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적 자치문화, 왜 청산하지 못하는가?
후진적 자치문화, 왜 청산하지 못하는가?
  • 임우진 전 광주 서구청장
  • 승인 2018.07.05 11: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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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13 지방선거에 광주 서구청장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정당의 벽을 넘지 못하고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와 민주당 바람이 거셈을 스스로 느끼면서 한편으론 공천과정의 고답적인 행태는 바로잡아야 지방자치가 발전하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필자는 지난 4년동안 서구를 광주의 중심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소신있는 구정을 펼쳤다. 그간 느꼈던  감회와 함께 정치발전을 위한 제언을 한다. ┃필자 주 

임우진 전 광주 서구청장
임우진 전 광주 서구청장

 

1. 성숙된 지방자치, 요원한 꿈인가?

나의 꿈

민선 6기 광주 서구청장 4년의 임기가 끝났다. 필자는 공무원으로서 평생을 중앙과 지방에서 지방행정과 지방자치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 관선시대 구청장에 이어 또 다시 서구청장에 나선 것은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에 특별한 보탬이 되고 싶어서 였다. 

지방자치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추구해 온 일관된 관심과 목표가 있다. 민주·정의의 도시 광주의 중심, 서구에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모델을 만들고 정착시키는 것이다. 이 같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수준 높은 지방자치의 참모습과 함께 자치가 성숙되지 못하는 원인 찾기에 천착해 왔다. 

우리 지방자치발전의 저해요인

올해는 지난 1995년 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동시에 선출한 지 24년이 되는 해다. 우리의 지방자치가 성년이 됐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낮은 분권수준, 공직역량의 미약, 주민자치의 미성숙, 자치의식 등 열악한 기반여건은 우리 지방자치의 민낯이다.

특히 지방자치를 둘러싼 후진적 정치환경,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타성에 젖은 접근으로 구태적 자치문화와 행태를 보이면서 자치발전 지체의 원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후진적 자치문화, 왜 청산하지 못하는가?

단체장의 가장 큰 관심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는 일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고 주민으로부터 인정받아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정도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 잘하기가 매우 어렵고 설사 일을 잘한다고 해도 주민이 알아주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단체장들은 일을 잘하려 하면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치적 세력을 키워 다음 선거에 대비한다. 정치 세력화의 방법은 지지 세력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공무원과 주민지도자들을 줄 세워 편을 가르고, 선심행정, 관변단체 등의 정치적 관리, 중앙 정치세력과 연대, 조직관리에 필요한 돈 만들기 등이 보통의 방법이다.

이러한 후진적인 정치와 자치문화가 잔존해 있는 한, 일 중심의 합리적인 공직발전과 주민자율의 자치문화가 뿌리 내릴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소통과 화합, 청렴과 원칙, 기준에 의한 인사 재정,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등 성숙된 자치문화가 지배하기 위해서는 구태적 자치문화의 온상인 정치세력화를 하지 않고도 바르게 열심히 일만 하면 주민이 알아주고 정치적으로 재선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구조개혁 없이는 지방자치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 광주 서구, 4년의 지방자치실험 

자치문화 개혁의 필요성

지방자치 실시 초기부터 성숙된 자치문화가 뿌리내릴 수는 없다. 우리 지방자치도 20여 년이 넘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한 만큼 이제 성숙단계에 들어설 때도 되었다.

이 같은 인식에서 필자는 민선 6기에 어느 지역보다 수준 높은 광주의 중심 서구에서 그동안 현직자의 프리미엄이라는 기득권들을 포기하여 구태적 지방자치와 결별하고, 일 중심의 합리적 정도자치를 통해 지방자치의 성과를 내고 주민의 인정을 받아 재선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치실험의 내용

서구청장으로 재임하는 지난 4년 동안 후진적 자치문화의 온상인 다음 선거를 의식한 정치세력화를 철저히 배격하고 구시대적인 관행을 개혁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과거의 분열 갈등은 화합차원의 일 중심 합리적 관리로 바꾸었고, 인사와 선심성 재정운영은 청렴하고 원칙과 기준을 준수하는 쪽으로 바꾸었고, 공무원과 관변단체는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실천토록 하였다.

공무원 인사 등과 관련하여 일체의 금품수수가 없도록 구청장부터 솔선수범 실천하였다. 특히 주민 주체와 자율 바탕의 주민자치 육성을 위해 동 단위 일은 철저히 동네에 맡기고 개입하지 않았다. 정치적 사조직도 일체 구성하지 않았다. 이러한 바탕 위에 깨끗하고 일 잘하는 공직사회, 주민 주체의 자치·복지공동체를 육성하고 명품도시 조성을 위한 기반조성에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그 결과 서구의 행정이 변화하면서 서구가 새로운 자치단체로 거듭났다. 구태적 자치문화가 사라진 바탕 위에 깨끗하고 일 잘하는 지방정부가 구축됐다. 관치행정 대신에 주민자치와 공동체 문화가 활성화되고 역량이 강화됐다. 전국 최고수준의 주민자치와 민관 협력적 복지모델을 확립하고, 주민주도의 도시재생 사례를 만드는 등 기대이상의 알찬 결실을 맺었다.

실험과정의 애로사항

각종 평가 공모사업에 450여건이 선정돼 710억 원의 재정을 확보했다. 전국에서 1만 2천여 명 이상이 서구를 방문해 정책을 벤치마킹 했다. 서구 주민이 모처럼 서구발전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 그리고 자부심을 갖게 됐다. 리더가 어떤 철학과 가치관을 갖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지방자치)이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이러한 성과를 달성하는 과정에 저항 등 장애요인도 적지 않았다. 특히 정치적 이익을 독점하려는 일부 지지자, 기존 체제의 지역 유지들, 변화를 싫어하거나 기존 무질서 체제에서 이득을 누리던 사람들이 주로 불만을 표출했다. 주민 자율의 자치문화 육성을 위해 주민의 개입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자제하는 것도 힘든 일 가운데 하나였다. 

지방자치 실험 결과의 평가

이러한 지방자치 실험을 시도하면서 2가지에 도전한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현직 프리미엄을 모두 포기하고 주민의 지지를 받고 재선할 수 있을 것인가. 또 하나는 공직과 지역사회의 개혁을 추진하면서 저항을 극복하고 정치적 성공을 할 수 있을 것 인가였다. 

일반적으로 단체장의 업무성과를 주민들이 알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업무성과의 객관적 진단평가 시스템이 없고 성과의 전달수단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체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낮은 경우이다. 

우리 서구의 경우 구정 업무성과가 비교적 인정받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몇 차례의 구정 업무만족도 조사결과 응답자의 70% 정도가 긍정적인  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현직 프리미엄에 상관없이 올바르고 진정성있게 열심히 일하면 주민이 인정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구청장 재선에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이 필자를 10년 내 음주운전 전과 2회를 이유로 후보자격을 배제했다. 지역실정을 잘 아는 광주시당에서 ‘예외적 적격’으로 후보자격을 만장일치 의결했는데도, 중앙당 최고위원회는 당 기여도, 주민지지도, 업무평가 등에서 배제의 명분이 될 만한 사항이 전혀 없었지만 이유를 밝히지 않고 확인,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배제 결정을 통보하였다.

재심요구와 항의시위 등에 대해서도 단 한마디 답이 없었다. 이러한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하였으나 낙선하였다. 선거에서 정당의 역할은 각 후보들의 자질과 도덕성, 업무능력을 평가하여 국민 앞에 천거하는 일 일 텐데 현실정치는 평범한 보통사람도 수긍할 수 없는 파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업무성과가 뛰어나더라도 정당의 공천과는 상관이 없으며, 또한 중앙중심, 정당중심 선거문화로 인하여 무소속인 경우 주민의 지지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결국 자치실험, 즉 구시대적 자치문화를 청산하고 성숙된 자치문화를 육성하며, 일 잘하는 공직사회, 주민자치의 지역사회를 만드는 등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지방자치구조 하에서는 (구태적 방법에 의한)정치세력화를 포기하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확인하였다.

결국 민선6기의 광주 서구에서 도입했던 자치실험은 절반의 성공, 아니 실패한 것이다. 민선 6기 자치실험은 민선자치 이후 보편화된 관주도적 후진적 자치문화를 개혁해 주민주도적 성숙된 자치로 도약 발전시켜 보려는 개인 차원의 도전이었다. 그러나 보편적 자치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자치가 선 순환할 수 있는 제도적 개혁이 필수사항이라는 점도 확인하였다. 

3. 지방자치 순환과정과 개혁과제 

지방자치의 순환과정

구태적인 자치문화를 청산하고 성숙된 자치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단체장이 정치적 세력 확장을 꾀하지 않고 충실한 업무 추진과 성과만으로 정치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업무추진을 잘해 성과를 내면 정당과 주민이 인정하고 공천 및 지지를 해주는 자치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자질과 역량을 갖춘 인물이 → 바르고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고 → 성과에 대해 주민이 인정해 주고 → 선거과정에서 정당의 공천과 주민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순환과정의 문제

그간 경험으로 보면 이러한 선순환과정이 우리 현실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진정성 있고 바르게 열심히 노력하면 객관적 성과를 낼 수 있고 주민이 인정을 해 준다는 점은 확인하였다. 그러나 선출직 공직자가 일을 잘해 성과를 내더라도 정당이 공천을 주거나 주민의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정당의 공천은 업무성과만 아니고 당에 대한 충성도, 기여도, 인맥 등 비합리적 정치적 기준이 작용한다. 중앙의 유력 정치인들의 세력 확장 야욕 등으로 비민주적인 공천관행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주민 역시 단체장의 업무성과보다는 선호하는 정당과 국정 지지도 등에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 
중앙만 쳐다보는 우리의 오랜 집권문화와 지역편중 정당구조도 이러한 비민주적 정당공천과 주민의 비합리적 투표행태를 개혁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지방자치 문화와 환경은 짧은 시간 안에 정당 민주주의와 주민의 투표행태의 성숙된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이유에서 지방선거과정에서 정당은 합리적 역할보다는 중앙정치의 세력 확장 수단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이러한 연결고리를 차단하지 않고서는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 개혁과제

첫째는 이러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이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일이다. 특히 기초단위 지방선거에서는 정당 공천제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국민적 공감을 얻은 사안이다. 정당공천을 배제하지 않고선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먹잇감에서 헤어날 수 없고 지방자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음을 누구나 공감한다. 
기초자치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는 이미 18대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후보 간에 합의된 사항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분권형국가로 헌법 개정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기회에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 
둘째는 선출직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제도화 하는 것도 반드시 이뤄야 할 핵심과제다. 단체장에게는 정치적인 운영이 아닌 공정하고 합리적인 업무 추진을 통해 성과를 내려고 하는 유인이 필요하고, 주민에게는 투표나 여론조사 등에서 합리적 선택을 돕기 위한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선출직들의 임기 말에 어느 정도 전문성있는 업무성과의 평가, 공개가 필요하다. 
현재는 선출직들이 객관적으로 업무추진 성과를 평가 받는 일이 거의 없다. 가끔 표창과 수상 등 단편적인 정보가 제공되기는 한다. 하지만 부실한 수상 제도 등이 난립해 오히려 주민의 혼란만 부채질하는 실정이다.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나 투표가 과연 어느 정도나 업무와 관련하여 응답하는 것일까 의문이다.

주민들은 자치단체의 일을 거의 알지 못하고 피상적으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중민주의 시대, 이미지 정치시대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성과정보가 소통되지 않고서는 지방자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서구청장으로 재직하는 동 성숙된 새로운 자치-구태자치 청산과 일 중심의 자치문화 육성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를 자치발전을 위한 소명의식에서 실험해 봤다. 정치생명을 내걸고 도전해 본 것이다. 그러나 개인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민선 7기 서구청장 선거 결과는 자치발전을 위한 핵심과제에 대한 제도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정도자치가 불가능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조속한 사회적 공론화를 기대한다. 

선거는 현직에 있는 선출직 공직자들이 4년 동안 일한 결과에 대한 평가의 장이자 미래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기회다. 단체장과 의원 등 현직 공직자들 경우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그로 인해 공직사회와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고 주민들은 어느 정도 만족했는지 제대로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새로운 입지자들에 대해선 과거에 일했던 분야를 평가해 보면 어렵지 않게 검증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가 종합적이고 균형 있게 이뤄져야 자질과 능력을 갖춘 지역 지도자를 제대로 뽑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선출직들은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일이 없다.

일방적인 선전홍보와 여론조사 등 투표행위만 있을 뿐이다. 여론조사나 투표가 피상적인 이미지나 감성, 비합리적 기준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언론이나 의회의 비판 감시활동도 정치적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진정으로 중요한 정보가 소통되지 않는다.  

이를 간단히 줄이면 다음과 같다.
*지방자치발전 ← 일중심의 합리적 자치문화 ← 구태자치문화 청산 ← 정치세력화 포기 ← 정당참여 배제, 전문적 자치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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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달용 2018-07-05 14:01:11
    지자제를 후퇴할수도없는 상황입니다.
    개인이 현정치구도의 판박이도 바꿀수도없구요.
    지금상황이 언제바뀔지도 모르지요.

    선출직에 등장하지말던가 아니면 선거에서 이기는 게임을 연구해야합니다.
    이긴자는 현구도가 이어지기를 바랄수도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