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7) 에르미타시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7) 에르미타시 박물관
  •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 승인 2018.09.17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궁전이 박물관이 된 것은 1764년에 예카테리나 2세(재위 1762~1796)가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2세로부터 부채에 대한 상환금으로 225점의 그림을 받은 것이 시발(始發)이다.

예카테리나 2세는 남편 표트르 3세를 186일 만에 폐위시킨 여제였다. 표트르 3세는 표트르 1세의 외손자인데, 옐리자베타 여제가 후손이 없자 황제가 되었다. 그런데 독일에서 낳고 자란 그는 프로이센에게 승리했지만 친독일적 외교로 비난을 받았고 러시아 정교회를 탄압하여 폐위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독일 출신 예카테리나 2세는 러시아 정교회로 개종하여 국민들의 환심을 샀다.

예카테리나 2세는 미술에 관심을 보여 그림을 사 모았는데 그녀가 죽을 당시에는 3,996점이나 되었다.

원래 ‘에르미타시(The Hermitage)’란 이름은 프랑스어로 ‘은둔지(place of solitude)’란 의미인데 예카테리나 2세는 이 단어를 즐겨 썼다.

그녀는 ‘시계의 방’에서 극히 한정된 사람과 은밀하게 환담하면서 소장품 보는 것을 좋아했다.

한편, 에르미타시 박물관은 1852년에야 일반에게 공개되었는데, 이곳은 고대 이집트와 스키타이 황금 유물, 그리스-로마의 조각,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 미켈란젤로 등은 물론 고흐, 피카소, 루벤스, 렘브란트, 로댕 등 유명한 작가들의 그림과 조각 작품들이 3백만 점이나 있다.

이 작품들을 1분씩만 보아도 5년이 걸린단다. 박물관을 모두 둘러보려면 27Km를 걸어야 한다니 두 시간 정도의 관람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화려한 궁전을 걸으면서 명작들을 감상한다니 너무 설렌다.

4월 29일 오후 2시에 입구 검색대를 통과하니 휘황찬란하게 장식된 요르단(Jordan) 계단이 보인다. 흰색 계단에는 빨간 카펫이 깔려 있고, 금장 장식과 조각들, 그리고 천장의 그림에 압도당한다. 탄성(歎聲)이 절로 나온다.

에르미타시 박물관 도록 앞표지, 요르단 계단
에르미타시 박물관 도록 앞표지, 요르단 계단

계단의 이름도 흥미롭다. 요르단은 예수님이 광야의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강 이름이다.(마태복음 3장) ‘요르단 강 건너서 만나리’란 찬송가 구절도 생각난다.

요르단 계단은 1월 19일 예수 세례 대축일과 관련 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이날 네바강에서 강물로 세례를 받는다. 세례를 위해 얼어붙은 강에 뚫은 얼음 구멍 이름이 ‘요르단’이란다.

요르단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통로를 따라가니 야전 사령관 방(193번 방)이 나온다. 이곳에는 러시아 장군들 초상화가 여럿 있는데, 나폴레옹 전쟁의 지휘관 쿠투조프 초상화는 인상적이다.

야전사령관 방에 있는 쿠투조프 초상화
야전사령관 방에 있는 쿠투조프 초상화

특히 1709년 7월 볼타바 전투가 끝난 후, 스웨덴 군사들이 러시아 표트르 대제에게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는 전쟁 승리 기념은 러시아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볼타바 전투 승리 그림
볼타바 전투 승리 그림

이어서 표트르 대제 방(194번 방)으로 들어갔다. 진홍색 벽에는 쌍두 독수리 문장이 새겨져 있고, 옥좌 뒤에는 ‘표트르 대제와 미네르바’는 그림이 걸려 있다.

표트르 대제 방
표트르 대제 방

다음은 1812년 전쟁 갤러리를 지나 궁정 안 정교회를 둘러보았다. 금색 장식들이 장엄하다. 다시 1812년 전쟁 갤러리(197번 방)로 돌아와서 방 좌우에 걸려 있는 나폴레옹 전쟁 참여 장군 332명의 초상화를 보았다. 쿠투조프 사령관 초상화도 있다.

바로 옆은 게오르기 홀(198번 홀)이다. 이 홀은 로마노프 황실의 공식 행사가 열리는 대옥좌관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경복궁 근정전 같은 곳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백색의 대리석과 벽의 문양들이 담백하면서도 위엄이 있다. 흰색 바탕의 간결함 속에 황금으로 도금된 인테리어, 현란한 샹들리에는 러시아 황실의 웅장함을 돋보이게 한다.

게오르기 홀
게오르기 홀

이어서 가는 곳은 파빌리온 홀이다. 이곳은 황금 공작시계가 유명하다. 1770년 영국 런던의 제임스 콕스사가 제작한 것으로 태엽을 감으면 부엉이가 잠에서 깨고, 종이 울리면 공작새가 꼬리를 활짝 펴고 한 바퀴 돌면서 닭이 운단다. 지금도 시계는 매주 수요일 오후 1시에 작동한단다. 아쉽게도 시계가 작동하는 것은 못 보았지만 황금 공작시계를 본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파빌리온 홀의 황금 공작시계
파빌리온 홀의 황금 공작시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