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를 찾아서
맑은 공기를 찾아서
  • 문틈 시인
  • 승인 2018.03.27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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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광주의 초미세먼지가 앞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극성을 부렸다. 수도권에 이어 광주지역이 가장 높다는 수치가 나와 놀랄 정도였다. 이렇게 미세먼지가 자욱한 날은 밖에 나갔다 와서 산소통을 꺼내들고 이것을 허파 가득히 들이마신다. 미세먼지로 얼룩진 폐가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산소를 따로 마신다고 해서 폐 안에 쌓인 미세먼지가 없어지진 않는다.

폐로 흡입된 미세먼지는 폐포로 들어가 핏줄을 타고 온몸을 돈다. 그저 천식이 있어서 겸사겸사 작은 산소통 신세를 지는 것뿐이다. 훨씬 나은 기분이다. 그런데 요즘 같으면 거의 매일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이어서 산소통을 음료수 마시듯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하는 미세먼지 ‘좋음’ 상태는 51마이크로그램 이하라는데 이 도시는 지난 일주일간 80~108마이크로그램 안팎이다. 거의 날마다 ‘나쁨’ 상태다. 초미세먼지도 60~83마이크로그램 정도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대기오염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까닭을 알고 보니 화력발전소 때문이란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화력발전소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져 대기 중에 미세먼지가 많아졌다. 다음으로는 자동차 배기가스다. 2천만대가 붕붕 먹물처럼 매일 배기가스를 내뿜고 달리니 설상가상이다.

어떻게 된 셈인지 사람들은 밖에 나갈라치면 으레 승용차 키부터 찾는다. 이제 승용차가 신발만큼이나 외출시 없으면 안되는 필수품이 되고 말았다. 이런 판에 대기 오염이 좋아지기를 기대하느니 연목구어다.

공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일년에 1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만일 오염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판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1위가 박근혜 전 대통령 공소유지였다는데 이제 국정과제 1위가 달성되었으니 미세먼지 대책을 그 자리에 올려주었으면 싶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대책이 안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문제가 국정과제 후순위에라도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독일에서는 2020년부터 디젤차는 운행을 못하게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 국내 신문에는 디젤용 신차가 개발되었다고 크게 보도되었다. 거꾸로 가는 환경 정책에 그저 아연실색할 뿐이다.

아이들을 둔 집에서는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는 식으로 개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 마디로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한데 공기청정기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정기적으로 필터를 갈아주어야 하고, 오존이 나올 수도 있고, 전기료도 들고, 차선책으로도 될까 말까다. 그리고 그것은 집안에서만 조금 쓸모 있다.

외출할 때마다 값이 꽤 비싼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나간다. 이것은 하루 쓰고는 버려야 한다. 결국 허파가 미세먼지 필터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데 나중에 허파를 교체할 수도 없고 대체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

한때 서울시에서는 미세먼지가 나쁜 날은 하루 50억원씩 들여 대중교통을 무료로 했다가 금방 손발 다 들었다. 그 돈을 계속 댈 수가 없었던가보다. 그런 식으로는 애초부터 대기오염 대책이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중국은 베이징에서 굴러다니는 자동차 등록제 실시, 친환경 자동차 혜택, 디젤차 운행 억제, 석탄 난방 대신 가스 난방, 승용차 홀짝제 운행, 굴뚝 공장의 황해 쪽 이전, 도로에 물 살포 등으로 조금씩 개선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어째서 우리는 이런 적극적인 노력을 아니 하는지 답답하다. 정책 당국자들에게 귀청이 떨어지도록 소리치고 싶다. 제발 국민을 위해서 ‘환경복지’를 실천해달라고. 이것은 생명권에 관한 문제다.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운동 때 ‘이게 나라냐?’는 말이 돌았다. 그 말은 촛불 이후 지금도 살아 있다. 미세먼지는 적폐청산이나 비핵대화 못지않게 절실한 문제다.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없는 나라에 어떻게 아이를 낳아 마음 놓고 키울 수 있겠는지 생각해볼수록 안타깝다.

여기서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있다. 바깥 공기오염 못지않게 실내 공기오염도 무섭다는 사실이다. 문을 닫고 자고 나면 집안의 시멘트, 벽지, 책, 온갖 물건 들이 쏟아내는 미세먼지로 실내 공기가 탁해 있다. 공기청정기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다.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내 공기 오염도가 바깥보다 더 나쁜 상태가 된다.

집안에 무슨 미세먼지냐고 할지 모르지만 오래 창문을 열어두지 않으면 실내 공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나빠진다. 외국 영화에 오래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서면 소파, 의자, 식탁 들이 하얀 천으로 덮여 있는 장면이 더러 보인다. 사람이 살지 않아도 집안에 미세먼지가 쌓인다. 세상 만물이 먼지로 만들어져 있는 탓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 미세먼지 국가라는 말도 있다. 중국 영향도 크지만 언제까지 중국타령만 할 것인가. 화력발전소의 대안책 마련, 전기차, 산소차에 대한 정책적 지원, 디젤차의 운행 억제, 도시숲 조성 같은 크고 작은 대책을 통해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미세먼지는 자라날 어린아이들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미세먼지는 중금속이 범벅인 발암물질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아 맑은 공기를 마시는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맑은 공기를 마실 날이 언제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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