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 · 행복국가 북유럽
청렴 · 행복국가 북유럽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8.06.04 14: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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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하순에 바이킹의 나라 북유럽을 다녀왔다.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를 7일간 여행하면서 ‘청렴하고 행복한 국가’의 모습 몇 가지를 보았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국회의사당 정문 위에 조각되어 있는 ‘네 가지 고통’ 얼굴이었다. 머리 아프고, 배 아프고, 귀 아프고, 이빨 아픈 모습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국회의사당에 새겨진 ‘네 가지 고통’ 조각
덴마크 코펜하겐 국회의사당에 새겨진 ‘네 가지 고통’ 조각

이 네 가지 고통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생명의 위협, 생활의 고통, 차별과 인권탄압, 자유 억압의 고통일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러면 국회 정문 위에 왜 ‘네 가지 고통’ 얼굴을 조각해 놓았을까?

그것은 항상 국민의 고통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무언(無言)의 경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더 놀란 것은 국회의사당 주차장이었다. 자전거가 즐비하고, 자동차는 단 한 대만 있었다. 덴마크 남편과 20년째 살고 있는 현지 가이드는 ‘국회의원도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고 말해준다. 덴마크는 국민의 30%가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덴마크 국회의사당 앞 주차장
덴마크 국회의사당 앞 주차장

한편, 덴마크 국회의원은 특권이 거의 없다. 보좌관도 없고 관용자동차도 없다. 판공비는 공개되며, 공무로 택시를 타는 경우도 비용을 정산하여 돌려받는데 택시를 지나치게 많이 이용하면 공금 과다사용으로 지탄을 받는다. 비행기도 이코노미석을 타고, 호텔도 2등급을 이용해야 한다. 이러니 우리나라 국회의원처럼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출장 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덴마크 왕실도 마찬가지다. 왕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 처신한다. 나치 독일이 덴마크를 점령하던 시절, 국왕 크리스티안 10세는 말을 타고 혼자서 돌아다녔다. 이를 본 독일 군인이 “왕이 경호원도 없이 돌아 다니냐?”며 조롱했다. 이 말을 들은 한 덴마크 소년이 “코펜하겐 시민 모두가 경호원이다”고 대답했다 한다.

이런 ‘탈(脫) 권위’는 다른 북유럽도 대동소이하다. 노르웨이 국왕은 경호원 없이 개 한 마리만 데리고 스키를 탔고, 핀란드 대통령은 지금도 관저 근처의 마켓광장에서 시민과 함께 커피를 자주 마신다.

그런데 덴마크에는 총 10개의 계명으로 된 ‘얀테(Jante)의 법칙’이 있다.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등’인데, 한마디로 ‘당신이 우리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모든 북유럽에 통용되고 있다.

흔히 북유럽을 ‘사회민주주의’ 국가라 한다. 정치적으로는 자유와 민주를 지향하고, 경제적으로는 평등을 추구한다.

세계 최고의 세금부담률(덴마크는 소득의 36∼60%, 스웨덴 29∼59%)을 통한 소득 재분배, 보편적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경제적 평등은 출신이나 직업·재산에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평등한 문화로 연계된다.

이런 나라에서 ‘내가 누군지 알아?’는 통용될 수가 없고, ‘갑질’이나 ‘금수저’란 단어는 찾아볼 수도 없으리라.

그래서 북유럽은 청렴·행복국가이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가 있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7년 부패인식지수’에 의하면 세계 180개국 중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는 뉴질랜드, 덴마크가 2위, 핀란드와 노르웨이가 공동 3위, 스웨덴이 공동 6위, 한국은 51위였다.

또한 유엔의 ‘2018년 세계 행복보고서’를 보면 가장 행복한 나라는 핀란드, 2위 노르웨이, 3위 덴마크, 9위 스웨덴, 한국은 57위였다.1)

이러한 기저에는 높은 사회적 신뢰가 깔려있다.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도 노사정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기업은 해고를 자유롭게 하되, 근로자는 실업수당 보장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며, 국가는 경제성장을 지속시킨다. 1석 3조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모처럼 이루어진 노사정 대화도 최저임금산입범위 때문에 파국 위기에 있다.

“덴마크는 투명한 정치, 효율적인 정부운영, 높은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행복국가입니다.”

덴마크 현지 가이드의 말이 지금도 귓전에 생생하다.

1)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6∼42%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OECD 38개국 중 29위인 삶의 질 지수를 10위권으로 끌어올리고 청렴도를 20위권으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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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2018-06-04 15:42:20
기업들은 최저임금을 올리고. 상여금을 내리는 대신에, 국회의원들을 회유하여. 임금 동결에 대한 반발을 정부로 돌리는데 성공하였다. 기본급은 낮고, 수당이 높은 기형적인 임금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상황을. 국회의원들이 기형구조가 기본이 되게 만들어 버렸다. 남의 손으로 코를 푼 기업들 보다. 국회의원들이 더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