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호남 선비, 시조문학의 최고봉, 고산 윤선도(10)
길 위의 호남 선비, 시조문학의 최고봉, 고산 윤선도(10)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8.05.14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16년 12월21일에 윤선도의 상소가 승정원에 접수되었다. 다음날인 12월22일에 승정원은 윤선도의 모함을 받았다면서 파직시켜 줄 것을 임금에게 청했다. 광해군은 "흉악한 상소를 가지고 따질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사직하지 말고 직무에 전념하라."고 답했다.

12월23일에는 예조판서 이이첨과 병조판서 박승종이 사직을 청했다.

광해군은 전교하기를, "내가 지금 앓고 있는 병이 오래도록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신하가 편안히 지낼 때가 아니다. 더구나 큰 일이 눈앞에 닥쳤고 옥사도 끝맺지 못하고 있다. 우선 편안한 마음으로 조리하며 일하도록 하라." 하였다.(광해군일기 1616년 12월23일)

이 날 사헌부·사간원은 합계하여 윤선도를 사주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아뢰었다. 양사는 말하기를, "신들이 그저께 삼가 윤선도의 상소의 대개를 보았는데, 서로들 경악하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그 까닭을 몰랐습니다. 그 상소에 대신·삼사·후설·전조를 끝없이 비난하며 공격하였습니다. 근래의 괴이한 무리들이 사람을 모함했던 상소에 견주어 볼 때에 윤선도의 상소는 더더욱 심합니다. ... 이이첨의 효우(孝友)와 청백(淸白), 충성과 절의는 나라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바이고, 종묘사직과 백성들을 위하여 세운 공로는 성상께서도 아시는 바인데, 이런 이이첨을 모함한 윤선도의 상소는 너무 심합니다.

그러면서 사악한 의논을 주장한 이원익을 사마광에다 견주었고 임금을 협박하고 나라를 저버린 이덕형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자라고 하여 국가가 이미 결정한 죄안을 무시하고 하나의 시비거리를 내세워서 당장에 상황을 뒤집을 계책을 삼고자 하였습니다. 역모를 꾀한 자들을 가리켜 역적이 아니라고 하고 역적을 토벌한 자들을 가리켜 파 당을 심는다고 하여, 역적을 토벌했던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려고 하였으니, 그의 속셈은 불을 보듯 분명한 것입니다. 어찌 믿는 데가 없이 이런 짓을 하였겠습니까.

이는 하찮은 일개 윤선도의 소행이 아닙니다. 또한 늙은 윤유기가 한 짓도 아닙니다. 큰 간인(奸人)이 숨어서 몰래 사주한 정상이 다 드러났습니다. 신들은 모두 하찮은 자들로서 언론의 직임을 맡고 있으면서, 역적을 토벌하는 큰 의리를 밝히지도 못하고 도리어 여러 잔당들로부터 망극한 비난을 당하고 악명을 받았으니, 그대로 무릅쓰고 있을 수 없습니다. 신들을 모두 파직하소서.”하였다.

광해군은 또 다시 "흉악한 상소에 대해서 따질 것이 있겠는가. 사직하지 말라."고 답했다. (광해군일기 1616년 12월23일)

이 날 광해군은 "윤선도를 외딴 섬에 안치하라. 양부(養父) 윤유기는 윤선도와 전혀 다르니, 다만 삭탈관직만하고 풀어주어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라."고 전교하였다.

그런데 12월24일에는 경상도 유생 남자신 등이 상소하였는데, 이는 간악한 자를 편들고 어진 이를 모함한 윤유기의 죄를 먼저 다스리고, 그 다음에 무고(誣告)하여 임금을 속인 윤선도의 죄를 다스리기를 청하는 내용이었다.

이 날 홍문관도 윤선도의 상소와 관련해서 사직을 청했다. 이는 윤선도가 삼사를 배척하는 것에 대한 대응이었는데, 윤선도가 역적을 옹호할 생각으로 혼란을 일으켰으나, 그를 책망할 거리는 못되고 그 대신 자취를 감추고 숨어 있는 주모자를 찾으라고 하면서 사직을 청했다. 광해군은 역시 "흉악한 상소에 대해서 같이 따질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마음을 편안히 가지고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윤선도의 상소에 대하여 사관(史官)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윤선도는 윤유기의 양자(養子)이다. 윤유기는 본래 이이첨의 당류였으나 이이첨이 거두어 써주지 않았다. 윤선도의 상소가 들어가자 왕이 자못 의혹을 하였는데, 이이첨이 밤낮으로 호소하며 애걸하였기 때문에 이에 풀려났다. ... 그러나 윤선도는 이 상소 때문에 온 나라에 명망이 높아졌다.” (광해군일기 중초본 1616년 12월21일)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