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77) 영황백이국(詠黃白二菊)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77) 영황백이국(詠黃白二菊)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8.05.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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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색과 백색 두 가지 국화를 읊으며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다. 곳곳에서 국화 전시회를 하는 단체와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노랑색 하얀색 붉은색으로 피어있는 국화를 가을꽃으로 여기는 경향이다. 그래서 가을을 ‘국향의 계절’이라 한다. 가을이 되면 국화를 음영하는 시문도 많다. 퇴계 같은 이는 매화를 그렇게 좋아했다지만 가을은 역시 국화가 제 격이다. 노란국화 하얀국화를 색깔에 의해 구분해 보려는 사람의 시선은 마주치지만 된서리야 아량 곳 하지 않는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詠黃白二菊(영황백이국) / 제봉 고경명

노랑 국화 노란 색에 귀히 여기고

타고난 본래 색깔 흰색도 기특한데

사람은 색깔 구별에 무시하는 저 서리.

正色黃爲貴    天姿白亦奇

정색황위귀     천자백역기

世人看自別    均是傲霜枝

세인간자별     균시오상지

노랑색과 백색 두 가지 국화를 읊으며(詠黃白二菊)으로 제목을 붙여 보는 오언절구다. 작자는 제봉(霽峰) 고경명(高敬命:1533∼1592)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바른 빛이라고 귀하게 여기는 노랑색인데 / 타고 난 본래 모습은 흰색 또한 기특했었네 // 세상 사람이야 이것들을 모두 구별하려고 하겠지만 / 다 같이 업신여기는 가지의 서리만은]이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노랑색과 백색인 두 가지 국화를 읊음]로 번역된다. 국화의 자태는 고결해서 좋다. 노랑색, 백색, 연두색, 붉은 색 갖가지 색깔을 자랑하며 늦가을까지 자기의 의지를 자랑하며 피는 꽃이다. 세상 사람들이야 색깔을 굳이 구별하려하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라’고 내리는 서리야 국화의 향과 의지를 알 리야 없다.

시인은 노랑색 국화를 바른 빛이라고 귀하게 여기며 향기에 취했을 것이고, 흰 색은 본래의 바탕이라고 또한 기특하게 여겼다는 시심을 떠올린다. 색깔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가을이면 물가에 피는 사철쑥에 비근할만 하지 않겠는가. 한 해의 황혼기와 같은 가을에 흔들림 없이 피는 국화야 말로 인생의 한 교과서로 보이지는 않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화자의 또 다른 한 면을 만나게 된다. 세상 사람들이야 이것들을 모두다 구별하려고 하겠지만, 다 같이 업신여기는 국향 가지의 서리에 대한 시상이다. 나약한 인간이야 굳이 그 색깔을 구별해 보려고 했지만 겨울을 알리는 서리가 아름다운 색깔과 향기를 알 리가 없다. 색깔과 향기쯤이야 구분하지 않고, 마구 치고 때리고 부셔버리기 때문이리.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바른 꽃 귀해 노랑색일랑 본래 모습 기특하네, 사람들은 구별하려 하나 모든 가지엔 서리들만’ 이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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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1권 3부 外 참조] 제봉(霽峰) 고경명(高敬命:1533∼1592)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 의병장이다. 이량에 대한 탄핵에 참여한 것이 문제가 되어 울산군수로 좌천된 뒤 파면되었다. 관직에서 물러난 고경명은 18년 동안 고향에서 머물며 문인들과 어울렸다. 시, 서, 화에 능했다.

【한자와 어구】

正色: 바른 빛. 黃: 노랑색을 뜻함. 爲貴: 귀하게 여기다. 天姿: 타고난 본래 모습. 白亦奇: 흰색 또한 기특하다. // 世人: 세상 사람들. 看: 보다. 自別: 스스로 구별하다. 均: 다 같이. 是傲: 이 거만함. 오만함이야. 霜枝: 가지 위의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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