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9) 에르미타시, 라파엘로 회랑
상트페테르부르크(9) 에르미타시, 라파엘로 회랑
  •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0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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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만큼 보인다.”-르 코르뷔지에

다빈치 방에서 리졸리의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 그림을 보았다. 패널에 유화로 그린 작은 그림인데 두 손을 모으고 누구인가를 쳐다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모두 지켜 본 증인(마가복음 15장-16장)인 동시에, ‘참회의 성녀’로서 수많은 전설에 의해 덧씌워져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을 매료시켜 왔다. 특히 영화 ‘다빈치 코드’로 더 유명해졌다.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

화가 리졸리는 1508년에서 1549년 사이에 밀라노에서 활발히 활동했는데, 이 시기는 다빈치나 라파엘로가 활동한 때였다.

그림 안내문

이윽고 라파엘로 회랑(로지아 Loggias, 227번 홀)을 걷는다. 이 회랑은 로마 바티칸에 있는 라파엘로 로지아를 그대로 복제하여 1783년에 예카테리나 2세의 주문에 따라 만들어졌다.

사실 필자도 바티칸 박물관을 두 번이나 갔지만 라파엘 로지아를 본 기억이 없다. 라파엘로 산치오(1483~1520)가 만든 아테네 학당과 성모자 그림, 그리고 미켈란젤로가 만든 시스티나 예배당 천정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바오로 성당의 ‘피에타’ 정도 생각날 뿐이다.

하기야 2016년 3월에 두 번째로 바티칸 박물관을 갔을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투어를 하면서 밀려다녔다.

한편, 천재 화가 라파엘로는 1516~1518년까지 한쪽 벽면이 탁 트인 복도인 로지아를 만들었다. 로지아가 설치된 건축물의 외관은 기둥과 기둥이 아치로 되어 있어 고대로마의 건축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 로지아는 바티칸에 지어진 르네상스 건축 양식을 가장 대표하는 건축물로 손꼽힌다.

또한 넓이 4m에 길이 65m나 되는 넓고 긴 복도에는 13개의 아케이드가 줄 지어 있는데 아케이드 천장은 프레스코화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13칸에는 구약과 신약성서 이야기가 52장면 그려져 있는데 일명 ‘라파엘로 성서’라고 부른다. 당시에 교황으로부터 신임을 받은 라파엘로는 부여된 많은 업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천장화 작업을 직접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라파엘로는 계획안만 구상하고 실제로 그림을 그린 것은 그의 제자들이었다.1)

이 바티칸의 라파엘로 로지아를 그대로 본 따서 예카테리나 2세는 이탈리아 예술가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에르미타시에는 바티칸과 같이 라파엘로의 성서 이야기 그림들이 그대로 그려져 있지만, 문장만은 바티칸이 아닌 로마노프 왕조의 쌍두 독수리가 그려져 있다.

라파엘로 로지아. 아케이드가 멋지다.
 라파엘로 로지아의 천장

이어서 루벤스 방(247번 방)으로 옮긴다. 이곳에는 벽에 명화들이 많이 걸려 있다. 그런데 풍경화 그림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베네치아 화가 카날레토(1697~1768)가 그린 ‘프랑스 대사의 접견 1726~1730’ 이라는 걸작이다.

카날레토의 그림

이 그림은 1726년 11월 2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두칼레 광장 입구에서 열린 프랑스 대사 랑구에의 환영 행사를 그린 것이다. 배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라초 두칼레 광장과 멀리 산타마리아 살루테 성당 그리고 항구 등 베네치아 중심가의 모습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두칼레 광장 발코니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는 베네치아 주요 인사들까지 세밀히 묘사했다는 점이다.2)

날카로운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역사 현장을 마치 사진처럼 정확하게 재현해 내고 있는 것은 베네치아 화가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세밀한 묘사는 나중에 다비드(1748~1825)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같은 역사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 미술사학자 김석모의 블로그, 미술사 박물관, ‘라파엘로의 성서’, 바티칸 로지아의 벽화

2) 이 그림은 1766~1768년 사이에 구입한 것인데, 예카테리나 여제(재위 1762~1796) 재위 시에 구입한 3,996점 중 한 점이다. (알렉산드라 프레골렌트 지음, 최병진 옮김, 에르미타슈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2007, p 9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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