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매일 먹는 밥이다
인문학은 매일 먹는 밥이다
  • 김광호/여양고등학교 인문사회부장
  • 승인 2018.06.2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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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나는 누구인가(Who am I)'라는 평범한 질문을 하곤 한다. 이른바 인문학이란 이름으로 자아 찾기를 요하는 화제(話題)이다.

많은 사람은 나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매일 보는 거울 속에 내가 있기 때문이다. 거울 속에 보이는 이미지가 진짜 “나”일까.

눈과 코를 그리는 사람은 있어도 / 얼굴 그리는 사람은 없다. // 그래도 얼굴은 도화지 위에 그려져 있다.

가슴 찍은 사람은 있어도 / 마음 찍은 사람은 없다. // 그래도 마음은 필름 속에 찍혀 있다.

선시(禪詩)처럼 들린지 모르겠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과 코를 그리다가 얼굴을 잃어 버렸다. 가슴을 찍다가 마음을 놓아버렸다. 그 얼굴과 마음을 찾아봄직 하건만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잠시 이솝우화 한편을 보자. 여우와 표범이 서로 자기가 아름답다고 우겼다. 그런데 표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털빛이 아름답고 다채 롭다는 말만 지겹도록 늘어놓았다.

듣다 못한 여우가 한마디 던졌다. “그래서 내가 너보다 아름답다는 거야. 나는 털빛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다채롭거든.”

아름다운 얼굴이 추천장이라면 고운 마음은 신용장이다. 그런데 우린 언제부터인가 마음을 잃어버리고 얼굴만 사랑한 채 살고 있다. 말로는 마음이라고 하면서 얼굴로써 나를 소개하려 한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또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거울 속에는 거울의 수만큼 내가 있다. 날마다 마음을 하얗게 닦기 위해 어른들은 거울을 샀다. 아이들도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거울을 살 것이다.

진정 나는 누구일까? 바람소리처럼 가볍게만 들리는가? 그 바람이 태풍이라면 그댄 마음이 깃든 자아를 찾을 수 있겠는가? 거울 속에 있는 내가 진짜 나가 아닐진대 우린 ‘나’라고 우기며 참 나를 영영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맹자는 학문의 길이란 바로 자아 찾기의 길이요 마음 마주보기다고 말한다.

그는 그 마음을 인이요 의라고 언어화한다. “인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는 사람이 걸어갈 길이다. 그 길을 버리고 따르지 않으며 그 마음을 잃고도 찾을 줄 모르니, 슬프구나! 仁之心也(인지심야) 義人路也(의인로야) 舍其路而不由(사기로이불유) 放其心而不知求(방기심이부지구) 哀哉.(애재)”

누군가가 “사랑을 하면 세상이 달라져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을 사랑해보면 어떨까.

참 자아가 내 주위를 서성이면서 간절히 나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오늘 하루만이라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야겠다.

 

김광호/여양고등학교 인문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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