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그린 여자근로정신대의 아픈 이야기
만화로 그린 여자근로정신대의 아픈 이야기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8.02.26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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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덕, 김성주 두 할머니의 이야기를 토대로 극화

99주년 3.1절을 앞두고 ‘여자근로정신대’를 소재로 한 교양용 만화가 최초로 제작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만화 ‘두 소녀의 봄’ 여자근로정신대 이야기(66p)는 1944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된 양금덕 할머니(90)와 김성주 할머니(90)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극화했으며,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광주광역시의 후원을 받아 발간했다.

만화 ‘두 소녀의 봄’은 여자근로정신대원이었던 두 소녀, 덕이와 순남이가 주인공이다. 덕이는 1944년 나주대정국민학교(현 나주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 일본인 교장과 헌병에 의해 군수공장으로 동원된 양금덕 할머니가 모델이고, 순남이는 순천남국민학교(현 순천남초등학교) 졸업 직후 6학년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동원된 김성주 할머니가 모델이다.

만화는 어린 두 소녀가 나고야로 동원되어 겪은 군수공장에서의 가혹한 강제노동, 배고픔, 차별, 대지진 경험, 손가락 부상, 밤마다 진행된 공습 등의 생활과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와 오인으로 인해 겪은 아픔을 그렸다.

또 세월이 한참 흐른 후 자신들의 잘못이 아님을 깨닫고 뒤늦게 세상에 나서서 외치는 모습과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조명하였으며, 이런 내용을 학생들에게 당당히 증언하는 할머니 덕이의 활동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제목 ‘두 소녀의 봄’에서 ‘봄’은 근로정신대로 동원된 후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변화의 시점이자, 뒤늦게 자신의 삶을 되찾고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우는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이다.

아직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인 여자근로정신대는 만화 ‘두 소녀의 봄’을 통해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여자근로정신대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불어 이 문제를 널리 알리는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근로정신대시민모임은 공공도서관, 초중고, 지역아동센터 등에 이 만화를 배포할 계획이며,

3월 13일에는 회원들과 함께 뜻 깊은 ‘두 소녀의 봄’ 출판기념회를 조촐히 진행할 예정이다.

만화를 그린 이는 광주·전남 만화가협회 소속 공성술 작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인 여자근로정신대 이야기를 최초로 다룬 만화라는 의의를 듣고, 역사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양금덕 할머니댁을 직접 방문, 열정적으로 작품에 임했다.

작가는 YMCA 최흥종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오방 최흥종’, 광주의 어머니 조아라 선생의 이야기인 ‘소심당 조아라’ 등 다수의 작품을 그렸으며, 현재 오마이뉴스에 오월만화 ‘메이피플’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한편, 여자근로정신대란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 부족한 전시 노동력 충당을 위해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 된 10대 초중반의 어린 여학생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일본에 가면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사기와 회유, 협박 등으로 군수공장으로 동원되었다. 배고픔과 차별을 견디며 군수물자 생산 등 강제 노동에 시달렸지만 공부는커녕 임금 한 푼 받지 못했다.

해방을 맞아 고향에 돌아와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오인 받아 평생을 사회의 냉대와 차별 속에 힘들게 살았다.

긴 세월 숨죽이며 아픈 삶을 살았던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이후 ‘태평양 전쟁 희생자 광주유족회’(이금주 회장)와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 단체인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회’ 등을 만나면서 일본정부와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일본 소송에 참여하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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