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후보자들의 그만그만한 공약들
시장 후보자들의 그만그만한 공약들
  • 이상수 전 광주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8.04.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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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민주, 정의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언제나 용기 있게 행동해온 민족적 자존감이 넘치는 도시이다. 한말 의병운동은 물론 일제강점기 하에서의 광주학생운동, 불의하게 정권을 찬탈하려는 군부에 맞서 저항했던 5.18 광주민주화 운동 등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런 도시이미지를 지닌 지역이지만 경제가 낙후되고 일자리도 부족하여 실업률이 높은 곳으로 삶이 힘들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지역의 발전을 이룩하겠노라고 시장에 도전하는 이들이 갖가지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들 출마자들의 공약을 보면 주로 센터건립, 생태교통도시 도시경관, 건강타운건립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의 공약은 다양한 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 예산은 어디에서 확보할 것이며, 그렇게 갖추어진 시설들은 지역경제에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살펴보지 않은 듯하다. 한 마디로 생산보다는 소비에 치중하는 공약이라는 것이다.

이런 소비형 공약도 발전의 한 축은 차지하겠지만 정작 광주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공약들은 대부분 관주도형 사업이기에 젖줄이 끊기면 배고픔을 느끼듯이 오래가지 못하고,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한 일거리를 만들 생각은 않고 일자리만을 주장하는 것은 착한일자리가 아니든가, 허구일 가능성이 짙다.

정작 중요한 것은 광주라는 도시의 비전을 어떻게 가꾸어갈 것인가에 대한 도시 정체성이나 가치가 우선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몇 가지 바람을 제시한다.

첫째, 시장 후보자는 광주발전을 위한 장기 비전 또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시장 개인의 비전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존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큰 그림, 실현을 전제로 하는 서프라이즈한 구상이 있어야 한다. 그 큰 그림을 중심으로 지역의 브랜드 마케팅이 동반되어야 한다. 지역을 이끌 핵심축을 이루는 사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큰 그림이 잘 그려지면 광주 전체의 이미지도 상승하고, 그러면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이면 소비활동이 이루어져 광주경제에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집인력(集人力)이 있는 큰 구상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존에 제시된 공약들의 질적 평가를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이 지역의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뇌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공약이라도 시민들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으면 허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광주는 문화예술, 5.18정신을 강조하지만 별다른 상징물이 없다. 외지인이 오면 어디를 같이 가 봐야할 것인가 고민되지 않을 수 없다. 뻔한 센터나 타운 정도로는 광주 이미지 변신이 어렵다. 일반적인 공약이나 전략으로 매력 있는 지역, 기억에 남는 지역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게다.

셋째는 시장 후보자는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환경에 적합한 인물이어야 한다. 그저 정치를 오래했다고, 장관을 지냈다고, 대기업 임원을 지냈다고 해서 시장의 자격이 있는게 아니라 지금 광주가 요구하는 환경에 적합해야 한다.

미국의 어느 연구소에서 어떤 분야의 전공자가 CEO(최고경영자)가 되었는가를 조사했다. 1940년대는 제품이 부족한 시대여서 생산담당 전문가가 CEO가 되는 비율이 많았고, 1950년대는 제품의 과잉공급으로 판매가 문제되어 마케팅 전문가가 CEO에 발탁되는 비율이 높았다. 1960년대는 판매된 대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회전시킬 것인가가 기업들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서 회계관련 전문가들이 CEO에 발탁되는 비율이 높았고, 1970년대에는 사회적으로 기업의 법적 문제가 많이 대두되어 법률관계 전문가가 CEO에 발탁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보고가 있다.

이들 사례에서 보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기업의 CEO는 특정분야 전문가들이 CEO가 되는 것이 아니고, 조직이 처해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조직의 CEO로 발탁된다는 것이다. 결국 CEO는 해당 조직의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자가 책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 광주의 문제는 무엇인가? 이 지역의 산업이 침체되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을 발전전략의 기준으로 삼고 다른 도시와 차별화시키며, 광주의 도시 매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여기에 필요한 공약을 내놓는 인물이 광주의 CEO로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제 광주를 발전시킬 것인가, 아닌가는 결국 시민들의 몫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개인의 선호도를 조사하는 것도 아니고, 인기투표도 아니다. 지역발전을 위하여 누구에게 지역 살림을 맡기면 우리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인가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와 있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지난번 선거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여 지역 발전에 침체를 가져와 후회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번만은 광주의 참 심부름꾼을 선택하는 선거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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