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를 생각하는 사람들
꼼수를 생각하는 사람들
  •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 승인 2018.09.0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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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광주시립미술관장 공모 절차가 완료되어 7일 시립미술관장 적임자를 발표한다. 17명이 서류를 내어 16명이 일차 서류 통과하고 이차 면접을 거쳤다. 5일 들리는 이야기로는 서양화가인 A씨가 관장 후보자로 낙점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바 없으나 그런 소문이라는 것이다.

‘소문은 소문일 뿐이야’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소문이 오히려 사실인 경우가 더 많아 소문을 사실인 것처럼 믿을 수밖에 없다. 행정기관의 인사라든가 산하기관장의 선임에 있어서 사실은 내정을 해놓고 형식적인 공모절차만 밟는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알려진 비밀’처럼 조용히 해왔다.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저 침묵했을 뿐이다.

가끔 언론에서 떠들어대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진다. 행정가나 정치인들은 이런 언론의 생리를 알기 때문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다. 시민들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다 알고 있지만 먹고 살기도 팍팍한데 그런데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모른 체 할뿐이다.

다행히 이용섭 시장은 시정가치를 혁신, 소통, 청렴의 3대 가치를 내세웠다. 주위에서 지켜본 몇몇 분들이 저에게 전해주기를 “이 시장은 청렴한 분이다. 정말로 이번 미술관장 건은 청렴하게 진행할 것이다”고 말한다. 저의 대답은 “미술관장만 그러면 되겠어요. 4년 내내 모든 분야에서 그래야지요.”라고 답했다.

이 시장이 8월 13일 기자 브리핑룸을 찾아 “지역출신 화가들이 관장을 맡아왔다.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문제도 많았다. 이제 광주미술이 지역의 한계를 뛰어 넘어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역 미술계에 대대적인 변혁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에는 서양화가는 ‘이제 그만’이라는 뉘앙스가 있었다. 많은 기자들이 그렇게 받아들였다.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국제적 안목’, ‘전문적 리더십’, ‘최고의 미술관 경영CEO’라는 잣대를 내놓았다. 이같은 기준에 어떤 이들은 지난 2009년 대우전자 CEO,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배순훈 씨가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발탁되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은근한 기대감을 가졌다.

한 지역신문 기자가 말했다. “7일에는 광주비엔날레 개막일인 데다 신문도 나오지 않는 날이 겹쳐 미술관장 발표가 문제가 있어도 묻혀가는 것 같다. 서양화가인 A씨가 소문대로라면 역시 꼼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하며 물었다. “7일 발표는 당초 발표된 공모일정대로 추진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괜히 의심할 수도 있다. 옛말에 “가지 밭에서 신발 끈 묶지 말고, 오얏나무에서 갓끈도 고치지 말라” 했다. 하필이면 좀 복잡한 날 미술관장 발표라니 그럴 것 같다.

어떤 이에게 미술관장 서양화가 내정설 소문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동안 광주 지역 출신들이 미술관장을 하다보니 끼리끼리가 많았다. 이번 기회에 그런 연결고리를 끊고 변화와 혁신을 위해 외부인사를 수혈하는 것 아니냐”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럴 수 있다. 다만 결국 ‘서양화가’라면 마뜩치 않다.

꼼수는 국어사전에서 시시하고 치사한 수단이나 방법이라고 정의한다. 설명 내용 중 하나로 ‘선거 때가 가까워지자 실행 못할 공약을 내거는 정치적 꼼수가 늘어나고 있다.’를 사례로 들었다. 이번에는 그런 정의를 가진 ‘꼼수’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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