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웅 교육감 '혁신 아이콘'으로 전남교육 살린다
장석웅 교육감 '혁신 아이콘'으로 전남교육 살린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8.09.06 08: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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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감 속 조직문화 개선, 교실수업 혁신, 학교자치 실현, 학교활력 불어넣기

첫 탕평인사로 호평, 교육자치 운영위원회 구성, 전남도와 협치 시동

[시민의 소리=박병모 기자] 그가 당선됐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컸었다. 진보 교육감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기존의 관행이나 조직, 정책을 과거 흔적 지우기 차원에서 얼토당토 않는 방향으로 끌고 가지 않을까 해서다.

'2018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최우수상을 최근 수상한 장석웅 전남도교육감
'2018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최우수상을 최근 수상한 장석웅 전남도교육감과의 인터뷰

흔히 그러했듯이 혁신을 내세워 전임 교육감에 줄섰던 교사와 직원들은 2선으로 물러날 거다. 인사만큼은 자기사람으로 채워 조직 장악에 나서게 되면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 칠거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나돌았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말끔히 없애고 전남교육수장으로서 연착륙에 성공한 이가 바로 장석웅 전남교육감이다. 첫 번째 탕평인사로 말이다.

어쩌면 그의 삶의 궤적이 말하듯이 자신과 고락을 함께한 전교조 출신 교사를 대거 포진할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진보사회단체로 부터 불만이 나올 정도로 그는 모든 걸 아우르는 균형잡힌 인사를 했다. 무난하게 조직을 안정시키면서 그의 독특한 캐릭터를 교사들의 가슴 속에 녹아내리도록 했기에 그러리라.

장 교육감은 전남대 학창시절부터 운동권 학생이었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80년 5월의 아픔을 몸소 겪으면서 투쟁대열에 나섰다. 교사가 됐고 참교육을 외치면서 교육개혁에 동참한다. 전교조 전국위원장에 오른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 단일후보로 추대되면서 전남교육 수장으로 당선됐다.

평교사 37년이라는 그의 삶은 교사와 학부모들의 우려와는 달리 외려 단단함이 배어있다. 전교조전국위원장 출신으로서 각종 시민사회단체와의 이해관계 폭이 넓고, 그래서 갈등을 풀어내는 협상가적 능력과 기질이 있다.

누구 못지않게 도덕성과 청렴성을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특히 외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을 그의 정체성과 철학 그리고 정책은 그에게 전남교육을 맡겨도 될 만큼 진실함이 벌써부터 묻어나고 있다.

장 교육감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비전으로 내세운 ‘모두가 소중한 전남 혁신 교육’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쉽게 풀어 장 교육감의 혁신 아이콘을 얘기하라면 4가지로 요약된다.
조직문화의 수평적 개선과 학생이 주인이 되는 교실수업 혁신, 학교자치 실현, 학교활력 불어넣기가 바로 그거다.

첫째 조직문화 개선이다. 우선 기존의 관료적이고 관행적, 수직적으로 운영된 조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그는 교육감이라고 해서 각종 행사장에 별도 자리를 마련하거나 과도한 의전을 단호히 배격한다. 참석자들과 함께 필요하다면 학생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앉고 싶단다.

불필요한 공문이나 상부 규제를 없애고 교육감이 독식하던 권한을 22개 시·군교육지원청과 일선학교로 이양할 계획이다. 특히 교육부와 전남교육청이 불필요한 규제성 공문을 보내다 보면 교사들의 잡무가 늘어나게 된다. 이를 사무실에서 처리하는데 신경을 쓰다보면 학생들과 함께할 시간이 없어지면서 정작 교사 본연의 업무인 학생교육에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데서다.

둘째로 교실수업 혁신이다. 누구나 학창시절 삶의 대부분을 교실에서 보낸다. 그런 교실이 즐겁지 않다면 학생들은 성취감 보다는 패배감을 맛보게 된다. 가고 싶고 살맛나고, 학생이 주인노릇을 하는 교실로 만들겠다고 강조하는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학생 모두가 행복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교 자치활동을 보장하고 학생 인권 조례를 제정하고, 학생 스스로가 문제해결 능력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교사들은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수업역량을 강화시키면서 교과별 수업 나눔 동아리를 통해 자발적으로 수업의 질적 개선에 나서고 있다. 방과 후나 심지어 토요일에도 스스로 모여 자신의 수업에 대한 자존감을 높이면서 다른 교사들의 질 높은 수업을 보고 벤치마킹에 나서는 교사들이 많아졌다. 학생 스스로 능력 키우고 이에 걸맞게 교사들이 전문성으로 화답하는 사제 간의 일체감을 높이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셋째로 학교자치 실현이다. 장 교육감은 본청 사업을 축소시키고 조직을 슬림화를 통해 가뿐하게 만들어 가되 그에 따른 예산과 인사권한 등을 대폭 이양한다는 방침이다. 일선 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자치 구현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과거와는 달리 교육감이 내리찍는 무늬만의 교장공모제가 아닌 해당 지역 마을 주민들의 추천에 의해 교장공모제에 나서겠다고 강조한다.
이는 마을 단위 지역사회 중심에 학교가 자리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학부모, 주민들이 동참하는 학교교육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학교 운영비를 대폭 확대하고 내려 보내겠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학교장이 지역특성에 맞게 선택적 운영을 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얘기다.마을을 중심으로 교육자치위원회를 꾸려 지역 거버넌스 와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갖는 것도 학교자치 실현의 방증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학교 공동체가 갖는 교육프로그램과 운동장 등 공공성과 공공재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주민들에게 되돌려 주고 지자체의 다문화 센터, 어린이집, 도서관 등, 각종 공공 시설물을 서로 교차 사용토록 한다. 그리되면 학부모 및 주민과의 일체감과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얘기다. 담양군이 군이 운영하는 메타세콰이어 입장료를 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마지막으로 학교활력 불어넣기다. 전남의 교육여건이 폐교로 인한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마을 단위의 작은 학교를 살리고, 농어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남만의 특성화된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갈수록 오그라들고 쪼그라져가는 학교공동체를 회복하겠다는 장 교육감의 의지는 취임 첫날의 행보에서 나타난다. 그는 첫 방문지로 무안 청계 남초를 방문했다.
이 곳은 강진 옴천초, 해남 서정초, 순천 송산초, 별량초와 함께 소규모 학교 가꾸기 사업을 통해 서울 등 타 지역 일부 학부모들이 이사를 와 자녀를 교육시키고 있다.

어찌 보면 학생수를 늘리는 것은 김영록 전남지사가 슬로건으로 내건 미래인재육성 프로그램과 일맥상통한다. 교육과 행정을 접목한 지자체간 큰 틀의 협치 모델이 될 수 있겠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장 교육감에게 민감하게 물었다.
취임 후 특정 학생을 위한 교육 보다는 모두가 행복한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전임 교육감 시절 좋은 정책으로 운영하던 시베리아 횡단 전남독서토론 열차학교, 선상 무지개 학교, 희말라야 희망학교 등을 과거 흔적지우기 차원에서 없앨거냐고 불쑥 질문했다.

그는 한참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답한다. 이번에 시베리아 횡단 전남독서토론 열차학교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과 연해주를 거쳐 민족 얼이 담긴 용정마을 등지를 함께 돌아봤다.
전남학생들의 열정과 자긍심을 새롭게 느꼈다. 학생들을 위해 좋은 것이라면 쿨 하게 받아들이고 학생들에게 그리 보탬이 되지 않은 것은 버리겠다며 온고지신(온고지신)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안정감과 자신감이 엿보이는 장 교육감의 어투에서 전남교육의 미래는 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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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2018-09-06 13:20:20
    현장 교원들도 힘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