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73) 제최고죽선(題崔孤竹扇)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73) 제최고죽선(題崔孤竹扇)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8.05.0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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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창엔 분명히 몽강남[夢江南]이 있을테니

사대부의 생활은 누정에 앉아서 많은 시문을 음영했다. 친지를 만나거나 가객을 만나도 시문손님은 빠지 않았다. 주색(酒色)이라고 했던가. 하루의 피곤을 술로 풀고 여자를 가까이 하면서 일생을 보냈던 선비들이 있었는가 하면, 백호 임제의 시조에서는 황진이 묘를 찾아 애절하게 음영했던 시문도 우리 살펴본다. 관서평사를 지내던 기봉이 낙향하던 중 고죽 최경창을 만나 그의 부채에 써주었던 시문에서는 안주의 몽강남을 찾아보라는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題崔孤竹扇(제최고죽선) / 기봉 백광홍

관서명승 큰 강마다 꽃 정자에 눈 팔면서

백상루에 가거 들랑 누각 아래 물어 보소

푸른 창 넌지시 보는 몽강남이 있을 테니.

關西名勝大江三    處處花亭駐客驂

관서명승대강삼      처처화정주객참

君到百祥樓下問    碧牕應有夢江南

군도백상루하문      벽창응유몽강남

푸른 창엔 분명히 몽강남[夢江南]이 있을테니(題崔孤竹扇)로 제목을 붙어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기봉(岐峯) 백광홍(白光弘:1522~1556)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관서의 명승에는 큰 강 셋 흐르고 있나니 / 곳곳마다 꽃 정자가 객의 수레를 머물게 하네 // 그대 백상루에 가거들랑 누각 아래 물어보시게 / 푸른 창엔 분명히 몽강남(夢江南)이 있을테니]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고죽 최경창의 부채에 써줌]으로 번역된다. 시인은 병이 깊어 귀향하는 도중에, 백상루를 향하는 고죽 최경창을 만난다. 가객 시인에게 어찌 여인이 없을텐가. 비록 황진이나 이매창 같은 시걸은 아닐지라도 기막힌 사연을 담았던 몽강남 같은 기녀와 아기자기한 로맨스쯤은… 위 시제 밑에 다음과 같은 부제가 있어 그 사연을 짐작한다.

“공이 평사가 되었을 때 안주 기생을 사랑했다. 병으로 교체되어 돌아오다가 길에 고죽과 만나서 이 시를 써주었다. 고죽은 부채를 기생에게 주었더니 기생이 구슬퍼했는데 이미 부고가 이르렀다(題崔孤竹扇 [公爲評事時 眷安州妓 以病遞還 路逢交承孤竹 題此詩於扇 孤竹以贈扇妓 妓慘然而已訃至])”에서 보인다. 위 글로 보아 시적인 배경을 짐작한다.

화자는 관서명승지의 압록강 청천강 대동강으로 관서지방의 절경을 묘사하면서, 백상루에 가서 누구에나 몽강남 기생을 물어보라고 소망을 피력한다. 백상루에 가거들랑 누각 아래 물어보시게, 푸른 창엔 분명히 몽강남이 있을 것이라 했다. 아리따운 이 여인을 만나거든 안부나 전해달라고 청하는 시에서 깊은 정감을 느낀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관서 명승지 큰 강 셋은 꽃정자에 수레 멈추네, 백상루 가거든 물어보게 푸른 창엔 몽강남 있을테니’ 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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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1권 3부 外 참조] 기봉(岐峯) 백광홍(白光弘:1522∼1556)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1555년(명종 10) 봄에 평안도평사가 되어 관서지방의 절경과 생활상, 자연풍물 등을 읊은 기행가사인 <관서별곡>을 지었다. 기행가사의 효시가 되어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된다.

【한자와 어구】

關西: 여기선 평안북도 접경지역. 名勝: 명승지. 大江三: 큰 강(압록강, 대동강, 청천강) 셋. 花亭: 꽃 정자. 駐: 머물다. 客驂: 나그네의 마차. // 君到: 그대가 도착함. 百祥樓: 청천강 가에 있는 누각. 碧牕: 푸른 창. 應: 응당 반드시. 夢江南: 몽강남(사람 이름), 곧 기봉 백광홍의 정인(情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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