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려인 시인, 두번째 시집 출판 길 열려
광주 고려인 시인, 두번째 시집 출판 길 열려
  • 정성용 시민기자
  • 승인 2018.06.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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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이경일 대표, 번역 김병학 시인 등 후원자 도움 얻어
지난 7일 고려인마을에서 김 블라드미르 고려인 시인의 시집 출판을 후원하기 위한 사전모임이 열렸다.
지난 7일 고려인마을에서 김 블라드미르 고려인 시인의 시집 출판을 후원하기 위한 사전모임이 열렸다.

광주 고려인마을에 살고 있는 한 고려인 시인이 서울 출판사의 후원으로 시집을 내게 됐다.

고려인마을에 거주 중인 김블라디미르 시인은 최근 두번째 시집 '회상열차 안에서'의 출판을 고민하던 중, 여러 후원자들과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위치한 출판사 디자인하우스 이경일 대표의 도움을 얻어 시집출판을 하게 됐다.

지난 7일 광주고려인마을에서 출판을 위한 사전모임을 가진 이경일 대표는 김블라디미르 시인 등 후원자들과 한 자리에 모여 7월 초순까지 시집출판을 무상으로 발간하고 모든 권한을 고려인마을에 주겠다고 밝혔다.

김블라지미르 씨는 우즈벡출신 고려인 2세이다. 고려인들이 모여사는 고려인마을(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에서 살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한국에 거주하게 됐다. 광주에는 2013년에 왔다. 지난 1956년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서 태어난 그는 타쉬켄트 문학대학과 의과대학에서 러시아문학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광주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낯선 조상의 땅 광주에서 사는 동안 느꼈던 삶의 이야기를 시로 묶어 지난해 생애 첫 시집을 출간했다. 시집제목은 '광주에 내린 첫눈' 이었다. 정막례 계명대교수의 번역으로 출간했다.

이후에도 그는 꾸준히 시를 썼다. 하지만 제2시집 출간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마땅한 번역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침 이 소식을 들은 김병학 시인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병학 시인은 1992년 카자흐스탄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한글학교장, 현지 신문기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고려인들의 역사와 애환을 기록해오고 있다.
그의 도움으로 김블라디미르 시인의 시가 세상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출판비가 문제였다. 노동자로 살아가는 김 시인에게는 400여만원의 출간비는 너무 큰 부담이었다.

이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고려인방송과 나눔방송이 5월 31일 이 소식을 세상에 알렸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조선일보가 지난 4일 '교수서 노동자 된 고려인, 시를 쓰다' 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기사를 본 많은 독자들이 100여만원의 후원금도 보내왔다.

지난 7일 고려인마을에서 가진 사전모임에는 이경일 대표와 김블라디미르 시인, 김병학 시인, 박용수 고려인동행위원장,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 오경복 사무총장, 김혜숙 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 단장 등이 함께 했다.

이날 이경일 단장은 시집이 완성되면 서울이나 광주에서 출판기념회, 아니면 북콘서트를 갖자는 제안도 했다.

김블라디미르 시인은 "너무 뜻밖의 선물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며 "도움의 손길을 펼쳐주신 이경일 대표를 비롯한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세상에 대한 꿈을 꾸고 있으면 어디서는 꿈을 실현시키는 빛이 찾아올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가졌던 김 시인에겐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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