과는 달리 서로가 한 목소리로 ‘공공기관인 한전이 약자를 상대로 해서 법으로 다투려한 자체가 창피한 줄 알아라’라는 투의 간접성 질타가 이어졌다. ‘속보인 짓은 그만하라’며, 특히 특허청장 출신인 김종갑 한전 사장을 몰아세운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보다도 특허에 관한한 전문가라는 점에서 김 사장의 시원한 답변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빠져나가기 일쑤였다는 데서다.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은 배 대표에게 그동안의 경과를 소상하게 들은 뒤, “소송과 별도로 특허청에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관한 조사를 하고 있지요?”라고 물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하는 행태를 비아냥대듯 질의를 한다. ‘네 기술 아니다. 네 기술과 다르다’, ‘그러니 우리가 미리 개발했다’는 등의 면피성 발언이나 증거를 왜곡한다고 들먹였다.

여당인 홍의락 의원도 동조에 나선다. 그는 “기술탈취는 불공정행위에 해당하는 갑질이다. 즉각 중단하고 인스타페이와 협조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기업과 대기업뿐만 아니라 행정부에서마저 기술탈취가 이뤄졌음에도 공식사과 한마디가 없었다면 분노할 일이다”고 덧붙였다.

배 대표는 이날 국감장에서 “1심(특허심판원)에서 승소했지만, 한전과 유사 서비스를 출범시킨 카카오 측에서 김앤장의 변호사를 8명이나 대동해 항소했고, 결국 2심에서 패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배 대표는 현재 4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기각 당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보충 질의에 나선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예단키는 어렵지만 1심 특허청에서 승소한 것은 옳은 일이다. 물론 법원이 보는 특허사유와 특허청이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일치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특허가 무효냐 아니냐의 문제 이전에 공공기관에 의한 특허 유출. 이 부분이 가장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박 의원은 의미심장한 얘기를 던진다. 그는 “힘 센 기관이 서비스를 진행하면 그 자체가 기득권이 되고, 질서가 된다. 그러다 보니 그 자체가 법질서가 형성되는 대표적인 케이스다”고 말한다.

카카오 직원이 한전에서 요청해서 쓰게 됐다고 배 대표에게 얘기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느낌상 ‘척’하고 알 수 있다고 전문적 식견을 자랑한 듯하다.

같은 여당인 우원식 의원도 나섰다. “소감으로 말하자면, 이는 아주 전형적인 기술탈취다”고 단언한다.

우 의원은 그러면서 “대기업들이 2심에서 김앤장 같은 좋고 비싼 변호사 대거 써서 재판을 뒤집고, 대법원까지 시간을 끌다보면 기술 뺏긴 사람은 견디지 못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이면 국가가 상생하고, 조정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자신이 을지로위원회에서 이런 부류의 사건을 다뤄봤기 때문에 잘 알지만, 이런 문제는 한전과 배 대표가 상생협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배 대표에게 기술개발을 하는 과정에서의 고통과 노고를 위로하고는 김종갑 한전 사장에게는 “카카오 부장이 국회로 찾아와 ‘한전에서 제공받았다’고 말해 진실이 드러났음에도 법원에서 다른 사람이 개발 했다고 또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비난했다.

여야의 이러한 한목소리에 김 사장은 “특허 유출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특허청의 부정경쟁방지법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한전은 그 결과가 나오면 그대로 조치를 취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 했다.

김 사장의 답변을 지켜보면서 “약자에게는 기회가 없고, 강자는 양심이 없다”는 한 의원의 말이 울림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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