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캠프의 논공행상과 제 옷 입기
선거캠프의 논공행상과 제 옷 입기
  •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 승인 2018.07.03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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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광주문화도시계획 상임대표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광주문화도시계획 상임대표

새로 취임한 광주광역시장과 5개 구청장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정말 힘든 여정을 거쳐 오늘의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라 가문의 영광이 되고 길이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우리 지역의 앞날을 생각해야 하고 발전을 책임져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지금부터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미리 그 노고에 대해 위로의 박수도 보낸다.

지방정부의 수장이 된 이들은 지금부터 마음가짐을 잘 다잡아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의 수장이라는 자리는 지역 주민에게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흔히 말하는 공복(公僕), 주민의 말을 듣고 심부름하는 자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역대 수장들을 보면 그렇게 일한 이들이 얼마나 되었던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수장들은 그렇지 않기를 기도한다.

또한 취임 이전부터 나름 앞으로 지방정부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상당한 구상을 했으리라 믿는다. 그런 구상들이 모두 실행된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4년의 임기 동안 제대로 이루어내기란 사실 불가능한 구석이 많다. 그래서 큰 돌탑을 쌓는 과정에 돌 하나 더 얹는다는 마음으로 욕심없이 일했으면 한다.

역대 시장이나 구청장들 가운데 누가 존경 받고 누가 상당한 욕을 먹었는지는 충분히 보았을 것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일을 한다면 좋겠다. 수장이라는 자리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는 욕을 먹기 쉬운 자리이다. 바깥 사람들은 의사결정의 과정이나 내부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마 선거를 치르는 동안 캠프에서 보필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당연히 수장의 입장에서는 시장의 경우 ‘전리품’이 된 24개 공공기관장의 자리와 기타 시청 산하의 여러 자리에 주변 사람을 논공행상에 따라 자리 배치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논공행상이 분명한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자리이든 그 자리에 알맞은 옷을 입은 사람을 선임하는 것이다. 자격도 되지 않고 걸맞지 않은 사람을 무리하게 선임하려다 욕 먹은 전임자들의 꼴을 보지 않았는가. 캠프 사람을 선임하더라도 제 옷을 입은 사람이면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캠프 사람이 없는 경우는 정말 제격인 사람을 선임하면 좋겠다.

다만 그 과정에 “내가 얼마나 도왔는데 이리 내팽개치다니”라며 서운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여기에 2700여년전 이야기를 잠깐 곁들인다. 중국 진나라의 문공(文公, BC 697~628)이 왕위에 오른 후 19년 동안 자신을 보필했던 이에 대한 포상은 논공행상의 모범적인 사례이다. 19년 동안 문공을 밤낮으로 보필한 호숙이 포상을 받지 못한 일화[壺叔愧服而退]가 있다.

문공이 포상한 논공행상의 순위는 인덕을 베풀어 자신의 마음을 넓게 열어주고 편안히 해준 자, 지혜로운 행위로써 자신을 망신스럽지 않게 만들어준 자, 어려운 상황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용감히 싸운 자를 보상의 1, 2, 3위에 올렸다. 그저 분주히 왔다갔다하며 발품만을 판 필부의 노고(若夫奔走之勞匹夫之力)에는 금, 은, 동 메달을 수여하지 않았다.

신상필벌의 논공행상과 함께 사리가 분명하고 어떤 자리에 적합한 옷을 입은 사람을 선임하는 원칙이 중요하다. 그렇게 한다면 낙하산인사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수장이 자신의 여러 가지 인연과 친불친으로만 선임한다면 분명 전임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문공이 유랑 중 허기에 지치자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잘라 바치기도 했다는 개자추(介子推)가 논공행상에 빠졌지만 문공에 대한 실망감을 가진 채 소리 소문 없이 궁을 빠져 나와 자신의 홀어머니와 함께 면산(綿山)으로 숨어 평생을 살았다는 일화도 있다. 캠프의 사람들도 자신의 자리다툼에 급급하기보다 자신이 지지했던 수장이 욕 먹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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