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광주 서갑서 평화당 ‘쇄빙선’ 자처
김명진, 광주 서갑서 평화당 ‘쇄빙선’ 자처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8.03.11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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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출판기념회...지방선거 자당 입지자들과 팀플레이 견인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1년 전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을 당했다. 권력의 정점에서 바닥으로 추락한 영욕의 정치인생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언제 업어도 항상 따스함만 느껴지는 어머니를 등에 업고 출판기념회때 실컷 효도한 김명진 전 청와대 행정관
▲언제 업어도 항상 따스함만 느껴지는 어머니를 등에 업고 출판기념회때 실컷 효도한 김명진 전 김대중 정부 청와대 행정관

공교롭게도 10일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입지자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었다.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들이 당내 경선에 통과만 하면 당선이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드러내놓고 정치행사를 가졌다.

그런데 광주 서구 한 켠에서 아직 당명조차 뿌리내리지 못한 평화당 소속의 한 정치인이 재선거에 나서겠다며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호기심이 앞선다. 민심의 흐름을 알아보고 싶었다.

2년 전 4월13일 20대 총선 때 광주에서 녹색바람을 일으켜 의석수 8석을 모두 싹쓸이한 국민의당이 둘로 쪼개지면서 만들어진 정당인지라 여론의 현주소가 어떤지를 생생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선택은 호남홀대론과 친문세력으로 점철된 더불어민주당을 가차 없이 심판한 결과였다. 하지만 1년 전의 탄핵심판을 분수령으로 촛불집회가 확산되면서 대선 때 광주는 문재인을 밀어줬고, 그래서 민심의 흐름은 다시 민주당으로 뒤바뀌었다.

그러던 차 안철수는 호남을 배신하고 영남대권주자가 될 욕심으로 홀연히 떠난다. 광주지역 국회의원들도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으로 갈리면서 흩어진다.

다행스럽게도 평화당은 호남정신과 DJ 햇볕정책을 이어가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바른미래당의 존재는 적어도 호남에서 만큼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민심의 뒤바꿈 속에, 지지율이 한자리 수에 불과한 평화당에서 ‘쇄빙선’을 자처하고 나선 정치인이 있다. 바로 서구 갑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명진 전 김대중 정부 청와대 행정관이다.
자신의 정치역정 22년을 그려낸 자전적 회고록 ‘명진 처럼’이란 제목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국회 전문가, 광주의 일꾼’이란 부제를 달았다.

그의 출판기념회를 눈여겨 본 것은 지난 2016년 남구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의 진정성 때문이다. 매일 아침 그는 찬바람이 차디차게 얼굴을 때리는 추운 겨울에도 아랑곳없이 거의 100일 동안을 차량이 즐비하게 오가는 백운광장에서 ‘출근인사’를 했다.

“서울에서 활동한 정치신인 치고는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는 열정과 의지만큼은 대단하네”란 소문이 나돌았다. 선거철만 되면 중앙에서 관료를 했다는 공직자들이 낙하산처럼 내려와 표를 달라고 구걸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여론이 형성됐었다.

선거에서 떨어지기가 무려 몇 번인데 또 다시 출마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지금부터가 시작인데 무슨 소리냐”고 외려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의 여론이 비록 민주당에 있고, 특히 국회의원 재선거 같은 경우 당선 될 만한 사람에게표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데, 무슨 재간이 있어 출마한다고 하느냐”고 약간 심기를 건드렸다.

그랬더니 제가 정치를 한두 해 한게 아니고, 무려 22년 이상 정치권에 있었는데 왜 그걸 모르겠냐고 되받아 친다.
기실 김명진은 김대중 정부 때는 한때 잘나갔고 촉망받던 정치인이었다. 그는 박지원 의원을 포함한 원내대표· 당 대표 비서실장ㆍ특보를 6번이나 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어린 시절의 김명진은 국회의원이 되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출판기념회도 ‘명진 처럼’이라고 붙였단다. 한 번 사귀면 신의를 지키고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광주에서 이름깨나 올리는 사람들과의 교제도 폭 넓다.

그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지라 지금까지는 배우고 연마하는 기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그러한 전략과 기술, 국회, 정부부처와의 관계를 술술 풀어나가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한다.

“남구에서, 지금은 서구로 지역구를 옮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에서 당신을 정치철새로 오해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시원하게 들려준다.
"글로벌 시대에 광주는 단일 선거구나 다를 바 없다"며 이제 정치인도 그러한 협량한 생각에서 벗어나서 광주는 지역 구분이 크게 의미가 없다고 내뱉는다.

그는 출마 배경의 키워드를 ‘평화당의 부활’로 잡았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화해 무드가 익어가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DJ 햇볕정책’을 계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대중 정부 때 북한에 특사로 파견됐던 박 의원은 축사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김 실장은 22년 동안 함께 한 동지다. 이제 내가 그를 도울 때가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오래 모셨다는 자체가 이미 검증된 것이다”라며 치켜세웠다.

청와대 행정관 때 비서관으로 승진시키려 했지만 끝까지 선배에게 양보했던 희생정신이 남다르다. 대북송금 사건으로 4년여 동안 옥살이를 한 자신을 떠나지 않고 의리를 지켜왔다고 덧붙인다.

뭐라 해도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93세의 노모인 김정순 여사가 연단에 올라와 또록또록한 목소리로 아들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내 아들은 무슨 일을 맡겨도 실망시키지 않을 거다. 성실하고 긍정적으로 살아왔다. 이번만큼은 아들의 꿈이 이뤄지는 걸 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지금까지는 자식의 정치활동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이번만큼은 흔쾌하게 응원해주고 있다는 김 여사는 전남여고 전신인 욱고녀 출신의 인텔리 여성이다.지금도 카톡을 하면서 아들에게 ‘파이팅~’하면서 응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10일 열린 김명진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민평당 지도부
▲10일 열린 김명진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민평당 지도부

이를 지켜보던 평화당의 천정배, 장병완, 최경환, 정동영 그리고 정치노선을 넘어 끈끈한 인간관계로 참석한 이상돈, 장정숙, 이용호, 손금주, 이용주 의원도 김명진 대신 어머니로 후보를 교체하자고 웃으며 거든다.

김명진은 서구갑 출마자로 나선 민주당 소속 송갑석과 박혜자 후보를 의식한 듯 주문한다. 국회의원은 민심을 얻고 자생적으로 지지를 얻어야지 ‘문재인 대통령 팔이’를 더 이상 하지 말라고.
두 후보가 두 번째 대결에 나선 만큼 그동안 쌓인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지역여론을 반쪽으로 갈라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통합과 화합 정신에 어긋나는 정치행보라고 지적한다.

비록 평화당의 존재감이 없다보니 지금은 두 후보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시인한다. 그러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의 원동력으로 노모 응원과 당의 총력지원, 평화당의 팀플레이를 꼽았다.

자신이 첨병으로 나서고 각 구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한 구청장, 시의원들과의 연대를 통해 민주당을 견제한다는 전략 하에 그동안 몇 차례 모였다 한다.
김명진은 이제 호남개혁정당의 자존심을 지키겠다,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계승해서 남북화해협력 시대를 꽃피우는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한다.

한쪽으로 쏠려 기울어지고 얼어붙은 여론을 돌파하기 위해 자신이 평화당의 ‘쇄빙선’이 되겠다고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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