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맞은 시간
마치맞은 시간
  • 문틈 시인
  • 승인 2018.07.11 0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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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늘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것 같다. 너무 서두르며 사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늦거나 빠르거나다. 정말 그럴까. 가난한 집에 태어난 사람은 부모를 원망하고 부유한 집 아이는 행복을 타고 난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전란 중에 태어난 사람은 운명을 한탄하고 병이 든 사람은 불운을 탄식한다.

그러나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이라고 하는 영원에서 본다면 세상 만물은 생겨날 때 생겨나고 사라질 때 사라진다. 심지어 일이 일어난 장소조차도 그러하다. 늦는 법도 없고 빠른 법도 없다. 모든 것은 마치맞은 시간에 마치맞은 곳에서 일어난다. 예정론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자연의 운행 법칙이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그때 그 모임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 옆에 앉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약속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의 인생행로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을. 그런 식으로 부모와 친구와 아내, 직장, 환경을 대비해서 오늘의 나를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나는 거기 있지 않고 여기 있는가. 그것은 우리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그것이 시간 때문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내가 왜 그때 안 태어나고 다른 때 태어났는가. 아니다. 그것은 잘못이다. 내게 찾아온 시간은 딱 마치맞게 온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것이 있다.

시간은 기회를 주는 매체다. 내가 시간을 어쩔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기회로 포착할 수는 있다. 그 기회가 빠른지 늦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시간을 탓할 것은 없는 것이다. 내가 최근 인터넷에서 읽어본 짧은 글이 있다. 가끔 꺼내 읽는다.

뉴욕은 캘리포니아보다 3시간 빠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캘리포니아가 뒤쳐진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22세에 졸업을 했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5년을 기다렸다.

어떤 사람은 25세에 CEO가 됐다. 그리고 50세에 사망했다.

반면 또 어떤 사람은 50세에 CEO가 됐다. 그리고 90세까지 살았다.

어떤 사람은 아직도 미혼이다. 반면 다른 어떤 사람은 결혼을 했다.

오바마는 55세에 은퇴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70세에 시작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시간대에서 일한다.

당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당신을 앞서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보다 뒤쳐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모두 자기 자신의 경주를, 자기 자신의 시간에 맞춰서 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도 말고, 비웃지도 말라.

그들은 자신의 시간대에 있을 뿐이고, 당신도 당신의 시간대에 있는 것뿐이다.

인생은 행동하기에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긴장을 풀라.

당신은 뒤쳐지지 않았다. 당신은 이르지도 않다.

당신은 당신의 시간에 마치맞게 잘 가고 있다.

신문을 보면 가끔 30대에 거부가 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가 나온다. 무슨 기업을 창업해서 세계 시장으로 뻗어간다는 둥. 이런 이야기는 자칫 인생의 목적을 어떤 분야의 성공에 두고 경쟁과 갈등 구조로 인식하도록 세뇌시킨다. 거기에 휩쓸려 살면 아무리 건강하고 오래 산들 진정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각자 알맞은 시간대에 살고 있다. 그 이전의 과거에 태어나지 않고 그 후의 미래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하등 불평거리가 될 수 없다. 왜냐 하면 가장 알맞은 때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사람은 시인 윤동주가 노래한 대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 싯구는 운명에 대해 순종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소멸하는 세상 이치를 받아들이되 아무리 어려운 때라도 이상()을 향해 삶이 고달플지라도 굽히지 않고 시도(試圖)를 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내게 주어지는 시간을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보낸다면 그 삶은 실패한 삶이 되고 말 것이다. 삶의 목적은 성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도에 있다. 시도를 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굴러 내려온 돌을 다시 산봉우리로 굴려 올려가는 것. 누구의 시간이나 지금 그 시간은 딱 마치맞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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