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의 경제톡⑤ 파괴적 혁신
이상수의 경제톡⑤ 파괴적 혁신
  • 이상수 전 (사)광주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8.06.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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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파괴적 혁신은 자기성찰에서 시작된다

4차 산업혁명은 혁신으로 성장한다. 혁신은 파괴와 창조라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을 창조적 파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혁신이 갖는 창조와 파괴라는 두 개의 얼굴을 이해할 때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에 지난주 이상수의 경제톡에서는 창조적 파괴에 대하여 소개하였다. 이번 주에는 파괴적 혁신이란 주제를 소개한다. 창조적 혁신은 우월한 기술에 의한 시장 창출을 지향하는 것이며, 파괴적 혁신은 열등한 기술로 우열의 경계를 뛰어 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필자 주>

파괴적 혁신의 등장

최근 새로운 부자들이 그토록 많이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세상의 연결성이 더 커지면서 76억 명의 잠재적 고객이 클릭 한 번으로 내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지금보다 더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는 없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물어봐야 한다. 나와 똑같은 24시간을 보유한 그 부자들이 나와 다르게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남들은 모두 놓친 그 기회를 그 사람들은 어떻게 찾아냈을까? 어떻게 하면 나도 그들처럼 세상을 볼 수 있을까?

사업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하나하나의 고리가 합해진 것인데, 그 고리란 연구개발, 디자인, 제조, 마케팅, 세일즈, 유통 등이다. 그런데 이 각각의 고리는 전체로서의 사업에 서로 다른 가치를 보탠다. 한편, 회사라면 어디나 사업의 성패를 가를 가치사슬을 갖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내적 가치사슬에 의해 나의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나의 내적 가치사슬에 있는 고리들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고리 하나를 찾아내어, 바로 그 고리를 변화시키면 나 자신을 혁신할 수 있다.

아울러 파괴적 혁신가의 마음가짐을 장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내적 가치사슬을 정직하게 평가하고 방해가 되는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자신의 꿈과 자신에 대한 기대치에 한계를 긋게 하는 어떤 생각도 모두 타파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항상 들어왔던 나의 강점과 약점이 정말로 내 강점과 약점이 맞는지 의문을 가지고, 다르게 생각하게끔 자신을 훈련하는 것이다.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

기술혁신은 기존의 기술원리를 바탕으로 이를 더욱 발전시켜가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기존의 기술원리를 와해시키고 새로운 원리로 혁신을 이룩하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기술이 실용화되고 나면, 그 기술의 성능은 R&D 노력과 투자에 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향상된다. 즉 신기술 초기에는 기술발전 속도가 더디게 나타나지만 초기의 투자기/시험기가 끝나면 기술발전이 기하급수적인 상승곡선을 타게 되어 R&D 투자의 효과가 높다. 그렇지만 기술이 성숙단계에 들어서면 성과곡선은 완만해진다. 이처럼 기존 역량을 활용하고 발전(Capacity-Enhancing)시켜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는 경우를 존속적 혁신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존속적 혁신을 추구하던 일부 기업들은 특정기술에 대한 투자 수익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다른 새로운 기술적 대안을 찾기 시작한다. 어떤 새로운 기술들은 기존기술과 전혀 다른 기술적 역량을 필요로 한다. 혁신기업이 기존기술(기술 A)과 전혀 다른 혁신기술(기술 B)을 추구할 경우, 처음 시도할 당시에는 기존기술보다 성능이 더 떨어지고 또 많은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새로운 시도들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 그러나 소수의 혁신기술은 마침내 기존기술보다 더 높은 기술적 성능을 달성하게 되어 기존기술을 파괴(Capacity-Destroying)시키고 기존기술을 대체하게 된다. 이러한 혁신을 파괴적 혁신, 또는 와해적 혁신이라고 한다. 이 파괴적 혁신 이론은 크리스 텐스(Christensen) 교수에 의해 주장되었다.

왜 파괴적 혁신인가?

잘 안 돤 것실패는 차이가 있다. ‘잘 안 된 것은 무언가를 시도하다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반면 실패는 수건을 던지고 그대로 포기하는 것이다.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성공이란 쓰러지고 또 쓰러지면서 한 치의 열정도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1793년 일라이 휘트니(Elias Whitney)가 조면기(Cotton gin: 목화에서 솜을 뽑는 기계)를 발명하였다. 그 당시 미국 남부에서는 목화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예가 5배나 늘어났고, 북부에서는 산업혁명이 불붙었다. 이런 결과로 결국 남북전쟁이 일어났다. 조면기 발명이라는 획기적 기술 하나가 역사를 바꾼 것이다.

파괴적 혁신의 시대에 번창하기 위해 꼭 뭔가 새로운 것을 발명해야 하는 것도, 세상이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남들이 마련해놓은 파괴적 혁신의 돌파구를 통해 드러난 가치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이메일이 우편 사업의 유통 고리에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는 동안, 수많은 업체는 그 이메일을 활용해 제품을 마케팅하고 세일즈하고 디자인해서 큰 이익을 거두고 급격히 성장했다. 파괴적 혁신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파괴적 혁신을 통해 드러난 가치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파괴적 혁신의 다양한 유형

파괴적 혁신 기술이 기존기술보다 반드시 성능이 우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파괴적 혁신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로엔드형, 고기능형, 신시장형 등이다.

첫째는 로엔드형(Low-End) 파괴적 혁신이다. 이는 기존 제품/서비스보다 획기적으로 저가의 제품/서비스를 개발한 경우이다. 저비용 모델로 초과만족 고객전략을 구사한다. 그렇지만 이 모델은 초기에 기업의 지속적인 기술 혁신제품이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보다 낮은 수준에서 혁신이기 때문에 만족이 덜 하지만, 소비자의 기대수준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면 초과 만족된 소비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기능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품질, 혹은 다양한 기능을 제품에 반영시킴으로써 소비자가 그 기능들을 충분하게 활용하지 못하면서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요즘 휴대폰이 여기에 속한다. 타타 자동차(Tata Motors), 인터넷 전화기, 샤오미 스마트폰, 저가 화장품 등이 이에 속한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역행적 혁신(Reverse Innovation)은 이러한 로엔드 파괴적 혁신을 이끄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전제조건은 모방이 어려워야 하고, 저비용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둘째는 고기능형(High-Performance) 파괴적 혁신이다. 이는 기존기술보다 획기적으로 성능이 향상된 기술을 개발한 경우이다. 아날로그 TV를 대체한 디지털 TV, 필름 카메라를 대체한 디지털 카메라, 백열등을 대체한 형광등, 기계식 시계를 대체한 전자식 시계 등이 이에 속한다.

셋째는 신시장형(New Market) 파괴적 혁신이다. 이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경우이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을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비소비자를 타켓으로 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편의성을 높인 어른들을 위한 닌텐도 게임기, 대형 컴퓨터 시대를 지나 개인 컴퓨터 시대를 연 PC, 전보를 대체한 전화 등이 여기에 속한다.

파괴적 혁신 전략의 수립을 위한 다섯 가지 지침

제품 : 기존 방법이 기술적 한계에 가까워지면, 경쟁사보다 기존 방법으로 더 나은 제품을 만들려고 고민하지 말라. 오히려 그것보다 당장은 성능이 못하나 잠재력이 큰 파괴적 혁신을 만들라.

고객 : 현재 수익성이 높은 고객그룹에만 치중하지 말라. 오히려 전혀 소비를 하지 않는 잠재고객에 주목하라.

마케팅 : 인구통계학적인 분석에만 매달리지 말라. 오히려 고객이 해결하려 하는 문제와 환경에 주목하라.

비즈니스 도메인과 수익성(Business Domain & Profitability) : 과거의 성공을 가져다 준 핵심역량에만 연연하지 말라. 오히려 미래의 가치창출원천에 집중하라.

지속능력 : 범용화(commoditization)를 피하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가치사슬 영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라.

파괴적 혁신 전략의 실행을 위한 다섯 가지 제언

관리 : 신규사업에는 탁월한 성과를 낸 사람보다는 적합한 경험을 지닌 경영진을 필요로 한다.

구조 : 파괴적 혁신을 위해 모기업의 지원 및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오히려 파괴적 혁신의 성공을 모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의사결정 : 구체적인 미래예측 중심의 전략 수립은 존속적 혁신에서 필요한 것이다. 파괴적 혁신전략은 급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발견중심의 기획이어야 한다.

기대치 설정 : 기업은 성장 과정에서 일정수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성장을 달성하는 최선의 방법은 수익성 강조에 있다.

리더십 :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CEO는 비전 제시를 넘어, 과거의 성공적인 프로세스를 과감히 버리고 어떻게 새로운 여건을 조성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파괴적 혁신에 성공하기 위한 혁신자 태도

기업들이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야 한다. 크리스텐슨은 기업의 역량을 자원(Resources), 프로세스(Process), 가치(Value) 3가지 형태로 제시하였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스피드 경쟁력은 프로세스 역량에 해당한다. 기업이 파괴적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과 태도,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기업이 혁신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존속적 혁신(Low Risk, Low Return)과 파괴적 혁신(High Risk, High Return)의 두 가지 게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활동과 하부문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최고경영진에서는 추진 중인 파괴적 혁신이 기존 기술을 앞지를 때까지 기다려 주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가져야 한다. 파괴적 혁신은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기존기술에 비해 오히려 성능이 뒤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기존 기술과 경쟁하는 기간에는 파괴적 혁신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회의가 커지기도 한다. 단기적 이익에만 집착하여 새로운 기술적 시도에 대해 기다려주지 못한다면 파괴적 혁신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열정과 자신감이 넘치는 조직문화와 성공의 경험은 전략적 인내를 키워줄 수 있다.

셋째,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다양한 역할(Diverse Roles)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한 사람이 모두 수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여러 주체들이 필요하며, 이들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아이디어 제안자 아이디어 채택자 문제해결 개발자 프로젝트 추진자 아이디어 비판자 등 다섯 가지 역할이 필요하며, 이와 아울러 창의적 문화 조성과 혁신 프로세스의 정립을 위한 최고경영진의 역할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넷째, 늘 변화할 준비(Constant Change)를 하고, 지속적으로 혁신하라. 파괴적 혁신의 특성은 불연속성이다. 지금의 선두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다른 기업에 의해 순식간에 밀려날 수 있다. 따라서 선두기업이라 하더라도 늘 새로운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면서 다른 기업이 아닌 자신에 의해 파괴적 혁신이 지속적으로 주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러한 파괴적 혁신이 같은 기업에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섯째, 혁신은 가치창출(Value Creation) 활동이다. 파괴적 혁신이 구체적으로 누구에게(Customer) 어떤 가치를 창출해 주는 지 명확히 제시하여야 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기존 고객뿐만 아니라 잠재 고객의 관점에서도 늘 바라보면서, 틈새시장에서 출발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발전시켜가야 한다.

여섯째, 혁신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다. 자체적인 노력뿐 아니라 외부의 자원과 기술도 적극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방식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일곱째, 파괴적 혁신을 위한 별도조직을 사내에 설치하는 방식(Organization Design)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사내벤처(Corporate Venture)나 창의조직을 기업 내에 별도로 두고, 차별화된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파괴적 혁신을 위한 좋은 조직 전략이 될 수 있다.

<참고자료>

제이 새밋 지음, 이지연 옮김(2018).부의 추월이 일어나는 파괴적 혁신. 서울 :한국경제신문.

http://blog.daum.net/trafficsky/240083

http://azine.kr/m/_webzine/wz.php?c=71&b=5169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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