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서울아파트'
어마어마한 '서울아파트'
  • 문틈 시인
  • 승인 2018.09.12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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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요즘 최대 고민은 북한 핵 문제가 아니라 서울 아파트값이 아닌가싶다. 자고 나면 값이 오르는 서울 아파트가 난공불락의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는데 도무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비서실의 장 아무개 실장은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 없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쪽으로 돌아가지 않는 듯하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서울 아파트값은 오르기만 한다. 정부가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오르는 모양새다. 어인 일로 서울 아파트값이 미친 듯이 오르기만 하는가. 정부로서도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서울 아파트값의 평균이 7억5천만원이라 하니 말 다했다. 광주광역시마저 봉선동 34평형에 7억원대 이상 아파트가 등장했다. 이게 전국 대도시로 확산되고 있는 조짐이다. 나는 지금 이상한 나라에 온 엘리스 같은 느낌이다. 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부동산 대책을 여러 차례 내놓고 부동산 시장에 겁박을 주는데도 아파트값은 줄창 오르기만 한다.

서울 마포에 사는 내 고교 동창생은 작년에 5억원이었던 34평형 자기 집이 벌써 10억원을 넘어간다고 한다. 마치 무슨 집단 히스테리를 앓고 있는 것 같다. 한 마디로 말해 사람들이 재산 지키기 혹은 재산 불리기에 나선 거다. 모두들 경제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하니 지역 사람들까지 돈 보따리를 싸들고 값이 오르는 서울 아파트를 우선 사놓고 보자는 심리로 ‘돈 들고 서울로!’ 행진을 하고 있다 한다.

3년 전에 서울의 27평 아파트를 7억원에 산다는 지인에게 속으로 ‘미쳤군’ 했는데 그 아파트가 지금 12억이란다. 전 국민이 서울 아파트에 들떠 있다. 사놓으면 금방 몇 억이 오르는데 왜 흥분 안하겠는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심각한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 불평등 해소를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말고도 각종 지원책을 써서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주려 한다. 한데 야심찬 계획이 잘 안 풀리는 듯하다.

서울 아파트값이 자고 나면 몇 천 만원, 몇 억원씩 오른다면 빈부격차는 더 벌어질 게 뻔하다. 그깐 돈 몇 푼 더 준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그깐 세금 더 걷는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태를 이대로 두고서는 소득주도 성장도 잘 될지 의문이다. 평생 월급생활로 벌어 저축해도 될동말동한 돈을 1년이면 아파트로 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심하게 말해서 ‘서울 공화국’과 ‘지역 공화국’으로 우리 내부에서 경제 분단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마음 편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다리 뻗고 잘 사람이 얼마다 되겠는가 말이다. 서울 아파트 한 채는 다수 국민에게 ‘오르지 못할 나무’가 되었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없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신분이 달라진다는 것은 화가 날 일이다.

정부는 다수 국민이 박탈감, 소외감으로 깊은 허탈감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지금까지의 역대 정부가 해오던 대응 방식으로는 뾰족수가 없다고 본다. 서울에 먹을거리, 볼거리, 돈벌거리, 말하자면 ‘꿀단지’가 집중되어 있는 현실을 가만히 둔 채로는 만사휴의(萬事休矣)다.

지역에 있는 돈은 일단 서울로 가서 한번 아파트라는 뻥튀기 기계에 집어넣어야 돈이 불어난다. 사람들이 너도 나도 돈 보따리 들고 서울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울 지역 아파트 공급은 제한되어 있단다. ‘헌 집 줄게 새집 다오’하는 헌 아파트가 60퍼센트나 된단다. 떠도는 돈이 1,100조란다. 서울 아파트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마지막 한 가지 해법이 있다. 뒤엉킨 실타래를 풀려고 하지 말고 가위로 싹둑 잘라버리는 것이다. 서울의 스카이 대학들을 지역으로 분산시킨다. 서울의 대형병원을 지역으로 옮긴다. 수도를 행정수도, 입법수도, 사법수도로 나누어 서울의 기능을 전국이 나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아파트값 급등으로 빈부격차 심화가 되풀이되는 제1원인이 서울 자체에 있다는 걸 안다면 이 방안을 고려해볼만 하다.

문제는 이건 국가 재건축 수준의 대공사다. 그냥 사고실험에 그칠 거다. 그렇다면 정말 별 수가 없을까. 이것도 가상 해법인데 수요를 대기 위해 서울 요지를 100층, 200층으로 재건축해서라도 마구 공급한다. 그래도 오른다면 일정 정도 이상 상승분은 세금으로 몽땅 거두어들인다. 서울에만 적용되는 ‘서울세’를 거두어 지역에 나누어 준다.

이것도 실행하기 어렵다면 어떤 처방전이 있을지 모르겠다. 서울 아파트가 불로소득의 원천이 되는 건 이 시점에서 더는 국민이 납득 못한다. 서울에 집을 구입해서 금방 몇 억씩 불로소득하는 사태를 무조건 저지해야 한다. 이런 상태를 놔두고 지역분권 같은 아젠다가 씨알이나 먹힐 소린가.

해법은 엉뚱한 데서 올 수 있다. 중국이 반도체를 수출하게 되고, 우리나라 해외 수출이 잘 안되어 경제가 외환위기급으로 침체된다. 뒷돈을 댈 여유가 없어져 집값이 뚝 떨어질 것이다. 이것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아주 안 좋은 경우다.

누가 이런 망할 수를 바라겠는가. 이래저래 서울 아파트값은 어찌해 볼 수 없는 힘든 상황이다. 누가 내게 지금 서울 27평 아파트를 12억에 사겠다고 한다면 나는 말리지 못할 것 같다. 더 오를 것만 같은 불안감이 커서다. 이러다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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