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윤 감독, 5.18영화 '시민군' 통해 광주 민주주의 알린다
송동윤 감독, 5.18영화 '시민군' 통해 광주 민주주의 알린다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8.03.07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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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감독이 겪은 5.18과 영화 제작까지의 험난한 여정 풀어내
5.18, 6.10항쟁,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까지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
현재 제작한지 1년이 넘어가고 있으며 시나리오 초고 각색 중
송동윤 '시민군' 영화감독

1980년 5월 18일, 왜 광주시민들은 총을 들 수밖에 없었을까. 왜 결사항전을 다짐했을까.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시민군>을 제작중인 송동윤 감독을 만났다.

지난 6일 무등공부방에서 만난 송 감독은 자신이 겪은 5.18의 기억과 <시민군>영화를 제작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에 대해 풀어냈다. 

80년 5월 18일 오전 2시. 도청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송 감독은 갑자기 나타난 공수부대의 집단발포로 도망을 치다 옆 사람이 계엄군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걸 목격한다. 그 후로 잠도 못자고 두려움에 사무치며 크게 방황을 한다.

그는 살아남은 사람으로서의 죄책감을 털어내기 위해 스스로 독일의 한 공립대학교로 유학을 가며 현실도피를 한다. 7년 만에 연극영화 박사학위를 딴 그는 1994년 개봉한 유태인 학살을 다룬 영화 ‘홀로코스트’를 보게 된다. 당시 독일은 ‘신나치주의’로 이 영화가 개봉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였다.

그는 영화가 흥행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개봉 첫날 영화는 모두 매진되었다. 이처럼 예측이 빗겨난 상황을 보고, 송 감독은 ‘광주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하고 고민하게 된다.

1995년 송 감독은 귀국 후 영화제작을 위해 발품을 팔았다. 호남의 여러 기업들을 찾아가 투자를 호소했지만, 모두 ‘세무조사로 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을 한다. 그는 정치권에서 나서야 하지 않나 생각하여 국회를 찾아갔다. 대선 2달을 남겨 놓은 상황이었다.

당시 만난 한 의원은 “정권이 바뀌어야 영화를 할 것이 아니냐”며 송 감독을 DJ선거운동에 이끌었다. 그는 DJ의 승리로 대선이 끝난 후에 같이 운동했던 한 운동가의 연락을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동서화합정책을 밀고 있는데 5.18 관련 영화를 제작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렇게 송 감독은 “5.18영화를 접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 대학교수로 지내면서 모두 잊고 자기 나름대로의 영화 세 편을 찍었지만 모두 흥행에 실패한다.

하지만 송 감독은 자신 스스로 그 선언을 꺾은 일이 일어났다.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 소식이다. 이 소식은 그에게 다시 5.18영화를 제작할 용기를 줬다. 송 감독은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시간이 흐르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있을까. 그로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제작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37년이 흘렀지만 5.18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은 아직 진행 중이고, 이번 영화가 잘 만들어져 1,000만 이상의 관객이 몰린다면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했던 영령들, 광주의 자랑스러운 역사 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한편, 현재 영화 ‘시민군’은 제작한지 1년이 넘어가고 있으며 시나리오 초고를 각색 중이다. 영화의 내용은 양동시장에서 시민군에게 김밥을 제공하는 아주머니부터 도청 앞에서의 시민군까지 계엄군에 맞서 싸우고, 6.10항쟁을 거쳐, 지난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까지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송 감독은 “기존의 5.18영화와 차별되고, 대한민국을 건설한 민주주의 세대의 이야기를 과감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줄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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