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86) 가증남지정곤(歌贈南止亭袞)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86) 가증남지정곤(歌贈南止亭袞)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8.08.02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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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칸 초가집일망정 임과 함께 누워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라는 어느 나옹 스님의 시문이 생각난다.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고난의 길은 아닌지 모르겠다. 알 수 없고 잡힐 듯 하면서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을 부여잡기 위해 바둥거리는 사람들의 못난 모습을 만약에 절대자가 보았다면 얼마나 비웃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시인은 편안함을 바라고 있다. 자연과 함께 그렇게 즐기고 싶어서 임의 옷자락 부여잡듯 애원하며 읊었던 시 한수를 번안해 본다.

 

歌贈南止亭袞(가증남지정곤) / 조운

인간의 부귀공명 이제 다 그만 두고

산 좋고 물 맑은 곳 마음껏 노닐어요.

초가 집 임과 누워서 달을 보며 살고파.

富貴功名可且休      有山有水足遨遊

부귀공명가차휴      유산유수족오유

與君共臥一間屋      秋風明月成白頭

여군공와일간옥      추풍명월성백두

 

한 칸 초가집일망정 임과 함께 누워 있다면(歌贈南止亭袞)으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조운(朝雲:?~?)으로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인간의 부귀공명일랑 이제는 다 그만두어요 / 우리 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마음껏 노닐어요 // 비록 한 칸의 초가집일망정 임과 함께 누워 살면서 / 가을바람 맑은 달 보며 늙을 때까지 살고파요]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지정 남곤 어른께 드림]으로 번역된다. 시적 대상이 된 인물인 남곤은 문장이 뛰어나고 글씨도 잘 썼다. 그러나 1519년 심정(沈貞) 등과 함께 기묘사화를 일으켜 당시 집권자이던 조광조 등 신진사림파를 숙청한 뒤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이 되었다. 만년에는 죄를 자책하고, 화입을 것을 걱정하여 평생 써놓았던 글을 불태웠다. 사림파가 강해지자 탄핵을 받아 삭탈을 당했다.

시에서는 그리운 임을 보기 위한 초탈한 심정을 만난다. 부귀공명보다는 임과 함께 천년을 누리며 함께 살고 싶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인간의 부귀와 공명 이젠 다 그만 두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살자며 시상을 일으킨다. 임과 함께 있다면 초가집도 좋으니 가을바람 맑은 달 보며 오래도록 함께 살자고 애원하는 한 여인을 본다.

화자는 임이 죄를 저질러 탄핵받고 귀양을 가는 일이 싫었던 모양이다. 그것이 사는 것의 전부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비록 한 칸의 초가집일망정 임과 함께 누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다소곳이 담는다. 편안하게 자연을 즐기며 그렇게 살고 싶다는 심중의 한 마디를 담으면서 몸부림치는 하소연 한 마디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부귀공명 그만 두고 우리 마음껏 노닐어요, 임과 함께 누운 초가집 늙을 때까지 살고파오’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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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조운(朝雲:?~?)이다. 연산군 때 전주의 기생이었다는 것만 알려질 뿐 생몰연대와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위 시로 보아 영의정 남곤(南袞:1471~1527)과 정을 맺다가 그도 조선의 여인이라 한 맺힌 여심(女心)을 달래지 못해 지어 보낸 시였음을 알 수 있다.

【한자와 어구】

富貴功名: 부귀와 공명. 可且休: 이제 다 그만 두다. 有山有水: 산이 있고 물이 있다. 곧 산 좋고 물 맑은 곳. 足遨遊: 족히 마음껏 노닐다. // 與君: 임과 함께. 共臥: 더불어서 눕다. 一間屋: 한 칸 초가집. 秋風: 가을바람. 明月: 맑은 달. 成白頭: 흰머리 되다. 곧 늙을 때까지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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