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63) 람물유감(覽物有感)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63) 람물유감(覽物有感)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8.02.22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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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구먼, 지금 부모의 애틋한 그 심정이 어쩐지

작은 사물을 언뜻 보고 느낌을 옮기는 시문이 많다. 동물이 자식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행여 효심이 잘못되었는지 반성하는 경우도 있고, 길을 걷다 몸이 아픈 노인을 만나면 자기 부모의 안녕을 선뜻 생각하기도 한다.

모두가 비유적인 자기 성찰을 뜻하고 있음이다. 마당에 서있는 앵두나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앵두 열매를 보고 버티어 서있는 늠른한 나무를 부모에 비유하며 행여 자기 효심의 잘못은 없었던가 반성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覽物有感(람물유감) / 용재 이행

마당가에 살구 열매 누렇게 익어가고

붉은 앵두 다닥다닥 정답게 붙었구나

알겠네 부모님 심정 자식걱정 마음을.

庭杏欲黃熟    含桃紅滿枝

정행욕황숙     함도홍만지

方知父母意    我亦念吾兒

방지부모의     아역념오아

알겠구먼, 지금 부모의 애틋한 그 심정이 어쩐지(覽物有感)로 번역되는 오언절구다. 작자는 용재(容齋) 이행(李荇:1478∼1534)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마당가에 자란 살구는 저토록 누렇게 익어만 가고 / 붉은 앵두는 다닥다닥 붙어서 발갛게 열려있네 // 알겠구먼, 지금 부모님의 애틋한 이 심정을 / 나 역시 지금 내 자식을 걱정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사물을 보고 느낌이 있음]로 번역된다. 무오사화의 참혹함을 채 잊기도 전에, 조정에는 또 한 차례 액운이 밀어닥친다. 연산군의 모후인 폐비 윤씨의 복위에 반대하였다는 명목으로 많은 신하들이 극형을 받거나 유배를 당했던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것이 갑자사화다.

응교로 가 있던 시인 또한 이에 연루되어 그 해 4월 7일에 곤장 60대를 맞고 충주(忠州)로 유배되었는데 이 시는 그 때 지은 것으로 보인다. 마당가에 자란 살구는 저토록 누렇게 익어만 가고, 붉은 앵두는 다닥다닥 붙어서 발갛게 열려있다고 했다. 사람이 생사(生死)를 예측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 되면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하잘 것 없는 사물도 각별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화자는 가족과 이별하고 도착한 유배지에서 접하게 된 살구며 앵두의 선명한 색상과 풍성한 이미지는 평소보다 더욱 곱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잠시 감정이 고조되게 만들었을 것은 분명하다 하겠다. 자기를 보내는 부모 마음을 생각했을 것이니 화자 또한 그 자식을 생각하는 각별한 마음을 드러내고도 있어서 자식을 생각하면서 효도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마당가 살구 누렇게 익고 붉은 앵두 발갛게, 부모님의 애틋한 심정   자시 키우니 알겠구먼’ 이라는 상상력이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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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1권 2부 外 참조] 용재(容齋) 이행(李荇:1478~1534)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1500년 하성절질정관으로 명나라에 다녀온 뒤 홍문관수찬를 거쳐 홍문관교리에 올랐다. 1504년 갑자사화 때 사간원헌납을 거쳐 홍문관응교로 있으면서 폐비윤씨 복위를 반대하다가 유배되었다.

【한자와 어구】

庭杏: 정원의 살구나무. 欲: 하고자 하다. 黃熟: 누렇게 익다. 含: 머금다. 桃紅: 붉은 앵두. 滿枝: 가지에 가득하다. 다닥다닥 붙었다. // 方知: 알겠네. 바야흐로 알겠구먼. 父母意: 부모님의 진정한 뜻(의지). 我亦: 나 또한. 念: 생각하리라. 吾兒: 내 자식. 곧 ‘내 자식들의 걱정’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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